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태어난 날, 그리고 3년의 꽃길

by 지안의 방

첫째가 세 돌을 맞이했다.

만 3년, 햇수로는 4년 차에 접어든 육아.

아이의 생일이 다가오면 엄마들은 약속이나 한 듯 그날의 기억으로 돌아간다.


병원에서만 꼬박 12시간을 진통했다. 뼈마디가 부서질 듯한 파도가 수없이 밀려왔다 빠져나가기를 반복한 끝에, 세상에 우렁찬 목소리로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며 첫째가 태어났다.


간호사가 갓 태어난 작고 따뜻한 핏덩이를 내 가슴 위에 올려주었을 때, 꾹 참고 있던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품에 안긴 아이의 심장 박동을 느끼며 나는 그저 경이로움에 말을 잇지 못했다. 내가 이 작은 생명을 온전히 지켜주겠노라 굳게 약속했다.


하지만 다짐과 달리, 현실 육아의 시작은 두려움의 연속이었다. 산후조리원에 들어가자마자 찾아온 젖몸살은 나를 매일 밤 울게 만들었다.


몸의 고통도 고통이었지만, 진짜 나를 짓누른 건 새벽마다 덮쳐오는 정체 모를 불안감이었다. 출산 후 요동치는 호르몬 때문이었을까.


안으면 바스러질 것 같이 작디작은 아이를 보며, '내가 과연 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막막함이 어둠과 함께 밀려오곤 했다.


그렇게 폭풍 같던 시간을 지나 어느덧 3년. 어느 날 우연히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김세정의 <꽃길>이라는 노래를 듣다, 나는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왈칵 눈물을 쏟고 말았다.



"한 송이 꽃을 피우려 작은 두 눈에 / 얼마나 많은 비가 내렸을까"



이 구절이 꼭 나를 향한 다정한 위로 같았다. 아이라는 이토록 예쁜 꽃 한 송이를 피워내기 위해, 남몰래 흘렸던 내 작은 두 눈의 비와 숱하게 흔들렸던 새벽의 두려움들을 누군가 알아주는 기분이었다.


내가 쏟아냈던 눈물들이 헛되지 않았다고, 그 비가 내려 지금의 꽃을 피운 것이라고 노래가 내 등을 토닥여주고 있었다.


세 돌을 맞은 아이는 이제 거실을 쩌렁쩌렁 울리며 뛰어다니고, 쫑알쫑알 자기주장을 펼칠 만큼 단단하게 자라났다. 이만큼 건강하게 잘 자란 아이를 보며, 나는 비로소 새벽마다 나를 괴롭히던 그 막막한 걱정들이 모두 기우였음을 깨닫는다.


나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아이는 스스로 생명력을 뿜어내며 쑥쑥 자라주었다. 내 눈에서 내렸던 비는 결국 이 아이를 찬란하게 피워내기 위한 단비였다.


지난 3년은 불안하고 서툰 날들도 있었지만, 아이와 함께 피워낸 눈부신 꽃길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함께 걸어갈 길 역시, 비 온 뒤 더 단단하게 피어날 꽃길임을 이제는 의심하지 않는다.



PS. 생일날 아침 서프라이즈로 가랜드와 풍선을 붙여 생일 파티를 준비했는데, 딸은 보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엄마, 이거 너무 예쁘다. 예쁘게 꾸며줘서 고마워."


이보다 더 예쁜 말이 있을까?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엄마 딸로 태어나줘서 무척 고마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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