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결혼식에서
지난 3월 15일에 저의 큰딸이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요즘엔 주례가 없고, 양가 부모님의 축사(덕담)를 한다고 합니다. 사돈께서 양보를 해주셔서 제가 덕담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내용을 한번 올려보겠습니다. (예식장 관계자는 덕담 시간을 4분으로 해달라고 했는데, 제가 읽어보니 4분 30초였습니다. 결혼식장에서는 좀 더 길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복을 입고 인사를 하느라 조금은 시간이 더 걸렸을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신부 ooo의 엄마, 신랑 ooo의 장모가 되는 강지영입니다.
흔히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을 합니다.
이 앞에 서 있는 두 사람도 부모님은 물론, 여러 친인척분들의 관심과
친구, 직장 동료 등, 여러분들의 사랑 속에서 이만큼 성장했습니다.
오늘 두 사람의 새로운 시작을 축복하기 위해 귀한 발걸음 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고맙습니다. (인사)
저는 평소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오늘 점심은 무얼 먹을까 하는 작은 고민부터, 내 인생의 목표는 무엇인가 하는 중대한 결정까지 말입니다. 여러분께서도 오늘 아침 '결혼식에 무슨 옷을 입고 갈까' 고민하시다가 기꺼이 오신 거죠? 그 귀한 선택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인사)
오늘의 신부, 제 딸 ooo는 늘 자기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아이였습니다. 학교와 직장을 선택하는 과정에서도 늘 자신의 주관을 믿고 나아갔습니다. 그런 ooo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인 '배우자'를 스스로 결정했습니다. 여러분, 우리 딸이 신랑감을 아주 잘 골랐지요? (잠시 멈춤)
맞습니다. 우리 사위는 매사 긍정적이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참 좋은 사람입니다. 무엇보다 보시다시피 참 잘생기지 않았습니까? 이런 멋진 아들을 저희 가족으로 보내주신 사돈어른과 사부인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사돈 측에 인사)
오늘 엄마는 너희가 앞으로 걸어갈 길에 대해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단다. 흔히들 결혼하면 서로에게 비를 막아주는 우산이 되어주라고 하지? 그런데 엄마는 생각이 조금 다르단다.
살다 보면 말이야, 예고 없이 쏟아지는 소나기도 있고, 우산 하나로는 도저히 막아낼 수 없는 거센 태풍이 불 때도 있어. 그럴 때 우산이 작다고 상대를 탓하거나, 젖은 옷 때문에 서로 얼굴을 붉히지 않았으면 좋겠어.
오히려 그냥 둘이 손 꼭 잡고 기꺼이 비를 함께 맞으며 즐겁게 웃어버리는 부부가 되렴.
"에라, 모르겠다! 같이 젖자!" (장난스럽고 밝게. 완전 구어체로...)
하고 웃으며 뛰어가는 그 순간, 너희를 괴롭히던 비바람은 어느덧 너희만의 특별한 추억이 될 거야.
그 빗속에서 서로의 젖은 어깨를 다독이며 이 말을 꼭 나누길 바란다.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둘을 바라보며 천천히)
이 이해와 배려의 마음이 있다면 어떤 시련도 너희를 무너뜨리지 못할 거야.
그리고 다시 해가 떴을 때, 서로의 공을 높여주며 이렇게 말해주렴.
"당신 덕분이야, 고마워."(둘을 바라보며 천천히)
이렇게 서로를 존중하며 비바람을 뚫고 함께 걷다 보면, 세상 그 누구도 끼어들 수 없는 든든한 '전우애'가 생기는 법이란다. 엄마는 너희가 서로의 등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최고의 파트너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둘이서 함께라면 어떤 비구름도 결국 무지개를 데려오는 축복이 될 거라 믿는다. 비 온 뒤에 땅이 더 단단하게 굳어지듯이, 너희의 앞날도 매 순간 더 견고하고 행복해지길 엄마가 늘 기도하고 응원할게.
oo, oo 사랑한다!
다시 한번 두 사람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해.
귀한 시간 내어주신 하객 여러분, 어느덧 새해가 두 달이 지났습니다.
올 한 해 여러분의 가정에도 행복과 행운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