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능력개발평가, 이대로는 안 된다

by 강지영

오늘 인터넷에서 충격적인 기사를 봤다. 모 고등학교 교원능력개발평가(이하 교평) 학생 만족도 조사 서술 문항에서 여교사에 대한 성희롱 발언이 나왔다. 특정 신체부위를 들먹인 저속한 표현이다. 표현이라기보다는 '배설'에 가까웠다. 기사를 자세히 읽어보니, 다른 중고등학교에서도 이런 일들이 여러 차례 있었던 모양이다. 선생님이 겪을 심적 고통이 어떨지 생각하면 내 마음도 아프다. 신체적 상처는 시간이 가면 대체로 낫는다지만, 정신적 상처는 시간이 가도 잘 치유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치명적이다. 성희롱 발언을 한 학생이 누구인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 학생을 추후 지도할 수도 없고, 화해할 수도 없다. 그런 상태로 학생들 앞에 서서 수업을 진행할 선생님의 상황을 상상하면 어떤 위로의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교평 만족도 조사가 익명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누구인지 밝혀내기는 불가능하다. 익명의 커튼 뒤에 숨어서 선생님에 대한 성희롱 발언을 한 학생은 누굴까. 생각이라는 것을 하는 학생이 아니라, 그저 '장난' 삼아서 했을 가능성이 크다. 어둠 속에서 낄낄대며 자판을 두드렸을 그 학생의 장래를 예상해 보면, 그 학생이 걱정된다.


나의 초등교사 시절, 교평 만족도 조사에서 불쾌한 일을 겪은 적이 있다. 초등 저학년은 학생 만족도 조사가 없고, 대신 학부모 만족도 조사를 한다. 만족도 조사 며칠 전에, 학생 간 싸움이 있었다. 상담 과정을 통해 사안을 잘 조정해서 깔끔하게 마무리되었다고 여겼는데, 그게 아니었다. 가해자 학생의 학부모가 불만이 있었나 보다. 교사 앞에서는 그동안 고생하셨다고 웃으면서 사과하고, 가정에서도 잘 지도하겠다고 인사해 놓고는 교평 만족도 조사 문항에는 학생 편애가 심하다는 내용을 써 놓았다. 가해 학생의 학부모가 입력한 것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정황상 그렇게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 해에는 숙제를 많이 낸다고 불만, 숙제를 적게 낸다고 불만,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를 일이었다. 동료 교사들에게 이 일들을 말했더니, 너도 나도 겪은 심적 고통을 토로했다. 이제는 교평 만족도 조사 결과를 거의 읽지 않는다고들 했다. 그 후부터 나도 조사 결과를 읽지 않았다. 그게 정신 건강에 나았다.


교평의 학생/학부모/동료 교사 만족도 조사의 목적은 '학생/학부모/동료교원 간의 소통을 통하여 자신의 교육활동에 대해 진단하여 좋은 점은 발전시키고 부족한 점은 개선하도록 하는 데'에 있다고 교육부에서는 말한다. '교평 만족도 조사를 통해 교사들은 더 나은 교육활동을 위해 능력을 개발하고, 전문성을 신장시키게 될 것'이라고 그 효용성을 진술한다. 과연 교평 제도가 소기의 목표를 이루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 현재와 같은 교평 제도는 있으나마나 한 제도가 되어 버렸다. 한두 번의 공개수업을 보고 교사의 수업지도를 알기도 어렵다. 나도 학부모로서 만족도 조사에 참여했다. 직장생활로 인해 공개수업도 못 보았고, 선생님 얼굴도 모르는 상태에서 만족도 조사에 답했다. 선생님에게 미약하나마 응원의 차원에서 '매우 만족'에 체크했다. 교사의 전문성은 교평이 하는 게 아니다. 교사의 전문성 개발은 철저한 자기 평가와 교사로서의 양심에 따른 자기 연찬으로 이루어진다. 교사가 학생을 지도할 때는 매 순간에 자기 평가를 한다. 학생들의 반응을 보면 내 수업과 학생지도에 대한 자기 평가는 명확하다. 교평 제도는 대폭 수정하거나 폐기되어야 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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