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배! 원샷!
몸에 새겨진 원샷의 바이브는
술을 멀리해도 현재 진행형이다.
삼킬 수만 있으면 냅다 원샷이다.
물도, 음료수도, 비타민도 전부.
시간에 쫓기듯 마셔대는 동안
나는 전투상태에 가까웠다.
차를 접하고 나서는
이 버릇이 불가능하다.
뜨겁다.
원샷은 커녕, 한 모금도 조심스러운.
이미지를 떠올려보면 이해가 쉽다.
냅다 호쾌한 원샷을 때리는 때와
다소 옹졸하게 입을 모아 후후 부는.
비로소 나는 전투상태에서 벗어나
차분히 접근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평소 생각이 나의 행동에
자연스레 묻어 나오듯이
평소 행동이 나의 생각에
꽤나 진한 영향을 미친다.
하다 말거나, 한 번에 해결 안 되는
상황을 몹시나 불편하게 여겼다.
할 거면 하고! 말 거면 말고!
복잡한 문제들은 떠올리지도 않았다.
호쾌한 성격이라 여기던 날들은
복잡함을 회피하는 시간들이었다.
맥주 대신 보리차를 마시고
행동이 가지는 영향을 느꼈다.
옹졸하다 표현했던 조심스러움이
예민하고 섬세한 접근방법이라는 걸.
단숨에 해치우지 않아도 된다고
뜨거운 보리차는 강제로 알려준다.
타의로 얻은 차분함은
어색함 없이 적용되고
보다 복잡한 생각들을
한 겹씩 벗겨내고 있다.
한 꺼풀씩 살펴보는 생각과 마음은
예상보다 복잡하고, 단순했다.
큰 덩어리에선 엄두가 안 나던 것이
조금씩 살피니 사소함의 합이었다.
파악하기를 포기했을 뿐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고
해결방안 또한 이미 내가 알고 있는
단순한 흐름으로 이어졌다.
복잡한 건 질색이라며 외면하던 날들은
까짓 거 하나씩 뜯어보자며 자신 있어졌다.
꽤 많은 이야기들은
사소한 사건들로 구성된다.
나라는 이야기 역시도
사소한 것들의 집합이다.
항상 두려움으로 안고 있던 것 중에
가장 큰 녀석은 역시 나 자신이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조차
답할 수 없는 나날들이었고
이 시간들은 차츰 쌓여가며
스스로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랐다.
당연하다 여기던 술을 멀리하며
당연하다 여기던 나를 다시 본다.
여전히 물음표로 가득한 녀석이지만
사소하게 하나씩 알아가고 있다.
자극들에 아주 예민하다는 것이나
혼자가 아닐 때의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거나
풀잎이나 햇살 같은 자연을 좋아한다거나
일을 할 때에는 전투광이 되어버린다거나
작은 부분들을 떼어놓고 살펴보니
입체적으로 나를 다시 볼 수 있게 된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 인지하는 것도 있고
생각보다 재밌는 구성이라 느껴진다.
꽤 매력적일지도 모르겠다.
원샷 대신 한 모금으로 바뀌고
더 다채로운 관점을 가지게 되었다.
혈액형으로, mbti로
사람을 재단하던 것이
개인의 사소한 특징들에
눈길이 가며 발견하고
보다 다채로운 개인을 바라본다.
타인을 바라볼 때도, 스스로에게도.
색안경은 나도 모르게 쓰고 있었다.
볼 수 있는 색이 별로 없었기에.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고 나니
또 다른 재미에 즐거운 날들이다.
단점에서도 장점을 볼 수 있다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관점인지.
사소하게, 한 겹씩 살펴보자.
상상 이상으로 재미있다.
생각은 행동에 묻어 나오고
행동은 생각에 영향 끼친다.
조심스럽게 행동하면서
디테일한 눈을 뜨게 된다.
한 모금 차를 넘기며
한 꺼풀 나를 살핀다.
다 아는 것 같으면
전부 바뀌어 있으니
어제도 재밌었지만
오늘도 즐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