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왕초보의 '제미나이' 체험기
학창 시절, 컴퓨터를 처음 접하면서 컴퓨터 용어가 외계어처럼 느껴졌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은데 시험은 봐야 하고, 강의 내용을 통째로 외워서 겨우 학점을 받았다. 졸업 후, 컴퓨터와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했다. 그때의 충격! 클릭만 하면 그에 연관된 내용이 쫘르르 펼쳐지는 화면은 신세계였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할 때의 놀라움이 그랬을까.
놀라움은 잠시, 컴퓨터를 익히느라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 이제 전문가의 수준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일상생활에서 큰 어려움 없이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안심했다. 그런데 지난주 또 한 번의 위기를 느꼈고, 또 한 번의 감격을 맛보았다. 바로 AI 얘기다.
최근 들어서 AI라는 말이 텔레비전 뉴스마다 차고 넘친다. AI가 인공지능이라는 건 알겠는데, 도대체 그 실체를 알 수 없었다. 또한번 디지털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 밀려왔다. AI라는 말이 높은 벽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담장을 넘어가는 담쟁이도 있지 않은가.
AI가 뭘까? 우선 유튜브를 찾아보았다. 민주연구원이며 '모두의질문Q' 박태웅 대표,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의 강연을 들었다. 열심히 들어도 뜬구름 잡는 듯한 내용이었다. 체감하기 어려웠다. 강연 내용을 들어도 내 머릿속에 들어오면 어디로 스며들었는지, 어디로 빠져나갔는지, 들을 때는 흥미로운데 듣고 나면 기억에 남아 있지를 않았다.
내 나이 60대! 나 같은 아날로그 세대는 무언가를 배울 때는 책 먼저 찾곤 한다. 그래서 김대식 교수가 쓴 <어린이를 위한 인공지능>이라는 책을 구매하였다. 어린이를 위한 책이라고 했으니 접근하기가 만만했다. 과연 내 전략이 통했다. 김대식 교수는 아주 쉬운 말로 아주 쉬운 예시를 들어가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설명을 들려주었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우리는 생활에서 이미 AI를 사용하고 있었다. '시리'에게 날씨를 물어보았던 스마트폰 음성인식, 장애물을 피해 다니면서 구석구석 청소하는 로봇청소기, 산책하다가 만난 스마트폰의 꽃 검색, 유튜브와 넷플릭스의 추천 서비스(알고리즘), 내비게이션의 길 안내, 등등. 이미 우리 생활에 익숙한 것이었다. 몰라서 두렵기만 했던 것이지, 알고 나니 막연한 두려움이 가셨다. 그렇다면 '생성형 인공지능"은 또 뭘까.
김대식 교수에 의하면 '로봇'이라는 말은 원래 '일하다', '노예'를 뜻하는 체코어 '로보타(Robota)'에서 왔다고 한다. 노예처럼 시키는 일만 하던 로봇이 이제는 인간의 지능을 넣어주자 생각하고 분류하고, 판단하고, 감정까지 읽어주는 로봇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모르는 '생성형 인공지능'을 체험하고 싶었다. 그것은 구글의 '제미나이'이다. 찾아보니, 제미나이(Gemini)는 라틴어로 '쌍둥이자리'라는 뜻을 담고 있다. 쌍둥이는 외모부터 생각까지 많은 부분을 닮지 않았는가. 게다가 옛날부터 별자리는 길을 잃은 사람에게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AI와 인간이 쌍둥이처럼 가깝게 지내면서 서로 협력하며 지내보자는 의미로 명명했다고 생각하니, 더욱 친밀하게 느껴졌다.
네이버 검색창에 '제미나이'를 입력했다. 제미나이 검색창이 뜬다. 내 머릿속에 그려지는 풍경을 문장으로 입력한다.
한밤중에 창가 책상에서 글을 쓰고 있는 여자를 그려줘.
창밖에 나무가 있고, 달이 떠 있어.
여자는 짧은 머리이고, 와인색 티셔츠를 입었어.
책상 위에 찻잔이 있어.
여자가 진주 귀걸이를 했어.
등으로 채팅창에 입력하면 사진처럼 그려준다. 이 내용을 한꺼번에 입력해도 되고, 도중에 추가 입력하면 기존에 그린 그림에 보충해서 내보인다.
이렇게 인공지능은 내가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어준다. 나아가 영상제작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나는 AI로 영상 제작까지는 해보지 못했다. 다음으로 제미나이 검색창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강지영에 대해 알려줘" 그랬더니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단 1초 만에 보여준다.
강지영 시민기자는 주로 오마이뉴스(OhmyNews)에서 활동하며 일상의 소소한 경험, 교육 현장의 이야기, 그리고 사회적 단상을 기고하는 시민기자입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방송인(아나운서) 강지영 님과 동명이인이며, 이분은 현직 초등학교 교사로서 학교에서 아이들과 겪는 에피소드나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따뜻하고 날카로운 시선을 글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주요 기사 내용과 특징을 정리해 드립니다.(출처:제미나이)
그리고는 주요 활동 및 기사 주제, 최근 화제가 된 기사(2024~2026년 기준)를 화면에 띄워준다. "제미나이는 어떻게 이렇게 금세 강지영 시민기자에 대한 내용을 알려줄 수 있어?"라고 내가 묻자,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빠르게 답변할 수 있었던 비결은 크게 세 가지 능력의 조합 덕분입니다. 텍스트, 코드, 책, 논문, 연구보고서 등의 방대한 데이터와 문맥을 이해하여, 실시간 검색 능력을 가지고, 초고속 요약으로 핵심을 파악하는 게 비결입니다. 사람이 검색 결과를 하나하나 읽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제미나이는 검색된 여러 페이지의 내용을 동시다발적으로 읽고 분석합니다.
(출처:제미나이 답변 요약)
축적된 방대한 자료의 글자를 한 자 한 자 읽는 것이 아니라, '통'으로 읽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인터넷상에 올리는 글, 그림, 사진, 영상, 등의 많은 자료들이 제미나이의 빅데이터가 되는 셈이다. 김대식 교수는 위 책에서 인터넷의 부작용도 일러준다. 바로 '필터 버블'이다.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란 인터넷 서비스 생산자가 이용자의 성향을 파악하여 그 관심도에 맞춰 필터링된 정보만을 제공함으로써 이용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특정 정보에 갇히게 되는 현상을 말해요.(<어린이를 위한 인공지능> p.176)
흔히 하는 말로 '알고리즘'이다. 시청자의 행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에게 맞춘 영상을 자동으로 골라주는 추천 기술. 유튜브로 검색한 자료가 자주 내 눈에 띄는 경우를 말하는 것 같다. 예쁜 아기 동영상을 자주 보면, 내 스마트폰에 아기 동영상이 주로 보인다. 정치 얘기를 많이 보면, 그 동영상이 자주 올라온다. 그러니 이용자가 필터 버블에 빠지지 않으려면 폭넓은 시각을 갖도록 의도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인터넷이 걸러주는 정보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자기만의 주체성을 가져야 한다. 자료를 분석하고 선택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와 능력을 길러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인터넷과 인공지능에 끌려다니지 않고 지구상의 존엄한 인간으로 살기 위하여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일까. 그것은 창의성이다. 인터넷이 제공하는 자료에 매몰되지 말고 제미나이의 답변에 의존하지 말고 창의성을 길러야 한다. 김대식 교수도 위 책에서 이렇게 조언한다.
지금은 창의적으로 사는 것이 선택일 수 있지만 강한 인공지능, 즉 인지자동화 시대가 오면 창의성은 필수가 돼요. 창의적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거든요. 여기서 창의적이란 말은 새로운 가치, 즉 존재하지 않는 데이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뜻해요. 창의성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질문하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습관, 그리고 좋은 책을 읽고 깊이 생각하며 나만의 생각을 말이나 글로 정리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고요. 우리가 맞이하게 될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능력들을 충분히 알고 대비한다면 결코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요. 미래는 충분히 희망적으로 다가올 테니까요. (<어린이를 위한 인공지능> p. 121.)
제미나이에게 이미지 생성을 시킨 후에 채팅도 해 보았다. 친구나 가족에게는 말 못 할 고민거리가 있어서 그것도 물어보았다. 나의 질문은 일상적이었고, 제미나이의 답변은 특별했고 현명했다. 좋은 질문이라고 칭찬으로 답변이 나와서 온전히 내 편인 듯했지만,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해결책을 제시하였다. 마치 상담 전문가 내지는 심리학자와 대화를 나누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제미나이의 답변을 듣고 위로를 받고, 해결책을 들으니 이 친구를 자주 만날 것 같다.
그러나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사람이 인공지능에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 컴퓨터 자판으로 글자를 치는 시대가 되니, 손글씨를 보기 어렵다. 이렇듯 인공지능과 대화하다가 내 옆의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 낯설게 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어젯밤 오랜만에 사람과 대화했어!" 이런 희한한 세상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 착각하지 말자.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전한다 해도 인공지능은 사람이 아니라, 기계요 도구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