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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특급썰렁이 Oct 04. 2024

나의 이생 28

남중 옆 여중 (8)

아주 오랜만에 돌아온 브런치스토리...  2주 가까이 이래저래 일도 많고 컨디션도 썩 좋지 않았다. 이제 곧 나의 이생 시리즈 3탄의 연재가 마무리되는 시점이라서 더더욱 아쉽고 안타까운 14일 간의 여정이었다. 날씨가 더 쌀쌀해지기 전에 얼른 에피소드를 서둘러 끝마침해 보련다.



일전에 한번 언급한 바 있는 중학교 3학년 시절 무지 열심히 공부했던 이야기를 잠깐 풀어 놓고자 한다. 중학교 2학년 때 만난 귀한 은사님 덕택에 수학에서 100점을 무난히 받게 된 이후, 나는 은근히 공부에 더욱 더 큰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중 1 때였던가 학교에서 1학년 전 학생들에게 실시한 아이큐검사에서 "147" 이라는 성적을 내었다. 국민학교 때의 134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라 할 수 있는 결과였다. 그처럼 남다른 두뇌를 가지고 굳이 공부를 못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는, 나의 이 밑도 끝도 없는 자기 자랑에 아주아주 재수없고 꼴불견이라고 생각할른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걸 길가에 다니면서 머리에 띠를 두르고 자랑할 수도 없고, 플래카드로 만들어 아파트 입구에다가 걸어놓을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내용이 다소 거북스럽고 불편하더라도, 작가라는 사람이 대나무숲에서 내지르는 그저 그런 혼잣말이라고 여겨주시면 감사하겠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중 2 겨울방학 때부터였나 갑자기 공부에 불을 뿜기 시작한 듯 싶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내 개인적으로 학구열 아니 인정욕이 발동한 것 같았다. 이왕 공부하는 김에 완전 입빠이 잘해가지고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받아 보자는 뭐 그런 욕구랄까. 왜냐하면 그 당시 유일하게 내가 노력하는만큼 그에 합당한 결과를 보여주었던 것이 바로 그 "공부" 라는 녀석이었기 때문이었다. 름 이런 목표가 생기게 되자, 과연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까 스스로 고민하게 되었다. 다들 알다시피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가자마자 전국 모의고사가 시작되었다. 기억하기에는 거의 매월 모의고사를 치뤘던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당시에는 경주시에 있는 모든 인문계 고등학교들을 고입시험을 통하여만 들어갈 수 있었다. 다시 말하자면, 예를 들어 부산광역시 같은 뺑뺑이가 아니었다는 것이었다. 내가 중 3이 되어서 처음으로 치뤘던 3월 모의고사 성적이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었다. 물론 당시 경주시에서 남자고등학교 중에서 최고봉이었던 O주고등학교 입학 커트라인은 아주 거뜬히 넘는 수준이었음에는 분명하나, 그 정도 수준에서 만족할 내가 아니었다. 그 무렵에는 경상북도에만 해도 김천, 포항 등등, 그리고 경상남도에도 울산, 진주, 마산 등등 꽤 많은 수의 도시에서는 여전히 고입시험을 통하여 학생들을 선발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고입 5개년 기출문제집" 과 같은 모의고사 실전문제집들이 여러가지로 출판되어 시중에 유통되고 있었다. 심지어 해방 직후부터 모조리 모아놓은 "50개년 기출문제집" 비스무리한 것도 있었던 걸로 어렴풋이 기억될 정도이다. 문제는, 이런 문제집들이 생각보다 가격이 제법 비싼 편이었다는 것이었다. 짠돌이 어머니를 졸라서 이 모의고사 문제집 딱 한 권을 샀다. 다행이 연년생인 작은누나가 작년에 사서 풀었던 다른 출판사에서 만든 모의고사 문제집도 한 권이 집에 남아 있었다. 우선 이 두 권을 죽어라 풀었다. 아니 풀었다기보다는 문제집 통째로 외웠다는 표현이 훨씬 더 근접하다고 본다. 대부분의 고입 입시문제들이 중학교 교육과정 내용을 거의 그대로 암기하면 다 맞출 수 있는, 약간은 학력고사 스타일의 문제들이었기 때문이었으리라 짐작이 된다. 출판사가 서로 다른 문제집 두 권을 싸그리 다 풀어대다 보니, 모의고사에 대한 자신감은 날로 쑥쑥 자라만 갔다. 혼자 문제집을 풀어가는 나날은 심심하고 지루한 그런 기분이었다. 묘수가 생각났다. 고입을 대비하는 여러 문제집들과 참고서들 중에는 이런 것도 있었다. "고입 대비 교과서 과목별 요약집" 뭐 이런 식의 제목이었다. 우리반에서 공부 잘 하는 친구 두 명을 데려다가 쉬는시간에 이 요약집을 가지고 퀴즈를 내고 맞추면서 놀았다. 누가 보면 그런 미친(?) 놀이가 다 있나 하겠지만, 다행히 그 두 친구 역시 좋아하는 눈치였다. 쉬는시간에 공부도 하고 머리도 식히고... 꽤 근사한 놀이거리였다.



그것도 모자라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미 두 권의 모의고사 문제집은 하도 여러 번 풀어대서 가히 너덜너덜해져 버렸다. 문제집당 적어도 세 번씩 반복해서 풀었던 것 같다. 회상해 보건데, 내 평생에 이때만큼 공부를 죽어라 열심히 했던 적도 없는 듯하다. 열정과 집중력만을 따져본다면, 아마도 고3 때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을만큼. 집에 돈이 없으니(당시 나보다 세 살 많은 큰누나가 고3이라서) 어머니한테 문제집을 더 사달라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고 끙끙 앓았다. 하지만 그대로 주저앉을쏘냐. 주변에 공부 대충 하는 친구들에게 한 명 한 명 다가가서, 내가 가진 것과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문제집들을 하나씩 구하기 시작했다. 누가 풀었던 흔적이 있는 문제집이라도 아무 상관 없었다. 새로운 문제만 접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한 삶의 연속이었으니까. 그렇게 중 3 1년 동안 풀어낸 모의고사 문제집만 도합 10권쯤 된다. 물론 각각의 문제집들은 최소 2~3회 이상 풀어서 내 것으로 만들었다. 그러니 자연 매달 모의고사 성적은 급격한 우상향 상승곡선을 그렸고, 반에서 매번 1, 2등을 다투는 수준으로 변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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