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1992년 그 당시에는 세상이 참 어두웠던 것 같다. 왜냐하면 중학생들조차 조용히 살지는 않는 그런 세상이었으니 말이다. 2학년 때였었나, 한번은 체육시간에 체육 쌤으로부터 우리 학교에 대한 얘기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사전에 말하는 것이지만, 우리 학교 그 신O중학교가 결코 문제 아이들로만 가득찬 그런 하자많은 싸구려 중학교가 아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도 워낙에 학생들 숫자가 많다보니, 체육 쌤은 오랫동안 그 남자중학교에 근무하시면서 정말 별의별 일들을 다 겪어오셨단다. 한번은 아주 소심한 학생이 한 명 있었는데, 그 학생을 매일 괴롭혀대는 어떤 요상한 학생이 있었다고 한다. 하루는 그 요상한 녀석이 언제나처럼 그 소심한 학생을 쉬는 시간에 괴롭혔는데, 그 정도가 매우 심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소심한 학생이 그 다음 수업시간 내내 이를 부득부득 갈았던 모양이다. 그리하여 그 수업시간을 마치는 종이 울리자마자 자신의 책가방 속에서 등산용 칼을 하나 꺼내들더니만 들입다 그 요상한 녀석의 배에다가 확 그어버렸단다. 그러자 그 배에서 창자가 와르륵... 수업을 마치고선 미처 교실 밖으로 나가지 못한 선생님이 발견해서 그 창자를 손에 들고 병원으로 뛰어갔다는... 뭐 이런 식의 이야기 말이다.
뭐 그것뿐이겠는가. 당시 신O중학교에는 씨름부가 있었는데, 씨름부의 연습장인 모래밭이 학교 정문 근처에 있었다. 어쩌다 한번씩 하교하는 길에 보면, 그 씨름부 학생들 몇 명이 씨름 연습을 하다말고... 모래밭을 다지는 데 쓰이는 삽자루와 곡괭이를 어깨에 울려매고 학교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종종 볼 수가 있었다. 그들의 대화는... 또 어디고?어디서 싸움 났는데?오늘은 누구랑 붙은거라데? 오늘도 어디에서 패싸움이 난 모양이다. 무슨 영화 찍는 것도 아니고, 교복 입고 다니는 학생들끼리 어쩜 그리 패싸움이 많았는지 참 모를 일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가 졸업한 신O중학교는 경주시 내에서도 경O중학교 다음으로 공부 잘 하고 우수한 학생들이 많기로 소문난 꽤 괜찮은 남자중학교였다고 감히 자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 숫자가 많다 보면, 가끔은 이런 불량한 학생들도 제법 섞여 있을 수 있는 일이지 않겠는가.
하긴 듣기론 여자중학교 학생들도 상당히 무시무시했다고 한다. 어느 여중 학생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여중생들은 교복 치마 안쪽에 자전거 체인을 길게 늘어뜨리고 다닌다고 했다. 그러고 다니다가 누군가 시시껄렁한 남자중학생이나 고등학생들이 시비를 걸어오거나 혹은 자기보다 예쁜 여중생이 나타나기라도 한다면, 그 체인을 냅다 꺼내서 꽤 사나운 무기로 사용한다고도 했다. 특히 자기보다 얼굴이 훨씬 예쁜 여중생과 마주치게 되면, 그 얼굴에다가 체인을 후려 갈기거나 아니면 씹고 다니던 면도칼을 뺨에 뱉어버리기도 한다는 ㅠㅠ 암튼 그 시절 그 여자중학생들은 혹시라도 마주칠까봐 두려울 수밖에 없는 그런 두려운 상대였었다. 그러니 내가 중학교 3년 내내 다른 것에는 한눈 팔지 아니하고, 오로지 학업에만 열중 또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