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하는 건 반가운 일이지만 生老病死가 아니라 생로병병~사가 되고 있다. 무병장수가 아닌 유병장수. '22년 통계로 한국인 기대수명은 남자 79.9세, 여자 85.6세. 그러나 건강하게 사는 건강나이는 평균71세니 오랜기간 힘든 노후를 보내야한다.
건강이 매우 좋지 않으셨던 아버지. 직장 생활 마지막 몇 년을 채 감당하지 못하시고 명예퇴직하셨다. 힘없이 자리 보존하고 계시다가 어느 날, 게이트볼에 빠지셨다. 매일 20여분 떨어져 있는 구장까지 걸어가셔서 공을 치셨다. 건강이 좋아지셨다. 구순 훌쩍 넘기까지 나름 동네 현역 선수로 계셨다. 어느 날 감기로 운동장에 못 가시게되어 게이트볼 치기를 멈추셨다. 요양병원에 95살에 입원하셨지만 정신은 맑으셨다. 병상에 누워 계신 기간은 채 1년이 안되고 96세의 수를 누리셨다. 그나마 생로병~병~사는 아니셨다. 늦게 시작하신 운동의 기적.
아버지를 따라 역시 게이트볼에 늦게 입문하신 어머니. 젊으셨을 때 약하셨다. (덕분에 장녀인 나의 등에는 항상 동생 한 명이 업혀 있었고 나는 동생을 업고 배튼민튼을 치고, 만화방을 들락거렸다.) 그 운동 덕분에 노년에 건강하시고 92세의 수를 누리신 듯하다.
일전에 몇 군데 요양병원에 들린 적 있다. 밤낮 의식 없이 누워만 계시는 분. 기저귀만 차고 천으로 손발이 침대에 묶여 있는 분. 어느 병실에 들렸더니 넓은 방에 환자들이 모두 죽은 듯이 누워계셔서 문을 황급히 닫고 나왔다. 죽어 이곳을 나가기를 본인도 가족도 기다리는 그곳..
최근 노인들의 건강에 대한 정보가 책으로 미디어로 홍수를 이룬다. 생노병~병~사가 아닌 생로병사의 삶이 되도록. 내 발로 화장실 가고 내 손으로 내 내의 입는 게 최종 목적.
말년에 두려운 것들 중 하나는 치매. 어머니는 일년 남짓 착한 치매를 앓으셨다. 내 앞에 계셔도 먼 나라에 계신듯한 대화를 하셨다. 때로는 인간의 원초적 성향을 가감 없이 드러내셨다. 아무것도 해드리지 못하는 좌절, 슬픔. 나도 언젠가 갈지 모르는 그 길의 두려움.
나의 신앙생활에 절대적 영향을 주셨던 한 목사님. 얼마 전 반가운 해후. 그러나 목사님은 인생의 뒤편으로 가 계셨다. 쩌렁쩌렁 복음을 외치셨던 목사님. 이제는 방향감각도 무디어지셨다. 허망함에 가슴이 시렸다.
우리의 사랑하는 이들이 점점 다시 아기가 되어가고 있다. 나 역시... 본인은 모르지. 인생의 마지막 때. 인지와 육체의 쇠락.
운동을 하란다. 많은 어르신들이 넘어져서 돌아가신다. 다리 힘이 약해져서 기우뚱. 뇌출혈. 혹은 근 손실로 병상을 떠나지 못하고 폐렴. 그리고 몇 달 후 돌아가시더라. 걷기도 하지만 근력운동을 하란다. 놀라운 사실은 운동이 뇌 노화도 억제한다는 사실. 70세가 되신 어떤 분은 활기찬 삶을 사신다. 어떤 분은 침상에 누워 시간을 보내신다. 그 차이는 40세 때의 내재 역량 관리, 즉 운동, 식사,수면,사회관계, 스트레스 등의 생활 습관 요인에 따른단다. 이것은 남성은 24년, 여성은 21년의 수명 차이도 가져온단다
느지막히 오랫동안 동네 피트니스센터를 다닌다. 예전 젊었을 때는 바쁘거나, 아프거나... 결국 이라크 전장같다는 갱년기증상과 고혈압과 지속적 두통증상이 계속되는 50세에 헬스 회원권을 끊었다. 대충대충 사부작사부작한다. 그래도 십여 년 전에는 육체 나이가 5살 어리게 나왔다. 그래도 고혈압이 정상이 되었고 고지혈도 많이 좋아졌다. 아직까지는 허리 무릎이 괜찮다.
코로나 때 일 년간 운동을 쉬었을 때 양쪽 어깨 통증이 심했다. 병원 치료비가 거진 백만 원 이상 들었는데도 한쪽만 나았다. (이 금액이면 센터 2년 등록비) 운동을 다시 시작한 지 두 달쯤 되니 어느 틈에 나았다!
편마비가 되시고 센터에 나으시는 한 어르신. 한 손을 잘 못 쓰시고 뒤뚱거리며 걸으셨다. 아파서 요양병원에 갈 한달 돈으로 몇년 운동할 수 있다 피트니스센터라 쓰고 '재활 치료원'이라 읽는다. '치매 예방센터'라 읽는다.
모델 한혜진에게 물었다. "운동에 왜 그렇게 집착하느냐?"
그녀의 답 "당신은 다 벗고 거울 앞에 섰을 때 본인 몸에 만족하세요? 세상 어떤 것도 저 마음대로 안돼요. 일도 사랑도. 그러나 나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일이 있어요. 몸만들기. 시간 들여 지식이나 언어는 익혀도 결과가 눈에 당장 보이지 않아요. 그러나 몸은 시간 쓴 만큼 당장 보이니 남는 장사지요. 옷빨도 좋아지고 눈으로 건강한 내 몸을 바라보면 정말 자존감이 확 올라가요."
몸은 정직하다. 운동 한 만큼 건강해지고 먹은 만큼 살찐다. 당화 독소라는 게 많은 쌀, 빵, 떡, 라면, 패스트푸드는 먹은 만큼 몸의 기능이 나빠진다.
운동은 육체뿐 아니라 뇌의 기능에도 관련된단다.
뇌를 젊어지게 하는 놀라운 운동의 비밀을 밝히는 책 .
운동과 뇌의 관계를 연구한 결과물. <운동화 신은 뇌>
우유도, 오렌지주스도 여러 첨가물과 항생제가 들었단다. 도대체 무얼 먹으라고? 지인 중 한 분은
"짧은 인생, 머리 아프게 따지지 말고 맛난 것 실컷 먹고 죽으면 죽지 머" 살이 무섭게 찌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 비만이 각종 병들을 만들었다. 그야말로 생로병사가 아닌 생로병,병의 트랩에 걸리게 되었다.
죽는것도 마음대로 되는게 아니었다. 생각대로 안되는 게 인생.
병들면 본인이 괴롭다.
사랑하는 자녀를 끝까지 돌보지도 못한다. 배우자를 자식을, 본의 아니게 힘들게 한다. 젊어 돈 버느라 몸을 소홀히 하면 노년에 더 많은 돈이 들지 모른다. 물론 세상 일에 공식이 있는 게 아니어서 건강하다가도 병들 수도 있고 사고를 당할 수도 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해야지.
운동은 하기 싫다, 귀찮다. 그러나 나를 사랑한다면 자식을 사랑한다면 적어도 운동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