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거 이렇게 칠하는 거 맞아?"
"다음에 무슨 학원 가야 돼?"
"이 문제 정답 뭐야?"
우리 아이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부모를 향해 질문을 던집니다.
얼핏 보면 아이가 부모에게 조언을 구하고 소통하는 건강한 모습 같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 질문들 속에는 아찔한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정답에 대한 확인'과 '지시사항에 대한 요구'라는 점입니다.
부모가 짜놓은 스케줄대로 움직이고, 학원 숙제를 밀리지 않고 해내며, 묻는 말에 곧잘 대답하는 아이.
우리는 이런 아이를 보며 "우리 애는 참 착하고 똑똑해"라며 안도하곤 합니다.
하지만 교육 기획자로서, 저는 부모님들께 조금은 불편한 질문을 하나 던지고 싶습니다.
"지금 우리 아이는 스스로 '생각'을 하고 있나요, 아니면 부모의 생각을 '수행'하고 있나요?"
정해진 매뉴얼을 빠르고 정확하게 따라가는 능력은 지금까지의 교육에서 가장 환영받는 능력이었습니다.
하지만 주어진 길을 이탈 없이 걸어가는 것은 '수행(Task)'이지 '사유(Thinking)'가 아닙니다.
사유한다는 것은 길을 가다가 잠시 멈춰 서서 "이 길이 정말 내 목적지로 가는 게 맞을까?", "옆으로 난 오솔길로 가면 무엇이 있을까?"라고 의심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과정입니다.
"엄마, 이거 맞아?"라고 묻는 아이의 내면에는 '틀리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과 '스스로 책임지고 싶지 않다'는 회피가 숨어 있습니다.
지식을 머릿속에 아무리 많이 쑤셔 넣어도, 그것을 내 삶의 문제와 연결하여 스스로 판단을 내리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다면 아이의 뇌는 결코 스스로 깨어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아이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
역설적이게도 부모가 완벽한 정답과 매뉴얼을 제공하지 않을 때, 즉 약간의 결핍이 주어질 때 아이의 생각 스위치가 켜집니다.
아이가 "이거 맞아?"라고 물어볼 때, 1초 만에 "응, 맞아" 혹은 "아니, 이렇게 해야지"라고 답을 내어주는 것은 아이의 사유할 기회를 부모가 가로채는 것과 같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생각을 굴려볼 수 있는 공백을 주어야 합니다.
부모의 친절한 설명이 멈춘 그 찰나의 정적, 아이가 눈동자를 굴리며 입술을 달싹이는 그 답답한 시간이 바로 아이의 뇌가 가장 뜨겁게 일하고 있는 순간입니다.
스스로 생각하기 시작한 아이는 필연적으로 부모를 피곤하게 만듭니다.
순순히 "네"라고 대답하던 아이가 "왜 꼭 그렇게 해야 해?", "나는 다르게 생각하는데?"라며 반기를 들기 시작하니까요.
하지만 이 불편함을 기꺼이 환영해 주시길 바랍니다. 남들이 정해준 정답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착한 아이'는 AI 시대에 가장 먼저 대체될 위기에 처합니다.
반면, 당연한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엉뚱한 상상을 하며 기꺼이 틀릴 용기를 가진 아이는 그 어떤 고도의 기술 앞에서도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를 뿜어낼 것입니다.
우리 아이가 스스로 삶의 운전대를 쥐고 나아갈 수 있도록, 오늘부터 아이를 향한 정답의 내비게이션을 잠시 꺼두는 것은 어떨까요?
* 작가의 덧붙임 :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중요하다는 건 알지만, 막상 일상에서 아이와 어떤 주제로 '정답 없는 대화'를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신가요?
그런 부모님들을 위해, 아이가 스스로 생각의 스위치를 켜고 논리적으로 자신의 기준을 세워나갈 수 있도록 돕는 구체적인 훈련 루틴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방적인 정답 주입에 지쳐 '몰라'라고 대답하는 아이들에게,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생각하는 즐거움을 선물해 보세요.
[생각팝콘] 우리 아이 생각의 전원을 켜는 '초등 사고력 글쓰기 훈련' 만나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