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든든한 지원군을 선물했다

by 지안의 방

첫째가 태어난 지 겨우 12개월 만에 동생이 태어났다. 채 걷기도 전부터 동생에게 엄마의 품을 내어주어야 했던 첫째를 볼 때마다 내 마음은 늘 안쓰러움으로 가득했다. 동생이 장난감을 뺏고 엄마 무릎을 차지할 때마다, 첫째가 혹시라도 사랑을 빼앗겼다고 생각하진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그래서 나는 첫째가 동생을 당연히 미워할 것이라고, 그 작은 가슴속엔 서운함만 가득할 것이라고 짐작하곤 했다.


하지만 아이들의 마음은 엄마의 얄팍한 짐작보다 훨씬 깊었다. 어느 날, 첫째만 데리고 친정에 간 적이 있었다. 하루 종일 신나게 잘 놀던 첫째가 갑자기 "집에 가고 싶어"라고 했다. 아빠가 보고 싶어서 그러냐는 내 물음에 아이는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다.


"아니, 동생 보고 싶어."


동생이 없어야 엄마 사랑을 독차지할 수 있을 텐데, 그 짧은 떨어짐에도 동생을 찾다니. 늘 장난감을 두고 싸우던 그 뒷모습 속에 사실은 이만큼의 그리움이 쌓여 있었다는 사실이 퍽 신기하고 대견했다.


아이들의 우애는 예기치 못한 순간에 더 빛이 났다. 손님이 오기로 한 어느 아침, 집을 치우느라 정신이 없어 잠시 핑크퐁 영상을 틀어주었다. 영상 속에서 괴물 캐릭터가 등장하자 겁이 많은 둘째가 "무서워, 무서워" 하며 울먹였다. 그때였다. 아직 아기인 줄만 알았던 첫째가 동생의 손을 꽉 잡으며 말했다.
"괜찮아."


작은 손이 더 작은 손을 포개는 그 순간, 집안을 메웠던 어수선함은 사라지고 말로 다 못 할 감동이 밀려왔다. '언니미'를 뿜뿜 풍기며 동생을 안심시키는 아이의 뒷모습에서 나는 어른스러운 사랑을 보았다.


사실 나 역시 세 자매 중 첫째다. 우리 셋도 자라면서 참 많이도 싸웠다. 옷 한 벌, 간식 하나 때문에 세상을 다 잃은 듯 다투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성인이 된 지금, 내 여동생 둘은 그 누구보다 가까운 친구이자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다. 인생의 험난한 폭풍이 몰아칠 때 내가 가장 먼저 전화를 거는 곳도, 아무 조건 없이 내 편이 되어주는 곳도 결국 동생들이었다.


내 아이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지금은 서로 장난감을 뺏고 울며 싸울지라도, 평생을 서로에게 가장 가까운 친구로 남기를.


세상이라는 거친 바다에서 파도가 덮쳐올 때, 서로의 손을 꽉 잡아주며 "괜찮아"라고 말해줄 수 있는 가장 든든한 아군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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