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화. 해시태그의 유혹

단어 하나에 목숨 거는 인정중독자

by 지안의 방

오늘도 하루의 끝은 스마트폰 액정 위에서 마무리된다. 침대에 누워 오늘 찍은 사진 중 베스트 컷을 골랐다.


잡티를 지우고, 다리 길이를 살짝 늘리고, 분위기 있는 필터를 입히는 것까지는 이제 일도 아니다. 진짜 전쟁은 사진 아래에 들어갈 '글자'들에서 시작된다.


"음... 너무 길게 쓰면 없어 보이겠지?"


몇 번을 썼다 지우기를 반복한다. 고민 끝에 정한 문구는 고작 한 줄. [오늘 하루도 수고했어, 나에게 주는 선물 ☕️]. 사실 오늘 회사에서 선임님께 깨지고 화장실에서 몰래 눈물을 훔쳤지만, 그런 구구절절한 사연은 팔로워들이 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오직 예쁜 카페에서 여유를 즐기는 '완벽한 지안'만을 보고 싶어 하니까.


글보다 더 골치 아픈 건 그 밑에 붙을 #해시태그다.

#데일리 #일상 #감성사진 #성수동카페 #오오티디 #좋아요반사


이 단어들은 단순한 분류 기호가 아니다. 낯선 타인들의 타임라인에 나를 던져 넣는 미끼이자, 내 존재를 확인받기 위한 번호표다.

해시태그를 너무 많이 달면 인기에 목맨 사람처럼 보일까 봐 겁나고, 너무 적게 달면 아무도 내 글을 봐주지 않을까 봐 불안하다.


나는 인기 있는 해시태그들을 검색해 본다. #일상은 게시물이 너무 많아 금방 묻힐 것 같고, 다른 #갬성은 너무 오글거리나 싶어 주저하게 된다. 단어 하나를 넣고 뺄 때마다 내 가치가 결정되는 기분이다.


결국, 남들이 다 쓰는 대중적인 태그와 은근히 내 안목을 자랑하는 태그를 적절히 섞어 20개 남짓한 단어들을 정렬한다.


업로드 버튼을 누르는 순간, 심장이 쿵쾅거린다. 이제부터는 '좋아요'의 숫자가 내 오늘 하루의 성적표가 된다. 1분 만에 하트가 5개 찍혔다. '휴, 다행이다.' 만약 10분이 지나도 반응이 없다면? 나는 아마 이 글을 빛삭하고 태그를 바꿔서 다시 올릴지도 모른다.


단어 하나에 목숨을 거는 이 행위가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 나도 안다. 하지만 쉬이 집착을 내려놓기가 어렵다. 해시태그라는 얇은 밧줄에 매달려, 나는 오늘도 이름 모를 사람들의 인정을 갈구하고 있다.



지안의 노트 : 당신의 '진짜 일상'에는 어떤 태그가 붙나요?


안녕하세요, 작가입니다.


우리는 SNS에 #일상이라는 태그를 달면서도, 정작 태그를 달 수 없는 진짜 일상인 예를 들어 설거지 더미, 밀린 고지서, 유통기한 지난 음식들과 같은 것들은 철저히 숨깁니다.


해시태그는 우리가 세상과 소통하는 도구이지만, 때로는 나를 가두는 창살이 되기도 합니다. 오늘 당신이 정성껏 고른 그 단어들이 정말 당신을 설명하고 있나요?



[로그아웃 연습 : 나를 위한 질문]


글을 올릴 때 가장 오랫동안 고민하는 해시태그는 무엇인가요? (그 단어가 당신의 어떤 이미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하시나요?)


오늘 하루, 완벽해 보이고 싶은 SNS 뒤에 숨겨두었던 당신만의 '진짜 모습' 3가지를 기록해 보세요. (예 : #부은눈 #컵라면 #밀린빨래)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나보다, 조금 서툴러도 솔직한 당신의 모습이 훨씬 더 사랑스러울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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