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기’ 위해 지불하는 가혹한 이자
금요일 밤, 청담동의 한 와인 바.
분위기에 취하고 사람에 취할 때쯤이면 어김없이 내 안의 '허영 괴물'이 고개를 든다.
"오늘 즐거웠는데, 이건 내가 낼게!"
친구들이 만류하는 시늉을 하지만, 나는 이미 익숙하게 지갑에서 번쩍이는 골드 카드를 꺼낸다.
사실 그날 먹은 와인 한 병 값은 내 일주일 치 식비와 맞먹었지만, "역시 지안이야, 멋지다!"라는 친구들의 한마디에 취해버린 나는 그깟 숫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친구의 생일에는 굳이 명품 브랜드의 향수를 선물했다.
내 방 화장대에는 샘플 로션이 굴러다니고 있었지만, 친구의 SNS에 올라갈 '언박싱 사진'에 내 선물이 초라해 보이는 건 죽기보다 싫었다.
"6개월 할부요..."
혹시나 남들이 들을까 소근대며 점원에게 속삭였다. 미래의 내가 6개월 동안 짊어져야 할 짐을, '있어 보이는 이미지'와 맞바꾼 순간이다. 운명의 날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월급날 아침, 떨리는 손으로 카드 앱을 열었을 때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3,820,000원. 이번 달 내 월급보다 무려 80만 원이나 많은 금액이 결제 예정 금액으로 찍혀 있었다.
순간 세상이 핑 돌았다. 친구들에게 샀던 비싼 저녁, "선물이야"라며 건넸던 브랜드 백, 사진 한 장을 위해 결제했던 호캉스... 그 모든 '허세의 조각'들이 모여 거대한 파도가 되어 나를 덮쳤다.
월급은 통장에 닿기도 전에 로그아웃되었다. 부족한 금액을 채우기 위해 다른 카드의 리볼빙 서비스를 알아보고, 당분간 친구들의 연락을 피하며 편의점 도시락으로 연명해야 하는 비참한 현실에 현타가 왔다.
어젯밤 단톡방에서 "지안아 덕분에 잘 먹었어!"라고 올라온 메시지가 이제는 나를 비웃는 조롱처럼 느껴졌다.
내가 산 건 와인과 향수가 아니었다. 친구들의 부러워하는 시선, 그리고 '나는 여전히 잘나가고 있다'는 가짜 안도감이었다. 하지만 그 대가는 가혹했다. 남들의 인정을 사기 위해 지불한 이자는 돈뿐만이 아니라, 내 자존감과 미래까지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작가입니다.
저도 그랬어요. "내가 살게!"라는 그 짧은 문장이 주는 쾌감이 너무 달콤해서, 내일의 내가 겪을 쓴맛을 외면했죠.
하지만 깨달았습니다. 진정한 친구라면 내가 비싼 밥을 사지 않아도 내 옆에 있을 것이고, 비싼 선물을 주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아줄 거라는 사실을요.
만약 돈으로 쌓아 올린 관계라면, 돈이 떨어지는 순간 모래성처럼 무너질 뿐입니다.
오늘 여러분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건 '진심'인가요, 아니면 '불안'인가요?
[로그아웃 연습 : 나를 위한 질문]
이번 달 카드 고지서에서 '타인의 시선' 때문에 결제한 항목을 찾아보세요.
그리고 다음 모임에서는 용기 있게 말해보는 거예요.
"오늘은 각자 계산할까?" 그 한마디가 여러분의 통장과 마음을 지키는 첫걸음이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