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의 머리카락이 어느새 허리에 닿기 일보 직전이었다. 찰랑이는 긴 머리가 예뻐서 기른 것이 아니라, 순전히 미용실이 무서워서 방치된 결과였다.
6개월 전 쯤, 아이 머리가 많이 기른 것 같아 큰맘 먹고 아이를 미용실에 데려갔지만, 아이는 의자에 앉기도 전부터 온몸에 빳빳하게 힘을 주고 버텼다.
낯선 사람, 번쩍이는 가위, 사방에서 들려오는 윙윙거리는 기계 소리. 어른들에게는 기분 전환을 하는 평범한 장소지만, 아이의 눈높이에서 미용실은 그야말로 정체를 알 수 없는 공포의 방이었을 것이다.
결국 우리는 가위 한 번 대보지 못하고 쫓기듯 그곳을 빠져나와야 했다.
그렇게 1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집에서 앞머리만 겨우 다듬어주며 버티던 어느 날이었다. 만 3세가 되던 올해, 훌쩍 자란 첫째가 불쑥 선언했다.
"나 미용실 가볼래. 나는 용감하니까!"
반신반의하며 다시 찾은 미용실. 아이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1년 전처럼 도망치지 않았다. 커다란 의자에 씩씩하게 앉아, 가위가 사각거릴 때마다 핑크퐁 동영상에 집중하며 끝까지 버텨냈다.
싹둑싹둑 잘려 나가는 머리카락과 함께 아이의 두려움도 조금씩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우와, 우리 딸 진짜 용감하다! 끝까지 멋지게 해냈네!"
거울 속 짧아진 머리를 보며 쑥스럽게 웃는 아이에게 나는 과장될 만큼 큰 박수와 칭찬을 쏟아냈다. 아이의 어깨가 으쓱 올라갔다. 미용실 문을 나서는 아이의 발걸음에는 전과 다른 단단함이 깃들어 있었다.
아이는 오늘 또 한 뼘 자랐다. 두려움을 이겨낸 즐거운 경험, 그리고 그 뒤에 따라오는 따뜻한 칭찬이 쌓이면 아이는 다음번에도 기꺼이 새로운 세상에 맞설 용기를 낼 것이다.
그 으쓱해진 작은 어깨를 바라보며, 나는 묘하게도 어린 날의 나를 떠올렸다. 나 역시 그저 다정한 칭찬 한마디가 고팠던 작은 아이였다. '참 잘했어, 대단해'라는 그 평범한 칭찬을 충분히 받지 못한 탓에, 나는 어른이 되어서도 타인의 인정과 칭찬을 갈구하며 전전긍긍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어쩌면 내가 타인의 시선에 목매는 어른으로 자란 건, 어린 시절 텅 비어있던 칭찬 주머니를 뒤늦게 채우려는 서툰 몸부림이었는지도 모른다.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쏟아낸 칭찬들은, 내 안의 울고 있던 어린아이에게 건네는 뒤늦은 위로이기도 했다.
두려움을 이겨낸 용감한 3살 딸에게, 그리고 여전히 칭찬받고 싶어 하는 30대의 나에게 오늘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1년 3개월의 한을 푼 엄마의 특급 영업 비밀을 공개합니다. 아이가 갑자기 용감해진 이유, 사실 제 '밑작업'이 조금 있었습니다.
미용실 가기 며칠 전부터, 첫째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가 혼자 의자에 앉아 씩씩하게 머리를 자르는 숏츠를 슬쩍 노출했습니다.
영상을 유심히 보던 아이의 눈동자에서 '나도 저 친구처럼 할 수 있다'는 작은 승부욕과 용기가 불타오르는 것을 보았습니다.
백 번의 설득보다, 동년배 친구의 브이로그 한 편이 훨씬 위대합니다! 미용실을 두려워하는 아이가 있다면, 또래의 영상으로 용기를 낼 수 있게 도와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