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김대식의 <AI, 천사인가 악마인가>
지난 기사에서, 인공지능에 관한 첫 독서로 <김대식 교수의 어린이를 위한 인공지능>(동아시아사이언스, 2023)을 읽고 알게 된 놀라움을 밝혔다. 그러던 중에, 오마이뉴스에서 이메일이 왔다. 2026년 2월 20일에 글로벌 포럼 "AI 권력의 시대 : 인간다움과 민주주의의 미래"가 열린다는 안내였다. 인공지능에 관한 첫 책을 읽고 더 알고 싶은 욕구가 충만하던 중에, 마침 잘 되었다 싶었다. 안내문을 보니, 인공지능과 관련한 여러 전문가의 강연이 준비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김민석 국무총리와 김성천 교육부장관 정책보좌관의 기조연설이 포함되어 있다. 포럼에서 우리나라의 인공지능에 관한 교육정책과 관련한 내용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니, 교사로서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설렘을 안고 포럼에 참석하였다. 방학 중이라 참 다행이었다. 교사로서 교육정책에 관한 질문을 하고 싶었는데, 그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점이 아쉬웠다. 다른 참석자도 질문의 기회는 많지 않았다.
이번 행사는 인공지능에 관한 글로벌 포럼이다. 인간중심 기술 센터 공동 창립자이며 대표인 트리스탄 해리스도 출연하여 힘을 실었다. 이 포럼이 전 세계에 전해져서 인공지능 개발에 관한 '방향'을 제시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인공지능은 단순한 기술개발이 되어 돈벌이의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여러 강연자의 말을 들으면서, 인공지능은 인간의 미래에 큰 변혁을 가지고 올 것이고, 그 변혁에는 명암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강연자 모두 각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분들이지만, 가장 관심이 갔던 강연자는 카이스트의 김대식 교수였다. 왜냐하면 나는 김대식 교수의 저서를 읽으면서 인공지능에 관한 '입문'을 했기 때문이다. 김대식 교수의 강연을 들으면서 정신이 번쩍 드는 대목이 있었다. 앞으로 AGI, ASI가 개발된다면 인간은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그는 로마제국이 영토를 확장하고 세력을 넓혀갈 때를 예로 들었다. 2천 년 전, 로마제국은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올 때 수많은 포로를 데려 왔다. 약 1천 명이나 되는 전쟁포로들을 노예로 삼았다. 노예가 모든 일을 대신했기 때문에 로마제국의 중산층은 할 일이 없었다. 시간이 남아돌아가고, 부의 재배치가 일어나면서 빈부의 차가 커지고, 그로 인해 폭동의 우려가 있다. 그런 로마시민을 위하여 제국은 콜로세움을 설치했고, 그 원형경기장에서 노예로 데려온 사람들에게 검투를 시켰다. 인간이 인간을 '사냥'하는 모습을 즐기게 한 것이다. 열광하는 시민들은 죽어나가는 검투사를 보며 환호했다.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광경을 한낱 '볼거리'로 전락시키는 장면이다.
포럼이 열리기 며칠 전에, 나는 넷플릭스에서 <글래디에이터> 영화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 김대식 교수는 그 이야기를 인공지능과 관련지었다. 매우 적절한 비유라고 생각했다. 인간이 인공지능을 노예처럼 한낱 도구로 여기고, 그로 인해 할 일이 없어진 인간이 시간이 남아돌아 빈둥거리다가 인간다움을 상실할 수도 있는, 로마제국의 몰락처럼 인간세상도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될 수 있다는 예측이었다. 말하자면, 할 일이 없어진 로마시민이 검투장면이나 대형목욕시설 등으로 오락에 탐닉하게 되는 것이, 인공지능에게 많은 일을 넘긴, 때로는 빼앗긴 사람들이 새로운 오락이나 쾌락에 빠져들고, 그로 인해 인간성 상실의 우려가 발생할 것이라는 비관이었다.
김대식 교수의 강연을 듣고, 인공지능과 인간의 미래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다. 포럼이 끝나고 집에 와서 김대식 교수의 <AGI, 천사인가 악마인가>를 구매하였다. 이 책의 제목과 관련하여 한마디로 말하면, AGI가 천사가 될 것인가, 악마가 될 것인가는 인간이 어떻게 AGI를 대하느냐에 달렸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마다 내용을 요약해 본다.
1장은 "모자이크 모멘트" 모자이크 모멘트는 여러 작은 혁신이 모여 큰 변곡점을 만든다는 비유이다. 그러면서 인터넷의 역사를 언급한다. 1990년대 중반부터 일반인들도 인터넷을 제대로 체험하기 시작했고, 지금의 스마트폰 사용까지 발달했다. 그 후 본격적인 인공지능의 시대로 진입하게 된 것이 챗GPT. 인터넷 쇼핑이 대중화되고, 소셜 네트워킹이 활성화되었다. 알고리즘이 개선되고, 컴퓨터 속도가 빨라졌으며, 1990년대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데이터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많아졌다. 인공지능은 이 빅데이터를 학습하였다. 지금은 AI로서 인간이 특정 요청을 하면 자신의 임무를 실행하지만, 향후 5년~10년 정도만 되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AGI(범용인공지능) 즉, 다재다능한 인공지능이 된다는 것이다.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2장은 "생성형 AI의 출현" 지난 30년 동안 인터넷 사용자가 올린 모든 공개 데이터를 AI가 학습한 결과, 문장의 모든 단어를 한꺼번에 살펴보고, 중요한 부분에 집중하여 의미를 정확하고 빠르게 파악하는 인공지능의 핵심기술이 탄생한다. 바로 '생성형 AI'이다. 기존에 있던 것을 구분하는 기술보다, 기존에 없던 데이터를 만들어 내는 기술로 접어든 것이다. 인간 역사에서 벌어진 수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학습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AI'가 된 것이다. 이제 AI를 이해하고자 하는 인간의 과제가 남겨졌다. 지금은 '기능위주'로 신입사원을 채용하지만, 앞으로는 '판단력 위주'로 채용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 판단력을 어떻게 길러야 할 것인가.
3장은 "무서운 상상" 실리콘밸리에서는 인공지능 시대가 점점 발전하게 되면 인간은 힘든 노동으로부터 해방되어 놀고먹을 수 있는 유토피아가 펼쳐질 것이라고 호언장담한다. 그러나 인간이 놀고먹는 것이 과연 유토피아일까. 우리가 일을 하는 것이 고작 먹고살기 위해서만일까. 그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이고, 노예로서의 일이 아니라 자율적인 일을 하면서 얻는 성취감도 있는데, 놀고먹으면서 삶의 의미도 느끼지 못하는 세상이 유토피아일까. 힘든 육체노동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지고 여가가 늘어나는 것은 기대할 만한 일이지만 아직 다가오지 않은 AGI시대나 ASI시대에 인간이 할 일이 무엇이 있을까 우려가 된다. 로마제국의 시민처럼 강력한 자극에 이끌리는 삶을 살게 되지는 않을까. 김 교수는 2025년에 미국에서 벌어지는 일이 후기 로마 공화정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불평등이 커지면서 미국 중산층이 무너지고 수십 년 안에 제국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인간과 인간의 유대가 사라지고, 생각할 능력이 거세된 '좀비'와 같은 삶을 살게 되지는 않을까 의심이 된다.
4장은 "호모 사피엔스의 미래" 호모사피엔스의 뇌는 그대로이다. 더구나 100세를 온전한 정신으로 사는 경우도 드물다. 아무리 위대한 과학자나 의학자라도 자신의 재능을 그래도 후배에게 전수할 수 없다. 후배는 처음부터 새로 배워나가야 한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그렇지 않다. 수명도 학습량도 무한대이다. 어느 만큼 발달할지 가늠하기 힘들다. 우리가 개미의 지능을 얕보는 것처럼, ASI는 인간의 지능을 무시할 수 있다. 지난 5천 년 동안 사람이 했던 생각을 인공지능이 다 학습했다고 봐야 한다. 새로운 샌드위치를 출시하려고 해도 지켜야 할 규정이 있다. 하물며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데에도 사회적 규제가 필요하다. 그 사회적 규제를 정하는 기준, 누가 만드나. 인공지능을 사용해야 할 일반 시민이 아니겠는가. 우려가 될 부분을 정확히 지적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일, 그것이 사회적 규제가 아니겠는가.
끝으로, "괴물의 시대를 헤쳐나가는 법"에 대하여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로마 제국이 붕괴하고 야만인들이 왔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리스-로마 문명이 무너지는지도 몰랐다. 가장 현명했던 사람은 야만의 시대가 지나갈 것을 알고 새 시대를 기대하며 문명을 보존해야겠다고 결심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시골에 수도원을 만들고 지식(책)을 보존했다. 그렇게 버티면서 르네상스가 올 때까지 1천 년이 걸렸다. 그러면서 저자는 인간은 인공지능과 공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기사문에서 나는 인공지능은 인간이 사용할 도구일 뿐이라고 했다. 이 책을 읽은 지금, 그 말을 수정한다. 인공지능은 우리의 동반자, 협력자이다. 파트너에게는 상호 존중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렇게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아, 그래서 김대식 교수는 기계에게 절을 하는 퍼포먼스를 하였구나. 이제 이해가 간다. 우리가 인공지능을 도구가 아닌 파트너로 대하면 인공지능은 천사가 되고, 도구나 수단으로 대하면서 노예로 부리려 들면 인공지능은 악마가 된다. 어떻게 할지는 우리 인간에게 달려있다. 인간에게 선택의 권리가 있다면, 인간에게 책임도 있다.
지난 포럼에서 주최측은 현장 참석자에게 정성어린 점심 도시락을 제공했다. 참석자에 대한 예우와 환대가 느껴졌다. 이러한 세심한 배려는 한 끼 식사의 의미를 넘어, 인간과 인공지능과의 관계를 떠올리게 했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제공하는 양질의 데이터를 자양분 삼아 성장하고, 인간은 그 학습결과를 기반으로 더 나은 삶을 설계한다. 정성껏 준비된 식사가 공동체의 유대감을 높이듯, 인공지능과 인간 역시 일방적인 지배나 종속이 아닌 조화와 협력의 관계가 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