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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천국

은혜는 돌고 돌아

by 제이

90년대, 펜실베이니아에 체류시.


따르릉...
좋은 횟감이 생겼으니 와서 같이 먹자는 옆 동네 A 집사님 전화.
회 먹으러 오라고 초청받은 이들은 우리 가정 외에도 몇몇 가정이 더 있었다.

작은 아파트.
좁은 그 집 애들 방에는 2층 침대가 있고 한창 개구쟁이 짓을 하는 형제 두 명은 장난감이랑 옷가지 등으로 방을 어질러 놓았다.
주인집 애들이랑 우리 애를 포함한 손님들 애들은 그 어질러진 방 안에서 방방 뛰며 희희낙락이다.
횟감을 잘 먹지도 잘 팔지도 않는 그곳 미국에서 횟감이라니...
애들은 방 안에서 오래간만에 먼지 펄펄 일으키며 노느라 즐겁고, 거실에서는 어른들이 회 파티로 즐거운 한때.

따르릉...
A 집사님 전화.
"초밥 드시러 오셔요."
초밥집에서 일하시는 B 집사님이 노는 날을 이용해 이 집에서
초밥 시식회를 열었다.
모든 재료를 가지고 온 그녀는
계속 초밥을 만들고 그곳에 초대된 사람들은 그 귀한 초밥 파티를 가졌다.

언제는 회, 언제는 초밥, 때로는 맛있는 커피가 생겼어요, 수박을 먹읍시다.
계속 이어지는 즐거운 파티.

주인장인 A 집사님은 사실 남에게 마구 베풀 경제적 여유가 없는 분이다. 부부가 그냥저냥 몸으로 일을 하시며 생계를 이어가시는 교민.
그런데 그 집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파티가 열린다.

그게 그랬다.
주인장께서 가끔 먹을 것이 생기면 이곳저곳 연락해 지인들을 부른다. 그러다 보니 그곳에 오신 분들이 언젠가 자기들도 특별한 게 생기거나 사게 되면 그 집으로 가져온다. 그러면 주인장은 이곳저곳 교인들을 초대하는 것이다.
이민교회.
잘 정착하여 아주 여유롭게 사시는 교인도 있으나, 그냥저냥 몸으로 하루하루 생계를 유지하시는 분들도 있다.
유학생이나 주재원들은 한시적으로 체류하다 귀국해 버린다.
서로가 데면데면하게 지내다 스쳐 지나가 버릴 수도 있는 곳이다.
그러나 A 씨 덕분에 그 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나누면서 정을 나누고, 삶의 슬픔과 기쁨을 나눈다.

결코 부자가 아닌 그 집. 그러나 마음이 부자인 주인장 때문 사람이 모이고 풍부함이 넘치는 곳.
펌프질을 해도 물 한 방울 나오지 않은 사막 같은 세상, 그러나 한 사람이 마중물을 부으니 끊임없이 물이 흘러나온다.
외롭고 낯선 이방인들이 모이는 그곳, 그 집에서는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풍요가 넘쳤다.

누군가는 천국과 지옥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나중 알았는데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이야기란다)
식사시간, 그곳의 숟가락은 너무 길다.
서로가 서로를 먹여주어 연신 모두가 즐겁게 맛있게 배부르게 먹는 그곳은 천당.
자기 숟가락으로 자기 입으로 떠먹으려니 먹기가 거진 불가능하여 굶을 수밖에 없는 우울한 그곳은 지옥.

몇 년 전.
딸이 초등학교 애 둘을 데리고 뉴욕에 갔다. 며칠간 머물다가 워싱턴으로 이동해서 출장차 가 있는 사위와 합류해야 했다.
택시를 예약하여 숙소에서 공항까지 가는 걸 취소하고 경비 아낀다고 지하철로 이동하기로 했다.
새벽 일찍 나섰으나 노선을 잘못 알아 시간은 촉박해졌는데 에쿠 지하철이 고장이 나서 stop.
다들 하차하고 지상에는 만일에 대비해 앰뷸런스가 왔다.
비행기 타는 시간은 지나가 버렸다.
애 둘에 짐짝 같은 가방. 더욱이 외국. 결국 딸은 눈물을.
딸네를 유심히 보던 한 남자.
"도와줄 일이 있나?"
딸 사정을 알고서 항공사로 전화하여 사정을 이야기하고 다음 비행기 연결까지 해주었다.
따뜻한 커피와 음료수를 사 주며 딸네를 진정시켰다.
감격한 딸, "적은 액수라도 보답하고 싶어요."
그 남자의 대답.ㅡ"힘든 상황의 다른 사람을 돕는 게 나에 대한 보답"

세상 이치가 그렇지 않던가.
내가 남을 도와주면 그 사람은 또한 다른 이를 도와주고 언젠가는 내가 도움을 받게 되는 세상.
그 관계에서 결코 혼자로서는 못 누릴 사람 냄새와 기쁨, 충만함.
1+1=2가 아니라
1+1=무한대의 기적.

시시로 천사가 출몰하는 곳
그 곳이 천국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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