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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특급썰렁이 Sep 23. 2024

나의 이생 26

남중 옆 여중 (6)

그 날 아침도 학교는 난리가 났었다. 주말이 갓 지나고 난 첫 날 즉 어느 월요일 아침이었다. 오늘 우리 남자중학교 학생 중 한 명이 결석을 했단다. 뭐 중학생 그것도 남자중학생의 결석, 조퇴는 흔한 일 아니겠는가. 뭐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닌 것을. 그런데 그건 그다지 흔한 일이 아니었었다. 아니 아주아주 대단한 일이었었다.

  

주말이라 그것도 일요일이라서 그 누구도 중학교에 나타나지 않는 그런 날이었다. 일요일 아침 일찍 어느 할 일 없는 한가한 남자중학생 둘이서 학교에 놀러 왔다고 한다. 물론 남의 학교도 아니고... 본인들이 현재 다니고 있는 학교이니 포부도 당당하게 둘이서 학교 운동장을 가로질러 들어왔단다. 그냥 오긴 뭐했는지 가지고 놀 축구공을 하나 들고 왔는데, 넓디넓은 운동장에서 둘이서 오전 내내 이리 차고 저리 차고 신나게 뛰어다녔다고 한다. 한동안 그러다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그 둘 중 한 녀석이 갑작스레 제기차기를 하자고 제안하였다 한다. 그다지 넓고 큰 공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 제기를 굳이 너른 운동장에서 찰 필요까지는 없었기에, 둘은 학교 건물 옆에 있는 다소 그늘진 공간을 찾아나섰다. 그러고는 거기에서 자리를 잡고 이내 제기차기를 시작하였단다. 한 명씩 오랫동안 제기를 몇 개나 찰 수 있나 내기를 한참 하고 있던 그 때였다. 한 명이 자기가 차던 제기를 학교 담장 근처에 떨어뜨려서 그걸 주우려 수구렸다[수구리다/쑤구리다 ; "수그리다" 의 방언 (경남, 전남, 충청, 중국 길림성) - 작자 주]. 그 순간 새하얀 배구공 하나가 담장을 넘어 이쪽 남자중학교 쪽으로 떨어지는 게 아닌가. 그러고는 채 몇 초도 되지 않아서... 느닷없이 담장 너머로부터 교복 치마를 입은 웬 여학생이 담을 넘어 오는 것이 아닌가. 제기를 주우려던 그 학생은 진저리치며 놀란 나머지 앉은 그 자리에서 꼼짝없이 얼어 붙어버렸다.

     

그러자 담을 막 넘어온 여학생이 이 녀석을 보더니... 야, 너 뭐야. 내 치맛속 보려고 거기 계속 앉아 있었지? 이게 웬 날벼락인가. 그 녀석은 그저 자기의 제기를 주워서 다시 손에 넣고 싶었을 뿐이었다. 뭐라고 말해야 하나. 간신히 변명할 꺼리를 찾기도 전에 그 여학생의 오른손이 그 녀석의 왼뺨을 정확하게 강타했다. 헐, 따귀를 때릴 줄이야. 그 녀석은 너무도 억울하였기에 울먹이며 "나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라고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여학생은 단호했다. 뭘, 내가 담 넘어오면서 봤는데. 너 아까부터 거기 앉아 있었잖아. 어디서 거짓말이야. 너 진짜 한번 죽어볼래?순간 그 녀석의 머릿속에 번뜩이며 생각난 건... 쟤가 바로 그 유명한 여중생 일진들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떠올리는 순간, 그 여학생으로부터 참으로 가차없는 무자비한 폭행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것도 모자라서, 또다른 여학생이 한 명 더 담을 넘어 이쪽 남자중학교쪽으로 건너오더니... 처음의 그 여학생을 도와 이 녀석을 흠씬 두들겨 패기 시작한 것이었다. 옆에서 함께 제기를 차던 다른 남중생은 비겁하게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혼자서 줄행랑을 쳤단다,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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