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二輪紀行] ep. 15 진해에서 마산
“좋을 때네, 젊은 친구. 그게 인생의 맛이야.”
오늘 여정은 진해에서 시작했다. 간밤에 회센터에서 사 온 횟감에 소주 한 잔을 곁들였더니 아침이 무거웠다. 군항제의 도시, 봄이면 벚꽃으로 넘친다지만 가을의 진해는 고요했다. 바다는 잔잔했고, 항구의 깃발들이 바람에 느릿하게 흔들렸다. 언젠가 한 번쯤, 꽃이 피는 봄에 다시 와봐야겠다 생각하며 길을 재촉한다.
불편한 속을 달래기 위해 마산 복요리 골목으로 향했다. 식당 안은 이미 따뜻한 온기로 가득했다. 테이블마다 중년의 남자들이 앉아 있었다. 그들의 젓가락 끝에서 복어 살점이 하얗게 부서졌다. 국물은 맑고 뜨거웠다. 한 모금 삼키자 속이 풀렸다. 개운함과 함께 기운이 확 올라왔다.
식당 앞에서 떠날 채비를 하는데 옆자리에 앉아 계셨던 아저씨가 번호판을 보더니 말을 걸어왔다.
“의왕에서 왔어요?” 그의 얼굴이 활짝 폈다.
“의왕! 우리 사위도 거기 살아!”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꽤나 먼 길을 달려왔는데, 순간 이웃친척을 만난 듯했다.
“이야, 좋네. 아침에 이런 국 한 그릇 먹고 바다 보러 가면.” 나는 말없이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복지리만큼이나 따뜻한 온기가 사람의 입에서 피어올랐다.
창원 귀산해변으로 향했다. 마산항을 끼고 달리는 길은 묘하게 활기찼다. 거대한 크레인이 바다 위로 팔을 뻗고, 컨테이너가 겹겹이 쌓여 있었다. 제법 발달한 항구의 모습이었다. 흔히 바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아니었지만 그 나름대로 주행에 즐길거리를 더 해주었다.
귀산해변에는 주말 나들이 객으로 가득했다. 우리도 인파들 사이에 오토바이를 세우자 한 무리의 아저씨들이 다가왔다.
“이거는 몇 cc 짜리야?”
“서울 번호판이네, 서울에서 여기까지 온 거야?”
“이런 건 당기면 얼마나 나가나?”
그들의 말투는 다소 거친 면도 있었지만 눈빛만큼은 소년의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1,000cc입니다. 멀리 다니려면 이만한 게 필요하죠.”
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을 때네, 젊은 친구. 그게 인생의 맛이야.”
한 아저씨가 우리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들은 나를 멋지다고 했지만, 나는 그들의 얼굴에서 묘한 순수를 보았다. 그들도 젊은 날엔 이런 낭만을 꿈꾸었을까. 그때의 바람이 아직 그들의 가슴 어딘가에 남아 있는 듯했다. 안전 운전하라는 아저씨들의 말에 나는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짧은 대화였지만, 이상하리만큼 따뜻했다. 다시 시동을 걸었다. 내 발걸음에 복지리의 맑음, 항구의 풍경, 그리고 아저씨들의 웃음이 함께 했다. 유난히 사람냄새로 가득한 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