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지안 씨"의 사표를 쓰다
주말 내내 엄마의 곁에서 푹 자고 일어난 월요일 아침.
새로 개통한 스마트폰의 액정은 차갑고 매끄러웠지만, 내 마음은 더 이상 그 작은 네모 칸에 매달려 있지 않았다.
나는 가장 먼저 SNS 앱들의 알림을 모조리 끄고, 첫 화면에서 보이지 않는 깊숙한 폴더로 숨겨버렸다. 세상의 소음을 내 손으로 통제하기 시작한 첫걸음이었다.
출근 후, 사무실의 공기는 여전했다.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와 사람들의 한숨 소리가 뒤섞인 풍경. 점심시간이 막 지났을 무렵, 최 부장이 두툼한 서류 철을 들고 내 자리로 다가왔다.
"지안 씨, 이번 주 금요일까지 본사 제출해야 하는 기획안 말이야. 내가 해보려고 했는데 영 각이 안 나와서. 우리 팀에서 문서 작업은 지안 씨가 제일 깔끔하게 잘하잖아? 에이스가 좀 맡아주라."
나를 잔뜩 치켜세우는 익숙한 패턴이었다.
과거의 나라면 어땠을까. '역시 우리 팀 에이스는 나밖에 없어'라는 얄팍한 도파민에 취해, 혹은 '여기서 거절하면 나를 무능하거나 이기적이라고 욕하겠지?'라는 공포에 쫓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을 것이다. "네, 부장님! 제가 금방 해놓겠습니다." 그리고는 또다시 금요일 밤까지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영혼을 갈아 넣었겠지.
하지만 내 머릿속에는 지난주 공원 벤치에서 베어 물었던 따뜻한 소금빵의 맛과, 아무 조건 없이 나를 다독이던 엄마의 찌개 냄새가 스쳐 지나갔다.
나의 가치는 저 서류 철을 대신 떠맡아 얻어내는 얄팍한 칭찬에 있지 않았다. 최 부장의 칭찬은 나를 존중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귀찮은 업무를 떠넘기기 위한 가장 저렴하고 달콤한 포장지일 뿐이었다.
나는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최 부장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부장님, 죄송하지만 이번 주는 어렵겠습니다."
"어? 어려워? 왜, 무슨 일 있어?" 예상치 못한 나의 대답에 최 부장의 미간이 좁아졌다.
"지금 진행 중인 메인 프로젝트 마감이 목요일이라서요. 제 본래 업무에 집중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기획안은 다른 분께 부탁하시거나 기한을 조정하셔야 할 것 같아요."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렸지만, 끝은 흐리지 않았다.
사무실에 짧은 정적이 흘렀다. 최 부장은 헛기침을 하더니 "뭐... 알았어. 바쁘면 어쩔 수 없지."라며 뚱한 표정으로 뒤돌아섰다.
순간, 심장이 쿵쾅거렸다. '건방지다고 찍히면 어떡하지?', '분명 뒤에서 내 욕을 할 텐데.' 수십 가지 불안이 밀려왔다.
하지만 10분이 지나고, 1시간이 지나도 세상은 무너지지 않았다. 내 자리가 없어지지도 않았고, 경찰이 출동하지도 않았다. 그저 최 부장이 다른 대리를 찾아가 똑같은 칭찬으로 업무를 떠넘기는 소리가 들려왔을 뿐이다.
오후 6시 정각. 나는 컴퓨터를 끄고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장님의 눈치를 보며 의미 없이 야근하던 과거의 '착한 지안 씨'는 오늘부로 사표를 냈다. 타인을 기꺼이 실망시킬 용기를 내자, 비로소 나의 저녁이 완벽하게 내 몫으로 돌아왔다.
안녕하세요, 작가입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실망하게 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타인의 모든 기대를 충족시키려는 노력은 결국 나 자신을 가장 처참하게 실망시키는 일입니다. 누군가가 당신을 '착하다'고 칭찬하며 무리한 부탁을 한다면, 그것은 칭찬이 아니라 착취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미움받을 용기를 내세요. 당신이 정중하게 선을 그었을 때 떠나갈 사람이라면, 애초에 당신의 인생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사람입니다. 내 삶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방패는 단호하고 담백한 "아니요"라는 한마디입니다.
최근 일주일 동안 내가 원하지 않았지만 억지로 "네"라고 대답했던 적이 있나요? (그때의 내 감정은 어땠는지, 만약 시간을 되돌린다면 어떻게 거절하고 싶은지 적어보세요.)
오늘 거울을 보고 "죄송하지만, 그건 어렵겠습니다"라고 소리 내어 세 번 말하는 연습을 해보세요. (입 밖으로 내어보는 것만으로도 거절의 근육이 조금씩 붙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