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냄새 따라 가는 길

[二輪紀行] ep. 14 부안 줄포에서 격포

by 최기훈


그 냄새 속에 길이 있었다. 나는 오늘 그 냄새를 따라 달렸고, 그 냄새들로 하루를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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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완전히 지고 나서야 줄포에 닿았다. 어디가 땅이고, 어디가 바다인지 모를 갯벌 위에서 풀벌레가 울었다.

그 소리보다 먼저 냄새가 코를 찔렀다. 불어오는 바람 속에 염기 어린 냄새가 진하게 섞여 있었다. 젖은 흙과 바다의 비린내가 뒤섞여 밤공기가 눅눅했다. 나는 가로등 불빛에 의지해 겨우 텐트를 치고, 자리에 들었다. 소금기 어린 공기가 폐 속으로 들어왔다가, 다시 나왔다. 짠 공기가 내 몸 안에서 파도처럼 출렁였다.


아침 공기는 뜻밖에 상쾌했다. 비가 내렸는지, 이슬이 맺혔는지, 흙이 촉촉했다. 백로가 갯골을 따라 날고, 게들이 바위 위를 기어올랐다. 햇빛이 흙 위에서 김을 냈다. 젖은 흙냄새는 금세 마르고, 그 자리에 맑은 바람 냄새가 스며들었다. 엔진을 켜니 코스모스가 바람에 함께 흔들렸다. 나는 천천히 곰소로 내려갔다.


곰소에 닿기도 전에 바람이 냄새를 데려왔다. 짠내였다. 오래된 바다의 향기였다. 아무도 없는 염전 위로 바람이 흩어지고, 물레방아는 사람 대신 하염없이 돌고 있었다. 소금 결정이 햇빛에 반짝이며 바람 속으로 흩날렸다. 그리고 이내 사람의 냄새가 섞였다. 젓갈 통의 뚜껑이 열릴 때마다, 짜고 매운 향이 공기를 밀어냈다. 그 냄새에는 수십 년 묵은 바다가 있었다. 말라붙은 조개껍데기의 냄새, 오래된 장독의 냄새, 사람 손의 냄새.

바다에서 비롯된 짠내는 이제 사람의 냄새였다.


언덕을 넘자 공기가 바뀌었다. 곰소의 짠내가 옅어지고, 잠시 솔잎 냄새가 스쳤다. 그리고 다시, 바다의 냄새가 돌아왔다. 격포 앞바다가 눈앞에 열렸다. 채석강 절벽에는 바다의 냄새와 사람의 냄새가 세월에 켜켜이 스며 있었다. 그 공기를 마시며, 나는 내가 어디쯤 와 있는지, 얼마나 멀리 떠나왔는지 알 수 있었다.


다시 해가 질 무렵이 되자 바다는 붉게 달아올랐다. 붉은 노을 아래서 냄새는 한결 부드러워졌다. 하루 종일 나를 따라온 냄새였다. 줄포의 흙내와 곰소의 젓갈내, 격포의 바닷내가 섞여 있었다. 그 냄새 속에 길이 있었다. 나는 오늘 그 냄새를 따라 달렸고, 그 냄새들로 하루를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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