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의 3요소 ㅡ배우, 각본, 관객 연출가가 의도를 가지고 각본을 짠다. 배우를 뽑는다. 이때 배우는 나는 이역이 싫어요, 저역이 좋아요, 토를 달 수 없다. 오직 순종만 있을 뿐이다. 연출가가 주제에 꼭 어울리는, 그 역을 제일 잘할 배우를 선택하여 캐스팅했을 것이다. 그 연극이 끝날 때, 배우도 갈채받겠지만 연출가도 웃을 수 있는 그런 배우를 선택할 터이다. 연출자의 대본대로 순종하여 만들어진 연극에 관객들은 갈채를 보낸다.
인생도 마치 연극과 같다. 연출가는 하나님, 각본은 성경, 배우는 바로 나. 관객은 세상. 주께서 나를 지으시고 자녀 삼아 주셨다. 나를 사랑하실 수밖에 없다. 나의 체질과 성향을 제일 잘 아시고 이 땅에 보내실 때 나만의 역할을 주셨다. 캐스팅하셨다. 미션을 주셨다. 그분이 주시는 대본인 성경에 따라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할 때, 좋은 배우가 된다.
그런데 그 역할이 문제다. 공주나 왕자 같은 행복한 역을 주시면 얼마나 좋으랴? 그런데, 누구도 맡고 싶지 않은 역할- 예컨대 장애인 역, 장애인 부모가 되는 역, 도중에 장애를 가지는 역.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다. 하늘을 향해 삿대질하다 그것마저 힘들어지면 땅속으로 녹아 버릴 것 같은 심정. '왜 하필이면, 나. 내냐고요 내가 왜 이런 역을 맡아야 하나요?
마리아의 수태고지 그림. 결혼을 기다리고 있는 마리아에게 천사가 나타나 말한다. '네가 수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다' 결혼하지 않는 처녀가 임신하게 되는 것은 파혼 내지 죽음이다. 이어 천사는 '은혜받은 자여, 주께서 너와 함께 하신다, 무서워 말라' 마리아의 반응 '저는 주의 종이니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 보라 만세에 나를 복이 있다 하리라' 찬양한다.
기막힌 이야기다. 천사의 말도 마리아의 말도 나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처녀가 임신을 하는데 은혜라니... 그리고 지기는 복이 있다라니... 누가 마리아의 순종을 흉내 낼 수 있으랴? 나는 재앙 같은 역할을 맡게 되면 마리아처럼 yes 라 말한 용기도, 믿음도 없다. 더욱이 마리아처럼 찬양이라니...
그러나 살아 보니 마리아가 옳다. 말씀이 옳다. 담 너머를 볼 수 있는 마리아의 '복이 있다'라고 찬양하는 구절엔 목이 멘다. 내가 맡은 역에 yes라는 말은 온전히 못 해도 적어도 그분의 말씀은 맞다.
장애아들을 낳고서 한동안 낮에는 웃어도 밤에는 울었다. 자다가 꿈결에 울고 있는 나를, 남편이 흔들어 깨웠다. 세월이 흘렀다. 어느 날 남편이 말했다. '당신, 자면서 찬양하던데?'
폴 바스텐의 책 '이야기는 힘이 있다'에서 '하나님은 최강의 약점을 가진 평범한 사람을 찾아 사용하신다. 우리에게 나만이 담당할 수 있는 역할을 맡기신다. 우리가 믿거나 말거나 우리는 하나님의 이야기 안에서 정말 멋진 역할을 맡은 인물이다. 하나님은 우리가 그 사실을 알기 원하신다. 우리가 그 역할에 큰 기대를 갖기를. 그리고 그 역할을 잘 받아들이기를 바라신다.'
찬송가 458장은 1916년 미국인 오그 돈 여사가 교통사고로 거진 식물인간이 되신 아버지를 돌보면서 쓴 시다.
1. 너의 마음에 슬픔이 가득할 때 주가 위로해 주시리라 아침 해 같이 빛나는 마음으로 십자가 지고 가라
2. 때를 따라서 주시는 은혜로서 갈한 심령에 힘을 얻고 주가 언약한 말씀을 기억하고 십자가 지고 가라
3. 네가 맡은 일 성실히 행 할 때에 주님 앞에서 상 받으리 주가 베푸신 은혜를 감사하며 십자가 지고 가라
언젠가 하나님이 캐스팅한 나의 연극이 끝난다. 무대 위의 불이 꺼진다. 그분께서 오케이 사인을 주신다. 다가와 나를 안아 주시며 토닥토닥. "수고했어, 재미있었지?" 그때까지 그분께 눈 맞추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