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주방 입구에 설치된 안전문은 거대한 '통곡의 벽'이었다. 저녁 식사를 준비하러 주방에들어가기만 하면 아이들은 안전문을 꽉 붙잡고 매달렸다.
"엄마 언제 나와!", "엄마 빨리 와, 같이 놀자! 엉엉엉."
서럽게 우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쫓기듯, 나는 늘 등줄기에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당혹감 속에서 밥을 차려야 했다. 도마 위로 칼질을 하면서도 마음은 늘 불안하고 다급했다.
이럴 땐 제발 누가 한 명만 도와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남편이 일찍 퇴근해 주기를, 멀리 계신 친정엄마나 시어머니가 짠! 하고 나타나 주시기를 바랐다. 심지어는 이모님을 고용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할 만큼, 혼자서 아이들의 울음을 등지고 밥을 짓는 일은 벅차고 고독했다.
가끔은 '요술봉을 휘두르며 얍! 하고 주문을 외우면 아이들 저녁 밥상이 뚝딱 차려지는 마법'을 간절히 상상하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 우리 집 저녁 풍경에 작은 기적이 찾아왔다. 주방에서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거실이 조용해 고개를 내밀어 보면, 아이들 둘이서 꽁냥꽁냥 상호작용을 하며 놀고 있는 것이다.
역할 놀이를 하거나, 나란히 앉아 그림책을 읽고, 때로는 좋아하는 동요를 부르며 춤을 추기도 한다. 짧게는 30분, 길게는 50분까지 자기들끼리 자유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집이 좀 난장판이 되어도 이 시간 만큼은 그러려니하며 아이들의 놀이를 지켜본다.
안전문 앞에서 울고불고하던 꼬마들이 어느새 이렇게 자라 둘이서 놀 줄 아는 사이가 되다니. 기특하게 훌쩍 커버린 아이들을 보며 가슴 벅찬 뿌듯함과 고마움이 밀려왔다.
동시에, 밥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는 이유로 문에 매달려 우는 아이들에게 "기다리라니까! 엄마 밥 하잖아!"라며 짜증 섞인 역정을 냈던 과거의 내 모습이 떠올라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왜 그때는 아이들의 불안한 마음을 조금 더 다정하게 달래주지 못했을까. 미안함과 고마움이 뒤섞여 만감이 교차했다.
육아는 언제나 산 넘어 산이라지만, 아이들이 훌쩍 넘어선 이 작은 산봉우리가 내게는 너무나도 큰 위로가 된다.
나를 찾지 않고도 둘이서 씩씩하게 놀아주는 이 소중한 시간에 보답하기 위해, 오늘 저녁은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고기반찬을 구워야겠다.
등 뒤로 아이들 우는 소리 대신 두런두런 노는 소리를 들으며 여유롭게 밥을 안치는 날이 오다니. 버티다 보면 한 번씩 이런 선물을 받는 맛에, 기꺼이 식재료를 들고 팔을 걷어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