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 사라지고 있다.
비어버린 자리에는
책임감, 의무감 같은 것들이 들어온다.
우리는 어느새, 느낄 겨를 없이
싸우고 견뎌야 하는 삶을 맞이한다.
행동에 따르는 부수적인 결과물로
감정을 이해해야 하는 때.
감정을 그 자체로 마주할 수 없는
말 그대로 '감정의 상실'을 겪고 있다.
상대적으로 모르는 것이 많은 시기엔
우리의 감정이 휘몰아쳤다.
모든 것이 격렬하고, 빛났다.
감정의 종류와 무관하게 그 자체로 존재했다.
적어도 한 번씩, 혹은 비슷한 경험들이 쌓이며
우리는 감정을 억제해야 한다고 배웠다.
'감정적인 것은 도움이 되지 않아'
'이성적으로 판단해'
시작은 어디였을지 모르나,
스스로에게 전한 말인 것은 분명하다.
감정에 무뎌지는 것이
곧 성숙한 것이라 믿어왔다.
어쩌면 감정이란,
새로움과 당황스러움 그 사이에 있다.
대처할 방법을 모르는 상태로
미지의 상황이나 존재를 마주하면.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이 튀어나온다.
모르기에, 억제할 수 없다.
이 순간을 미숙함, 아마추어라 표현했으나
이 순간이 순수한 '나'일 수도 있다 생각한다.
때로는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나를 긍정하기를 바란다.
우리는 감정을 상실한 시대를 살고 있다.
타인의 감정을 소음으로 취급하며
스스로도 같은 기준으로 억제한다.
그래서 묻고 싶다.
진정으로, 감정을 느낀 적 없는가.
어릴 적, 모든 것이 처음인 때
그리도 유치하지만 찬란한 순간들이 있지 않았나.
새로이 느끼지는 못해도
다시금 짚어볼 수는 있다.
나는 다시금 감정이 존재함을
스스로에게 선언하도록 도우려 한다.
다시 쓰는 감정.
궁금증으로 찾아가는 대신,
알면서도 다시 보는 순간들이다.
모든 것이 그러하듯
나의 앎은 무지와 닮아있다.
다시 보며, 새로이 발견하는 즐거움을
나는 그대들에게 강력히 권한다.
'내가 이제 와서 뭘'
'감정 그런 건 사치야'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면
아주 환영한다.
억제함으로 외면하던 진실을
인지함으로 다시 써내려 간다.
흐르는 강물을 소유할 수는 없으나,
필요한 만큼 떠내어 사용한다.
강물처럼 밀려드는 감정의 물결을
피해가는 대신, 선택할 수 있도록.
감정의 물결에 맞서,
그저 피하고 외면하는 상실의 시대에서.
별 거 아닌 나의 삶으로 써내려 가는
사소하지만, 그대와 나누는 분명한 공감은
스스로에게 건네는 작은 위로이자
내 손으로 다시 눌러 쓰는, 감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