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화. 0.5초의 승부

보정 앱으로 깎아내린 나의 진짜 얼굴

by 지안의 방

화장실 거울 속에 웬 낯선 여자가 서 있다.


어젯밤 늦게까지 피드 댓글을 확인하느라 푸석해진 피부, 도드라진 광대, 그리고 피곤에 절어 처진 눈매.

이게 진짜 '나'라는 걸 알면서도 부정하고 싶어진다.


나는 얼른 스마트폰을 켜고 카메라 앱을 실행한다.

화면 속에 '나'가 등장하자마자 마법이 시작된다.

손가락 하나로 턱선을 깎고, 눈을 키우고, 다크서클을 지운다. 0.5초 만에 거울 속의 칙칙한 여자는 사라지고, 인형 같은 미소를 지은 마케터 지안이 나타난다.


"응, 이게 진짜 내 모습이지."


자기최면을 걸며 사진을 찍는다.

하지만 사진 한 장으로 끝나지 않는다. 조금 더 완벽해지기 위해 보정 앱을 서너 개씩 돌린다.

배경이 왜곡되지 않게 조심하면서 다리를 늘리고, 피부 톤을 연예인처럼 화사하게 바꾼다.

10분을 넘게 공들여 완성한 사진을 피드에 올리자마자 하트가 쏟아진다.


[ 언니 너무 예뻐요! ] [ 비결이 뭐예요? 보정 안 해도 여신이네. ]


'보정 안 해도'라는 말에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 화면 속의 나는 내가 만든 정교한 창조물일 뿐인데, 사람들은 그 가짜를 진짜라고 믿는다. 문제는 나조차 그 가짜에 중독되어간다는 것이다. 언젠가부터 나는 보정 앱 없이는 사진을 찍지 못하는 병에 걸렸다. 아니, 사진뿐만이 아니다. 오프라인에서 사람을 만나는 게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보면 실망하면 어쩌지?' '사진보다 뚱뚱하다고 생각할 텐데.'


카페에 마주 앉은 친구가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볼 때마다 손바닥에 땀이 났다. 필터 뒤에 숨어있는 내 진짜 민낯이 들통날까 봐, 나는 자꾸만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 속으로 도망쳤다. 액정 안의 나는 완벽했지만, 액정 밖의 나는 자존감이 바닥까지 깎여나간 유령일 뿐이었다.


나를 사랑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나는 나를 점점 더 지워가고 있었다. 보정 앱의 수치가 올라갈수록, 진짜 나를 향한 혐오는 깊어만 갔다. 거울 속의 나를 외면하고 보정 앱을 켜는 시간, 단 0.5초. 0.5초의 승부 끝에 얻어낸 건 수천 개의 하트였지만, 잃어버린 건 나 자신을 똑바로 쳐다볼 용기였다.



지안의 노트 : 당신은 당신의 '필터'를 사랑하나요?


안녕하세요, 작가입니다.

그 당시 턱선을 깎고 피부를 문지르던 제 손가락 끝에 머물던 건, 사실 '나를 사랑하고 싶다'는 간절한 외침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가짜 모습을 쌓아 올릴수록 진짜 제 모습은 점점 더 초라하게 느껴지기 마련이었죠.

남들이 부러워하는 그 완벽한 사진 속 인물은 내가 아니니까요.

보정 앱의 '저장' 버튼을 누르기 전, 거울 속의 부은 눈과 푸석한 피부를 한 번만 더 찬찬히 들여다봐 주세요.

그게 조금은 밉더라도, 당신을 오늘까지 버티게 해준 진짜 당신의 모습이거든요.



[로그아웃 연습 : 나를 위한 질문]


오늘 하루, 보정 앱 없이 '기본 카메라'로 찍은 내 얼굴을 마주해본 적 있나요?


조금 부족해 보여도 괜찮아요. 필터에 가려지지 않은 당신의 진짜 표정이 가장 당신답고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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