나에서 너로

글을 쓰게 된 건에 관하여


'나'라는 사람을 놓고 보았을 때 글을 쓰는 능력이 탁월한 사람이 아니다.

작가라는 말도 여전히 어색하게 느껴진다.

글을 쓴 경험도 많지 않았고, 늘 사실과 정보를 바탕으로 한 글만 써왔다.

경영학과와 법학과 복수 전공하던 시절, 과제를 위한 리서치와 보고서 작성이 글쓰기의 전부였다.


취업을 준비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자기소개서라는 틀 안에서 ‘나’의 경험을 나열하고 정리하는 데 집중했다. 살아온 발자취, 그 경험들이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지, 왜 이 회사에서 나를 뽑아야 하는지.

내가 써온 글은 언제나 '나'를 위한 것이었다.


나에게 글은 정보였고, 글을 쓰는 이유 역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함이었다.


그런 내가 처음으로 생일 편지를 제외하고 ‘타인’을 위해 글을 쓴 날이 있었다.

회사 실습생의 OJT(On the job training) 일지를 읽게 된 어느 날이었다.


수학여행 시즌이어서 그날은 학생 단체 손님이 많은 날이었다.

키오스크 앞에서 응대를 하던 실습생은 공황장애를 호소하는 학생을 목격했다고 했다.

옆에 있던 친구들조차 이유를 알지 못해 당황했고, 실습생은 자신의 경험과 겹쳐 보였다고 적었다.


"친한 친구에게조차도 털어놓을 수 없는 병. 사회의 시선이 두렵습니다.

언제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요?"


짧은 문장이었지만 그의 고민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이 OJT일지를 보고 한동안 망설였다.

어떤 말을 남기는 게 맞을까.

아니면 차라리 침묵이 나을까.

혹시 나의 섣부른 한 줄이 또 다른 짐이 되지는 않을까.


그러다 결국 펜을 들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나 아닌 누군가를 위해 글을 썼다.


길지 않은 열 줄 남짓의 글이었다.

말로 위로를 건넨 적은 많았지만, 글로써 마음을 전한 건 처음이었다.


그 글이 실습생에게 어떤 의미가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내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 “괜찮아”라는 한마디가 닿기를 바랐을 뿐이다.


그날 이후 글은 더 이상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이제는 '너'를 향한다.


누군가 내 글을 읽고 공감하거나 위로받고, 아주 가끔은 웃음을 지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그 글이 한 사람의 하루를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고, 그렇게 따뜻해진 마음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해진다면.


조금 더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것. 그 일부가 되는 것.

그것에 내가 글로 이루고 싶은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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