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아이가

사람이 염치가 있어야지

by 제이

"고마해라 마이무따 아이가.
(그만! 많이 먹었지요.)
예전 영화 <친구>의 한 대사.

지난 송구영신 예배.
주셨던 한 해를 감사하며 새해의 소망을 기도하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떠오른 어느 구절.
`그녀는 그해, 무시무시한 ~한 일이 일어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하고...'
갑자기 최근 돌연 소천한 친척들과 남편 친구들이 줄줄이 생각났다.
갑자기 머리가 어지럽다.

어떻해 어떻해...
무섭다.
주께서 부르시면 지금 당장이라도 가야 하는 우리 인생.
우리라도 예외가 아닌데.
그러나 우리는 평생 살 것 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

사랑하는 가족을 황망하게 보내고도 일상을 잘 영위하고 있는 주위의 지인들이 새삼 존경스럽다.

아~ 나는 새삼 알게 되었다.
매일 '전능하사 천지를 지으신 하나님 아버지를 내가 믿사오며...'
그 고백이 엉터리인 나의 믿음 없음을.
지금 여기까지, 주께서 준비하시고 이끄시고 동행해 주셨다고 '하늘을 두루마리 삼고 바다를 먹물 삼아도 그 크신 은혜 다 기록할 수 없다'
고 찬양했던 것이 진실이 아니었음을.

얼마나 많은 것을 받았었나?
얼마나 많은 기적을 보았었나?
그 모든 것을 허투루 무시하고
나는 여전히 하나님을 의심.

사건사고 많은 이 세상에서 지켜주셨고
주셨고
주셨다.
그분의 아드님까지 주셨다.
그런데 그 모든 은혜 깡그리 무시하고 더 받겠다는 욕심.
나이 들면 노쇠가 오고
나이 들면 죽음에 더 가까이 간다는 자연의 섭리까지 부인하고 싶은 오만함.
장애인 아들을 지금까지 기적적으로 보호해 주셨는데
행여 혼자 남게 되면 어떻게 되나 하는 믿음 없음.
참 염치가 없는 나의 믿음.

`그만해라 많이 묵었다 아이가
사람이 염치가 있어야지`
하루에도 몇 번 읊조린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여기가 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