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발령, 갑자기 나에게 찾아온 섬 생활
입사한 지 세 달쯤 되었을 무렵이었다.
회사 근처 전셋집을 구하려고 스타벅스에 앉아 부동산에 전화를 돌리던 날.
집을 보러 갈 약속을 대충 잡고, 커피 한 모금을 마시려던 순간 갑자기 핸드폰 알람이 울렸다.
휴무일인데… 지점장님이 전화를?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회사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아니면 내가 뭔가 큰 실수를 한 걸까.
신입사원 특유의 불안이 가슴을 가득 채운 채 전화를 받았다.
“놀라지 마, 00아. 사실 나도 오늘 알게 된 건데… 네가 제주도에 가게 됐어. 30분 안에 발령이 뜰 거야.”
세상이 잠시 멈춘 것 같았다.
“제주도… 요? 제가… 요?” 30분 후 그리고 인사발령이 났다.
[제주지점 000]
한 번도 서울을 벗어나 살아본 적 없던 나.
여행으로만 가봤던 그곳에서 정말 살 수 있을까? 숨이 막히는 혼란 속에서 지점장님은 “혹시 이야기하고 싶으면 쉬는 날이지만 와도 된다”라고 말해주셨다. 하지만 나는 일단 부동산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방금 전셋집 본다고 연락드렸던 사람인데요… 제가 제주도 발령을 받아서요. 약속 취소해도 될까요?”
30분 전까지만 해도 집 보겠다고 하던 사람이, 갑자기 제주도로 간다니. 상대도 많이 놀랐을 것이다.
그런데도 돌아온 답은 따뜻했다.
“아… 알겠어요. 제주도요? 그렇게 멀리 가시는구나. 조심히 가세요.”
그 말이 이상하게 위로가 됐다.
나의 첫 자취집, 계약한 지 4개월 된 월세집에도 전화를 걸었다.
“저… 제주도로 발령받아서 집을 내놔야 할 것 같아요.”
“제주도요? 아… 어쩌다가…”
다행히 집은 바로 다음 날 새 세입자가 나타나 금방 정리됐다. 이제 막 혼자 사는 것에 익숙해지려던 첫 나만의 공간은 그렇게 빠르게 끝이 났다.
제주도 출근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2주.
그 주 주말 제주도로 내려가 부동산 세 군데를 돌며 하루 종일 집을 보고, 그 자리에서 바로 계약을 하고 올라왔다. 혼자서 부동산 계약을 하는 것도 처음이라 손에 걱정과 긴장감이 가득했다.
그리고 남은 일주일. 쿠팡에서 주문한 테이프와 박스로 집을 싸매며 ‘패킹 지옥’을 경험했다.
그렇게 나는 제주도로 향했다.
제주도로 떠나는 날, 정들었던 동료들의 인사를 뒤로 한 채 탑승권을 BGR에 스캔하였다.
함께 발령받은 동기와 함께 나란히 착석하자 곧 비행기는 활주로를 달려 이륙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창밖을 바라보던 동기에게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는 것이 처음인 동기는 생각이 복잡해 보였다.
그 모습을 보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였다.
“너 왜 울어.”
“몰라… 그냥…”
겨우 3개월 만에 적응해 가던 환경을 떠나 완전히 낯선 곳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두려움.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조차 되지 않는 어지러움.
‘과연 내가 잘 버틸 수 있을까’ 하는 불안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특히 제주도 근무는 보통 경력직이 맡는 자리였다. 변덕스러운 날씨, 잦은 바람, 항공편에 생기는 변수들까지. 신입 여직원 두 명이 동시에 배정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제주공항 도착장에 서 있던 하르방을 보자, 그제야 실감이 났다. 여긴 섬이구나.
급하게 짐을 챙기느라 아직 택배는 아직 바다를 건너오고 있었다.
이불 몇 장과 옷 몇 벌. 그게 제주에서의 나의 전부였다.
그렇게, 나는 갑자기 제주도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