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빈곤'에 빠진 아이들

by 지안의 방

지난 글에서는 AGI(범용 인공지능) 시대가 가져올 10년 뒤 일자리의 지각변동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오는 미래 앞에서 많은 부모님들이 묻습니다.

"그럼 우리 아이에게 지금 당장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요?"


코딩 학원을 하나 더 보내야 할지, 영어 단어를 더 외우게 해야 할지 고민하시겠지만, 오늘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조금 더 서늘하고 뼈아픕니다.


화면 속 깜빡이는 커서 앞, 완벽한 정답을 1초 만에 뱉어내는 챗GPT를 마주한 아이들의 표정을 유심히 보신 적이 있나요?


아이들은 놀라워하기보다 이내 멍해집니다. 무엇이든 대답해 주는 '정답 자판기'를 앞에 두고도, 정작 동전을 넣지 못해 서성입니다.


바로, '무엇을 물어봐야 할지 모르는 병', 즉 '질문 빈곤(Question Poverty)'에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지식 주입이 만든 '수동적 정답자'의 비애>


우리가 지나온 교육의 궤적을 돌아보면 아이들이 질문을 잃어버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우리의 교실과 학원은 '누가 더 남이 낸 문제의 의도를 빠르게 파악하고, 5개의 보기 중 하나의 정답을 정확하게 골라내는가'를 훈련하는 거대한 공장이었습니다.


학원 숙제는 밤을 새워서라도 완벽하게 해내고 문제집의 동그라미는 늘어가지만, 정작 백지상태의 일기장이나 "이 문제에 대해 네 생각은 어때?"라는 질문 앞에서는 펜을 멈추고 얼어붙습니다.


내 생각을 꺼내는 법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입력(Input)은 최고 수준인데, 주도적인 출력(Output)은 고장 나버린 안타까운 상태입니다.




<인문학적 지식 플러스: 소크라테스가 AI 시대를 산다면>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제자들에게 결코 정답을 먼저 쥐여주지 않았습니다. 대신 끊임없이 꼬리를 무는 질문을 던졌죠. 이른바 '산파술(문답법)'입니다.


그는 진리란 외부에서 주입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묻고 답하는 과정 속에서 내면으로부터 잉태되는 것이라 믿었습니다.


AI 시대는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소크라테스의 제자'를 곁에 두고 사는 것과 같습니다.


이 제자는 모든 지식을 다 알고 있지만, 스승이 올바른 질문을 던지지 않으면 영원히 침묵합니다. 과거에는 정답을 많이 아는 사람이 권력을 쥐었다면, 이제는 '문제를 정의하고, 예리하고 뾰족한 질문을 던질 줄 아는 사람'이 AI를 지배하고 세상을 주도합니다.


질문 빈곤에 빠진 아이는 결국 누군가(혹은 AI)가 내려준 지시를 수행하는 부품으로 전락할 위험이 큽니다.


남이 낸 문제의 정답만 찾는 아이는 결코 스스로 묻고 생각하는 아이를 이길 수 없으며, 미래의 일자리에서 대체되지 않는 유일한 무기는 바로 이 '질문하는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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