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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특급썰렁이 Sep 24. 2024

나의 이생 27

남중 옆 여중 (7)

비겁하게 도망갔던 그 배신자 남자중학생이 고맙게도 학교 숙직실엔가 어디엔가 가서 신고를 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그 날 숙직 중이던 한 선생님과 함께 문제의 사고 현장에 달려갔단다. 여전히 그 녀석은 두 명의 무지막지한 여중생들에게 사정없이 구타를 당하고 있었고... 이를 보고 놀라자빠진 숙직 선생님이 감히 말리지 못하고 "너희 어느 학교 몇 학년 몇 반이니? 옆에 있는 서OO여중에서 왔지?" 하고 소리를 지르자, 이 여중생들은 그 선생님을 향해 한번 눈을 흘기고는 이내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재빨리 다시 담장을 넘어 도망가고야 말았다. "너네 도망가도 소용없어. 누가 우리 학교 학생 때렸는지 조사하면 금방 나와." 뒤늦게 그 숙직 선생님이 소리를 한번 더 질러봤지만, 유유히 그 여중생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난 뒤였다. 진정 아무런 소용도 없는 일이었다.


나중에야 얼핏 들려오는 내용은 이러했다. 그 여학생 둘도 그 남자중학생 녀석 둘처럼 일요일이라 멀리 놀러가지 않고 자기 학교 즉 여자중학교 운동장에 놀러온 것이라고 한다. 그냥 맨손으로 놀기에는 다소 적적하니 배구공을 하나 들고와서 둘이서 공을 서로 주고받으며 놀았다고 한다. 배구공으로 하는 이른바 "리시브 연습" 이랄까. 그렇게 배구공을 가지고 재밌게 놀다가 불현듯 꽤 따갑게 느껴질 정도의 햇볕을 피하고 싶었나 보다. 그렇게 이동한 공간이 하필이면 그 남자중학생 녀석들처럼 담장 근처였었다고 한다. 담장 근처에서 다시금 배구공 리시브를 하던 중에 휑 하니 배구공이 이쪽 남자중학교 쪽으로 훌쩍 넘어가 버리고 만 것이었다. 어떠한 연유로 학교도 쉬는 주말에 굳이굳이 교복을 입고 갔는지는 알 수 없다. 여담이지만, 학교에 갈 때는 아침이고 저녁이고 평일이고 주말이고 공휴일이고 심지어 설날이나 추석 같은 명절에도 무조건 교복을 입어야지만 교문을 통과할 수 있다고 믿는 그런 바보 같은 학생들이 꼭 있었다. 국민학교에도, 중학교에도, 고등학교에도. 그 남자중학생 둘도, 그리고 그 여자중학생 둘도 그런 바보 같은 학생들 중의 하나이었음에 틀림없으리라. 그 교복 치맛차림으로 2미터도 훨씬 넘는 담장을 넘으려니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하지만 그 여중생들은 하도 많이 해 본 솜씨였는지 전혀 힘들어하지 않아 하였더란다.

  

그렇게나 많이 얻어맞아서 결국은 월요일에 결석하게 된 그 남자중학생에 대해서도 소문이 돌았다. 전치 4주로 입원했다느니... 여중생들에게 얼굴을 너무 많이 맞아서 당분간은 등교하기가 힘들다느니... 여중생들이 자신들의 얼굴을 노출하지 않기 위해서 그 녀석의 눈을 집중적으로 때렸다느니... 혼수상태에 빠져서 식물인간이 되었다느니... 아마도 그 여중생들이, 평소에 교복 치마 안에 자전거 체인을 감춰두고 다니며 면도칼을 씹고 다니다가 필요시 뱉어댄다는 바로 그 무서운 일진 여중생들 중 하나라느니... 무수한 소문들로 한동안 나의 남자중학교 전체가 온통 왁자지껄 시끌벅적했었다. 그리고 든 남자중학교 학생들은 그 날로부터 아무도 감히 담장 근처에서 노는 사람이 없었다. 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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