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5개월 차 신입사원이 멘토가 되어버린 기록 1
신입사원에게 하루는 언제나 새로웠다. 익숙해질 틈도 없이 배우고 적응해야 했다.
제주는 국내선 운항이 가장 많은 곳이다.
기상이 자주 변하고, 돌발 상황도 많다. 업무의 강도는 높고, 순간의 판단이 현장을 좌우한다.
그런 제주공항에서 근무한 지 두 달쯤 되었을 때, 나는 멘토가 되었다.
입사한 지 불과 다섯 달 만에 실습생들을 관리해야 했다.
‘아직 배워야 할 게 많은 내가 다른 사람을 이끌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지만, 실습생들을 만나자 생각이 달라졌다.
그들의 눈빛에는 긴장보다 기대가, 낯섦보다 배움의 열의가 담겨 있었다.
그 마음에 보답하고 싶었다.
그래서 단순히 실습을 돕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이 시간이 그들에게 어떤 첫인상으로 남을지 고민하며 멘토링에 임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램프 구역에서의 이동지역 안전점검이었다.
비행기의 입출항 과정, 조업 장비의 배치, 마샬러의 수신호, 수하물의 취급 절차까지 함께 살폈다.
실습생들은 한 장면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조심스럽게 따라왔다.
비행기가 활주로로 향할 때 조종석에서 기장님이 손을 흔들었고, 우리도 자연스럽게 손을 들어 인사했다.
그 짧은 순간 나는 단순히 공항의 직원이 아닌 누군가의 ‘첫 항공 경험’을 함께 만든 사람임을 느꼈다.
물론 멘티들에게 쉽지 않은 날도 있었다.
제주는 기상 악화로 지연과 결항이 잦다.
수많은 승객이 오가는 현장에서 실습생들은 예상치 못한 상황을 여러 번 마주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성실하게 하루를 채우는 그 모습이 현장의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낯선 섬에서 시작된 그들의 여름은
어느새 봄처럼 따뜻한 기억으로 남았다.
프로그램이 거듭될수록, 실습생들에게 더 깊이 있는 지식을 전달하고 싶었다.
섬까지 와서 항공업을 배우려는 그 마음이 대단했기에,
‘여기까지 왔으니 단순한 경험으로 끝나지 않게 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겼다.
공항에 배치되기 전 사전 교육을 받더라도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은
별도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직접 오리엔테이션 자료를 만들었다.
입사 초기, 나 역시 키오스크 앞에서 실습생들과 같은 위치에서 시작했었다.
그때 남겨둔 메모를 토대로 공항 기본 용어, 비행 편 스케줄 확인 방법, 제주의 무사증 제도 등
제주공항만의 특수 업무 내용을 정리해 전달했다.
이 과정은 실습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을 뿐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배움을 다시 다지는 시간이 되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
평소 나는 비행기가 토잉카로 밀려나가는 모습을 보며
‘비행기는 자력으로 뒤로 갈 수 없다’고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한 멘티가 물었다.
“비행기는 왜 자력으로 뒤로 움직일 수 없나요?”
그 질문을 계기로 관련 매뉴얼을 찾아보았다.
알고 보니 비행기가 자력으로 후진할 수는 있지만
연료 효율과 안전상의 이유로 토잉카를 이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멘티의 질문 덕분에 나 역시 다시 배우게 된 순간이었다.
현장을 매일 마주하는 실무자일수록 익숙함 속에서 의문을 잃기 쉽다.
그들이 던진 작은 질문 하나가 내 사고를 새롭게 흔들어주었다.
실습생들에게는 매일 OJT 일지를 작성하게 했다.
그날의 업무와 응대 경험을 기록하도록 하고, 일지를 검토하며 잘못 이해한 부분은 함께 바로잡았다.
다수가 혼동한 내용은 정리해 전체 공지로 공유했다. 과정에서 현장의 문제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한 번은 OJT일지에서 오안내 사례가 발견되었고 이를 계기로 내부 회의를 거쳐 해당 규정을 재정립했다.
단순한 멘토링이 아니라 현장을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드는 작은 변화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