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놈의 과외가 문제야

by 강지영

아파트 승강기 거울 밑에 과외 광고지가 붙어 있다. 과외받을 학생을 구하는 전단지. '국영수 과목, 중학생, 스카이 대학 출신이 지도함.' 이미 전화번호 세 칸이 떼어졌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나는 딸아이의 과외 교사 구하는 데 큰 관심을 쏟았었다. 과외뿐인가, 학원 정하는 일에도 열심히 정보를 찾아 돌아다녔다. 내 딸들은 이미 직장인이고 대학생이라서 이젠 느긋한 마음으로 과외 전단지를 바라볼 수 있다. 그 광고문을 본 어느 학부모는 솔깃할 것이다. 여유로워진 지금, 내 어린 시절 과외와 관련된 일이 떠오른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에 있었던 일이다. 우리 집은 가난해서 과외를 받을 형편이 못 되었다. 부모님께 과외를 받게 해 달라고 말도 꺼내지 못했다. 그때, 우리 옆 집에 세 들어 살고 있는 임 선생님이 있었다. 그 선생님은 과외를 하고 있었는데, 저녁이면 학생들이 그 선생님 집에 모여들었다. 멀리서 오는 학생도 있었고, 가까이에 살고 있는 학생도 있었다. 뜨락에는 학생들의 신발이 가득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열 명이 넘었던 것 같다. 어느 날 밤, 나는 그 아이들의 신발을 우리 집과 옆 집 사이 울타리에 감추었다. 울타리는 작은 나무와 풀이 무성해서 감추기에 딱 좋았다. 그리고 나는 울타리 옆 우리 집 장독대에 숨어서 때를 기다렸다. 아이들이 과외수업을 마치고 나와서 신발을 찾느라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나의 질투를 달랬다. 나는 왜 그렇게 과외가 셈이 났는지 모른다. 다행히 두어 번 정도만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아무 일 없이 지나갔다.


그러다가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나에게도 과외의 기회가 생겼다. 알파벳부터 배우는 영어 공부였다. 우리 동네에서 내가 알고 있는 유일한 대졸 여성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바로 팔 촌 언니였다. 그 언니가 과외 선생님이었다. 그 언니네는 예전에 머슴을 두어 명 둘 정도의 지주였다고 한다. 우리 집의 가난한 살림에 어떻게 내가 과외를 하게 되었는지 모른다. 아마도 엄마가 그 언니네 집에 쌀이나 콩 등 곡식을 주지 않았을까 짐작한다. 돌아가신 부모님께 물어볼 수도 없으니 과외비를 어떻게 마련했는지 알 수가 없다. 잉크병에 든 잉크를 펜촉으로 찍어서 알파벳을 쓰는 연습을 하였다. 그리고 바나나, 버스, 도그, 선, 등의 간단한 영단어를 배웠다. 그 영단어가 왜 그렇게 생소하고 어려웠는지. 이 한 달간의 영어 과외가 내 학창 시절의 사교육의 전부다.


우리나라 사교육 시장이 얼마나 넓어졌는지,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그 격차가 얼마나 큰지,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얼마나 큰지, 이들을 새삼스럽게 거론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어릴 적 나처럼 공부하고 싶어도 부모의 경제적 부담 때문에 배움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있을 거라 생각하면 우울해진다. 배움에 부모의 경제력이 아무 관련이 없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교육, 이것은 모든 인간에게 필요하다.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제공되어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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