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화. 댓글의 노예

"부럽다"는 말 한마디가 주는 30분짜리 마약

by 지안의 방

발리의 뜨거운 태양 아래, 내 몸은 땀으로 젖어 있었지만 마음은 차가운 계산기로 가득했다.

연차를 내고 무리하게 긁은 비행기 티켓값과 1박에 내 월급의 3분의 1이 나가는 풀빌라. 이 비용을 회수하는 유일한 방법은 단 하나, '완벽한 피드'를 완성하는 것뿐이었다.


"지안아, 이제 됐어? 나 진짜 팔 아파..."


함께 온 친구의 짜증 섞인 목소리에도 나는 굴하지 않았다. 에메랄드빛 해변을 배경으로 갓 구운 토스트처럼 몸을 굽히며, 나는 벌써 세 번째 수영복을 갈아입는 중이었다.


[지금 이 순간, 시간이 멈췄으면 #Bali #Healing #Trip]


사진을 올린 지 1분도 안 되어 스마트폰이 미친 듯이 진동했다.

[대박... 지안 님, 거기가 천국인가요? 부러워 죽겠어요! ㅠㅠ]

[언니 몸매 무엇... 수영복 정보 좀 주세요! 인생 혼자 사시네.]


쏟아지는 부럽다는 댓글들.

그 문장들은 30분짜리 강력한 마약이 되어 내 뇌로 스며들었다. 조금 전까지 수영복 라인을 따라 툭 튀어나온 살을 보정하느라 신경질을 부리던 모습, 비싼 숙소비 때문에 어제 저녁은 굶었던 비참함은 순식간에 휘발됐다. 댓글 창 안에서 나는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사람이었으니까.


우쭐한 기분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래, 이게 진짜 내 모습이지. 이런 대접을 받는 게 당연한 삶이야.'

하지만 착각의 유효기간은 짧았다. 다음 사진을 올리기 위해 다시 카메라를 켰을 때, 렌즈에 비친 내 얼굴은 햇볕에 타서 따갑고, 억지로 지은 미소 때문에 경련이 일고 있었다. 폰을 내려놓자마자 마주한 건, 파도 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지독한 정적이었다.


나는 발리의 아름다운 바다를 보러 온 것이 아니라, 바다를 배경으로 선 내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주러 온 것이었다. "부럽다"는 타인의 감탄사를 사기 위해 내 휴가와, 내 통장 잔고와, 진짜 휴식을 지불하고 있었다.

댓글 속의 '나'는 빛났지만, 젖은 수영복을 벗어 던진 침대 위 진짜 '나'는 그저 남들의 시선에 굶주린 노예에 불과했다. 나는 다시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마약 기운이 떨어지기 전에, 다음 사진을 골라야 했으므로.



지안의 노트 : 당신은 여행을 갔나요, 촬영을 갔나요?


안녕하세요. 작가입니다.

우리는 종종 풍경을 눈에 담는 대신 카메라 렌즈에 담습니다. 그리고 그 사진에 달린 댓글 숫자로 여행의 행복도를 측정하곤 하죠.


부러움은 달콤하지만, 그것이 당신의 진짜 행복이 될 수는 없습니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30분짜리 환각 대신, 당신의 발가락 사이로 흐르는 모래알의 감촉과 바람의 냄새를 온전히 느끼는 1분을 선택해 보세요. 진짜 여행은 카메라가 꺼진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로그아웃 연습 : 나를 위한 질문]

오늘 당신의 갤러리에는 어떤 사진들이 담겨 있나요? 혹시 '나'는 즐겁지 않은데 '남'들이 즐거워 보일 만한 사진들로 채워지고 있지는 않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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