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안에 핀 꽃
오래된 아파트.
많은 이들이 새로 지은 아파트로 이사를 가버렸다.
전세비가 싸니 젊은 가족들이 이사를 왔다 갔다 한다.
예전에는 집집마다 돌아가며 반상회라는 걸 했던 때도 있었다. 얼마 전까지도 이사 오면 아래윗집 앞집으로 떡을 돌리며 안면들을 텄었다.
요즘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이사 왔다가 가버린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나는 새로운 얼굴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몇 초의 적막감. 쑥스러움.
괜히 벽의 광고를 보고 또 들여다본다.
데면데면하게 보다가 각자 자기 층에서 내린다.
어느 날, 일층에서 우르르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 안의 적막감과 쑥스러움.
띵~. 5층에서 엘리베이터가 섰다.
문쪽으로 향해 섰던 여인이 등을 돌렸다.
아아~ 꽃이 피었다.
"안녕히 가세요"라며 활짝 웃었다. 얼떨결에 나도 웃으면서 "먼저 가세요"
꽃보다 아름다운 것이 사람의 미소였다.
그때부터 고민 하나가 없어졌다.
5초~ 10초 간의 쑥스러움이 없어졌다.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면 누구에게나 먼저 인사를 한다. 택배아저씨나 누구든지.
쉽다. "안녕하세요" 그리고 헤어질 땐 "안녕히 가세요"
이상한 건, 어떤 사람도 내가 먼저 인사할 때, 그 인사를 안 받아 주는 이는 아직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엘리베이터 안에 꽃이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