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티와 제주에서 함께한 시간

입사 5개월 차 신입사원이 멘토가 되어버린 기록 2


#3 멘티의 꿈이 된다는 의미


멘토링을 하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내가 실습생들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내가 누군가의 롤모델이 된다는 건 생각보다 큰 책임감을 준다.


나는 항공업계만을 목표로 준비하지 않았다.

입사 후 처음으로 항공업무를 배우며 모든 것을 새로 익혀야 했다.
우연히 들어온 업계였지만 비행기를 가까이에서 접하며 점차 매력을 느꼈다.

하지만 항공업계만 준비한 동기들에 비해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많았다.


반면, 실습생들은 항공업계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높았다.
다양한 비행기 기종을 알고, 회사 시스템이나 구조를 스스로 공부한 학생도 있었다.
그들의 진지한 태도는 나에게도 자극이 되었다.
누군가의 꿈이 된다는 사실이 나에게 자부심과 더 진지한 업무 태도를 안겨주었다.

멘티들은 “멘토님을 보고 000 직무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나중에 멘토님과 함께 일하고 싶다” 같은 말을 전하며,
내 역할의 의미를 다시금 느끼게 해 주었다.


한 번은 시스템 장애로 수속이 전면 중단된 상황이 있었다.
현장은 혼란스러웠고, 출근하자마자 투입된 실습생들과 함께 현장을 바쁘게 뛰어다녀야 했다.
그날 멘티들에게는 평소의 나와 다른 모습이 보였을지도 모른다. (약간 차가워 보였을지도...)


현장이 안정된 뒤 나는 말했다.

"그날 상황을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말아요. 여러분에게 화난 게 아니에요"


그러자 한 멘티가 말했다.
“그날 경험이 큰 동기부여가 되었어요. 멘토님처럼 책임지고 일하는 어른이 되고 싶어요.”
부끄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뿌듯함이 밀려왔다.


멘티가 꿈꾸는 항공업계와 내가 수행하는 업무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내게 더욱 큰 책임감을 안겨주었다.


멘토로서, 그리고 실무자로서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멘티들이 나를 통해 항공 분야의 가치를 발견하고, 자신의 진로를 확신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멘토링의 가장 큰 보람이자 나의 성장 원동력이 되었다.


#4 함께한 제주생활과 추억


멘티 대부분은 육지에서 왔고, 낯선 제주 생활에 어려움과 외로움을 느꼈다.
나 역시 제주 근무를 처음 시작했을 때 막막함과 그리움을 겪었던 터라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멘토로서의 역할은 단순히 업무를 가르치는 걸 넘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스스로 리듬을 찾아가도록 돕고 싶었다.


업무가 끝난 뒤에는 가끔 공항을 벗어나 함께 식사하거나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멘티들은 조금씩 마음을 열었고

나는 그들의 고민과 목표를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었다.
나만 알고 있던 도민 맛집이나 제주 명소를 추천해 주면

멘티들이 주말에 다녀온 후 “정말 좋았어요”라는 메시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낯선 땅에서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도 큰 위로가 되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크리스마스였다.
공항은 평소보다 분주했지만 그만큼 활기가 넘쳤다.
실습생들은 루돌프 머리띠와 빨간 케이프를 착용하고 승객들을 맞이했다.
밝게 웃으며 인사하는 그들의 모습에 승객들도 덩달아 웃음을 지었고, “이런 이벤트가 너무 반갑다”는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분들도 많았다.


크리스마스 당일, 제주에 도착한 어린이 손님들에게 사탕을 나눠주는 작은 이벤트도 진행했다.
비행 편을 준비하는 램프 직원부터 여객, 운항·객실승무원, 정비사까지 모두가 함께한 순간이었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승객에게 따뜻한 경험을 선물했고, 부기장님은 운항 후 나에게 말했다.
“덕분에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었어요. 승객들도 매우 좋아했습니다.”


날씨가 유난히 추웠지만, 실습생들과 함께 끝까지 현장을 지키며 웃었던 기억은 오래 남았다.
근무 후 직접 만든 치즈케이크를 나누며 잠시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직장에서 함께 보내는 크리스마스 안에는 서로에 대한 격려와 연대감이 담겨 있었다.


이 경험은 멘티들에게 단순한 현장 실습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제주에서 함께한 크리스마스는 공항이라는 공간이 단순한 근무지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따뜻한 현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시간이었다.


#5 멘티들의 성장과 관계


멘티들은 빠르게 성장했다.
처음에는 키오스크 앞에서 승객에게 말을 거는 것조차 어려워하던 학생들이 어느새 마감 시간에 승객이 뛰어와도 신속히 안내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OJT 일지를 통해 질문의 깊이가 점점 높아지는 걸 보면서 나 역시 그들의 성장을 실감할 수 있었다.


공항 업무 외에도 멘티들은 조별 과제를 통해 팀워크의 가치를 배웠다.
한 멘티는 면담에서 털어놓았다.
“동기와 의견 차이가 잦아 힘들어요.”
누구보다 열정이 강했던 그는 주도적으로 일하고 싶었지만, 다른 동기들은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조직은 혼자 잘하는 사람보다, 함께 성장하는 사람을 필요로 해요.”


그 후, 멘티는 각자의 성향과 관심사를 세심히 살펴 조원들의 강점을 살려 역할을 분담했다. 결과적으로 영상 과제를 무사히 완수하며 협업의 중요성을 체득했다.
이 경험은 멘티가 꼽은 가장 큰 성장 포인트가 되었다.


프로그램이 종료된 뒤에도, 멘티들의 도전은 계속되었다.
말레이시아 외항사에서 객실 인턴으로 근무하는 멘티,
어학연수를 통해 외국어 실력을 더 키워가는 멘티 등
제주에서의 경험을 발판 삼아 각자의 꿈을 향해 나아갔다.


멘토링을 통해 형성된 관계는 단순한 프로그램을 넘어, 지속적인 성장의 네트워크로 이어지고 있었다.
제주공항에서의 멘토링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과정이 아니었다.
현장의 문제를 발견하고 개선하며, 멘티와 멘토가 함께 성장하는 시간이었다.


이 시간을 통해 나는 공공 서비스 현장에서 필요한 핵심 역량인
‘책임감’과 ‘소통의 리더십’을 깊이 체득했다.
멘토링은 나에게 또 다른 시작이었다.


한 사람의 성장이 조직을 변화시키고,
그 조직이 다시 사회의 신뢰로 이어진다는 믿음을 가지고
나는 오늘도 공항 현장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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