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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이스 Dec 10. 2018

세상의 모든 노래를 불러주면 안 될까요?

포르테 디 콰트로 전국투어 콘서트 <COLORS> 인천문화예술회관

  가장 추운 날은 가장 설레는 날이었다. 북극보다 추운 한파라지만, 마음이 포근해서인지 그다지 춥지 않았다. 한낮의 공연장은 예상대로 술렁거렸다. 무대 위 암막 커튼이 올라가자 네 남자가 버건디 컬러 슈트를 찰떡같이 소화하며 서 있었다. 와우~~~   


♪♬ IL LIBRO DELL'AMORE  

♪♬ 얼음꽃  

♪♬ 외길


  첫 곡이 끝난 후 팀 소개를 하며 인사하던 관행을 깨고, 세 곡을 연달아 부른 후 '(네 손가락을 쫙 피며) 저희는 포르테 디 콰트로입니다~' 하며 90도로 허리를 꺾어 인사한다. 어련히 알고 왔을까, 새삼스레 깍듯이 인사하는 모습이 흐뭇하다. 멤버들 모두 탈없이 건강하게, 변함없는 모습으로 거기 그렇게 서 있다.   


  무대 뒷배경의 그래픽은 예전보다 더 진화한 듯했고, 네 사람의 버건디 색 슈트는 고배우의 말마따나 와인이라도 마셔야 할 것처럼 따뜻하면서도 진하게 내 눈에 들어찼다. 함춘호 선생님의 기타와 밴드의 반주는 늘 그렇듯 네 남자의 음성과 조화롭게 어울린다.


  '명작' 콘서트에선 현수 군 목소리가 조금 더 잘 들렸는데, 이번엔 벼리 군 목소리가 유독 귀에 꽂혔다. 폭포수처럼 쏟아내는 고음은 (늘 그렇듯) 소름 끼칠 정도로 맑고 시원하다. 사실 1부 내내 벼리 군이 어딘가 불편해 보여 좀 걱정됐다. 원래 무대에서 말을 많이 하지 않았지만, 이번엔 유독 말을 아낀 채 계속 물만 찾았다. (공연장이 몹시 건조하긴 했다) 벼리 군은 노래할 때 한쪽 발을 약간 앞으로 내밀고 상체를 숙이며 하는데, 이번엔 더 많이 숙이는 것 같았다. 허리가 불편한 거 아닌가 싶었는데, 2부에선 꼿꼿이 서서 불러 다행이다 싶었다.



  벼리 군이 훈정이 형에게 물었다고 한다.

  "왜 우리는 오랜만에 만나서 연습하는 데도 잘 맞죠?"

  형아의 말처럼 네 남자가 이렇게 만난 것도 운명이라서 그럴 것이다. 포디콰를 아끼고 사랑하고 찾아 헤매는 관객들 역시 그들과 운명 아닐까 싶다. (이 운명이 몇 년 동안 이어질 것인가...)        


  겨울 감성에 맞춰 오프닝 곡으로 선택된 ♩IL LIBRO DELL'AMORE. 뒷배경의 그래픽도 따뜻하고 서정적인 감성으로 충만했다. 사실 이 노래는 사계절 언제 어디서 들어도 따뜻하고 설렌다. 태진 군이 우겨서 피아노 소스도 바꿨다고 하는데, 세심하게 신경 쓴 흔적이 느껴진다. (포디콰 쵝오!!!)


태진 군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 언제나  

♪♬ ARIEL  

♪♬ LA PREGHIERA  

♪♬ WISH


  「COLORS」의 수록곡 퍼레이드가 이어졌다. 네 남자가 ♩언제나를 부르면서 했던 춤사위(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만)에 객석이 또 한 번 술렁거렸다. 형아 말대로 '기술'이 들어가야 하는 곡이라, 그들의 수줍은(?) 몸짓으로 구현된 '기술'은 나름 깜찍했다. 형아가 지시한 '오른쪽으로 턴'을 잘못 이해한 현수 군은 제자리에서 도는 게 아니라 오른쪽으로 돌아나갈 뻔했다고 한다. (이 분, 은근 몸개그에도 소질을 보인다!) 사실 현수 군뿐만 아니라, 태진 군과 벼리 군도 '턴'을 잘못 이해했다고 실토한다. (뮤배 형아는 동생들에게 '기술'을 전수하기 정말 힘들겠다~) 그래도 저 작은 몸짓이 어딘가. 그들의 노래에 '기술'이 들어갔다는 건 장족의 발전을 의미한다. 노래는 성대에 꿀발라 놓은 것처럼 호흡 맞춰 쫀쫀하게 하는데, 몸짓마저 합이 착착 맞는다면 덜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역시 그들은 수줍음을 동반한 살짝 어설픈 '아무 몸짓'이 어울린다.


  함춘호 선생님은 ♩ARIEL 도입부의 기타 연주를 하며 어떤 느낌이었는지 묻는 질문에 "아, 이게 내 거였구나~" 하셨단다. 포디콰의 몸에 슈트가 장착되어 있듯, 그들의 성대엔 함 쌤의 기타 연주가 장착되어 있는 듯하다.


  ♩FLY를 못 들어서 섭섭했다. 혹시 저녁 공연을 위해 남겨둔 건가? 집에 와서 ♩FLY 만 100번 들었다.    


♪♬ SENZA PAROLE  

♪♬ FANTASMA D'AMORE


  말이 필요 없는 두 곡. 포르테 디 콰트로 1집의 시그니처이자 그들의 정체성을 극명하게 드러내 주는 노래들로 아쉬운 1부가 끝났다. (아아아아~~~)


태진군이 다시 나타났다!!


♪♬ COMES TRUE


  버건디 컬러 슈트를 벗고 산뜻한 캐주얼 셔츠와 블랙 슬랙스로 매치한 네 남자는 포디콰 새 노래 ♩COMES TRUE로 2부를 시작했다. 아마 객석 모든 사람이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대박! 빨리 음원 나와라! '세상이 내 앞에 COMES TRUE~' 귀에서 꿀 떨어지는 줄 알았다. 숨겨놓은 비밀 무기 같은 이 노랜 뭔가, 이 재주꾼들의 한계는 대체 어디인가.


  네 남자가 무대 상수 쪽에 세팅되어 있는 소파에 앉는다. 뭐지, 이 토크 콘서트 같은 연출은?

  예전엔 솔로곡 부를 때 한 사람씩 나와 부르고 얼른 뛰어들어가 다음 사람이 이어갔는데.. 이제 이들은 무대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소파에 앉아 도란도란 얘기하다 한 사람씩 나가서 노래한다. 형아는 토크할 때 소파 옆 전등을 손수 켜고 노래가 시작되면 끈다. 디테일까지 신경 쓰는 세심한 양반 같으니라고.  


♪♬ 바람이 분다 (이소라)


  현수 군의 스타트로 멤버들의 솔로가 이어졌다. 그가 이 곡을 선곡한 이유는, 포털에 겨울과 어울리는 노래 50위 안에 있어서라고 한다. 형아의 감상평 대로, 현수 군의 음성은 그냥 바람이 아니라 '굉장한 바람'이었다.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이 가사가 요즘처럼 와 닿을 때도 없다. 현수 군도 그래서 그렇게 폐부를 찌르는 감성으로 불렀나 보다. 아무 말할 때는 참 발랄하고 해맑은데, 노래할 땐 또 그렇게 진지할 수가 없다. 마성의 테너 같으니라고.    


  공기가 너무 건조해서 벼리 군이 침을 못 삼키자 태진 군이 손수 물병을 가져다준다. 벼리 군은 유독 건조함에 예민한 것 같다. 평상시에도 물을 많이 마시는데, 오늘은 힘든지 수시로 마신다. (에구~) 그런데 가만 보니 벼리 군이 마신 물을 훈정이 형이 마시고 나중엔 넷이 돌아가며 마시고 있다. 빨대도 공용으로. (ㅎㅎ) 누구 하나 감기 걸렸으면 큰 일 날 것 같은 이 아슬아슬하면서도 털털한 장면이 내내 기억에 남는다.


♪♬ 그 이름 (뮤지컬 '더 데빌')


  고배우는 뮤지컬 넘버를 열창해 좌중을 압도했다. 역시 형아답다. 단아하고 가냘픈 몸에서 나오는 파워는 볼 때마다 경이롭다. 새삼 궁금하다, 저 형의 끝은 어디일까? 고훈정 배우가 참여하지 않아서 이번 「더 데빌」은 패스할까 하는데, 노래를 들으니 봐야 하나 싶다. 그래도 그가 없는 무대는 섭섭할 거 같은데.


♪♬ I'M YOUR MAN (존 박)


  태진 군의 부드러운 음성은 늘 어떤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여자 친구에게 다정하게 노래 불러주는 키 크고 자상한 남자의 자태. 그 남자는 물론 태진 군이다. 왜 이 남자가 노래할 땐 항상 미지의 여자가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걸까. 아마 여자들이 좋아할 최적의 상태로 늘 세팅되어있는 태진 군의 음성과 매너 때문인 것 같다. 벼리 군은 그의 노래가 따뜻하다 못해 뜨겁다고 했는데, 나 역시 그렇게 느꼈다. 누군들 태진 군 노랠 듣고 그렇게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 IL CANTO


  드디어 목이 타들어가 슬픈 테너, 벼리 군이 솔로 무대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이 노래는 파바로티 선생님께서 불러 유명해진 곡이라는데, 솔직히 파선생님 노래는 내게 큰 의미가 없다. 벼리 군이 불렀으니, 이 순간부터 내 뇌와 가슴엔 벼리군 음성으로 이 노래가 새겨질 것이기 때문이다. 평생 파선생님의 노래를 안 들어도 상관없다 싶을 정도로, 이벼리 테너가 부른 노래는 각별하다. 콘서트마다 솔로곡을 항상 이탈리아 아리아로 준비하는 이 남자의 성실함과 학구열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뭐, 이탈리아 노래를 안 한다고 덜 성실한 건 아니지만, 벼리 군이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노래를 선곡해 소화하는 걸 보면 나 또한 뿌듯하고 기특하다.


  솔로곡을 마친 네 남자가 소파에 모여 앉아 쏟아내는 아무 말은 정말 '아무 말'이었다. (ㅎㅎ)

  형아가 ♩회상(터보)을 부르자 막내 라인들은 이 노래를 잘 모른다고 한다. (뜨악~ 생각보다 어리구나..) 충격적인 건, 태진 군이 ♩쿵따리샤바라의 음정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이거 실화냐?) 어떻게 이 노래를 모를 수 있지?? 나이 때문이 아니라 학창 시절 외국에서 지내 그런 듯 싶다.


  어쨌든, ♩쿵따리샤바라 얘기가 나와서 잠깐 딴생각이 들었다. 2000년 가을, 팀 회식에 '어떤 인연'으로 클론이 함께 했는데, 2차로 간 노래방에서 그들이 ♩쿵따리샤바라를 춤추며 노래했다. 방송에서 보던 것과 똑같이 노래하고 춤추는데 요샛말로 딱 기절각이었다. 가수가 자신의 노래를 노래방에서 부르는 걸 직접 목격하는 건, 흔치 않은 경험이다. 지금도 짱짱하지만 그 당시 클론은 최고의 가수였다. 그들의 퍼포먼스를 눈앞에서 본다는 것은 상상조차 못 할 일이었다. 그들도 우스갯소리로 행사 가서 한 곡만 해도 어마어마한 개런티를 받는데, 지금 노래방에서 이러고 있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날 노래방에서의 클론 모습은 굉장히 비현실적이면서도 신비로운 장면으로 아직까지 내 뇌리에 남아있다.


  이 시점에서 문득 궁금해진다. 포르테 디 콰트로 노래도 노래방에 있나? 안 가봐서 모르겠지만 분명 있을 것이다. 그들이 노래방에서 '오디세아'나 '일리브로~'를 부르는 걸 직접 본다면 완전 대박일 듯!!!

(상상만 해도 심장 쫄깃하다~)


  벼리 군이 청아한 목소리로 '손이 시려워~ 발이 시려워~'를 청승맞게 부르자, 현수 군이 '퍼얼펄 눈이 옵니다~'로 받아친다. 징글벨로 이어졌다 박효신의 ♩눈의 꽃 아카펠라로 겨울 노래 메들리가 마무리됐다.


♪♬ WINTER WONDERLAND


  멤버들이 무대에 눈을 뿌려가며 발랄하게 부르니, 진짜 새하얀 눈으로 덮인 겨울 들판에 서있는 기분이다. 세세한 분위기까지 신경 쓴 정성이 살갑게 느껴진다. 안 그래도 되는데, 그냥 서서 노래만 불러도 황홀한데 뭘 또 이런 것 까지 하나 싶다. 그래도 보긴 좋았다. 포디콰가 하는데 뭔들 안 좋을까. 그냥 그들이 웃고만 서있어도 따라 웃게 된다.


  네 남자가 멋지게 재킷을 장착한다. 갖춰 입고 정색하고 불러야 하는 노래를 할 차례인가 보다. 재킷 하나도 그냥 입지 않고 돌면서 버튼을 잠그는 센스를 시전하는 고배우. 그런 형아를 보며 놓치지 않고 장난치는 태진 군. 참 잘 논다, 이 남자들..         


나의 최애, 테너 김현수


♪♬ DANNY BOY

♪♬ 겨울 소리 (박효신)


  DANNY BOY를 들으니 방송에서 노래 부르다 울컥하는 고배우 모습이 오버랩된다. 어쩜 저렇게 여리고 감성이 풍부할까. 보다가 같이 울컥했던 기억이 난다. 준환 군 대신 네 사람이 모은 화음은 또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한 번 터진 감성은 다시 불러도 주워 담기 힘든가 보다. 고배우는 이 노래를 극복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러지 말라고 하고 싶다. 그냥 터지면 터지는 대로 하시라고, 그 모습이 더 좋다고 말해주고 싶다.


♪♬ PANIS ANGELICUS  

♪♬ WE WILL MEET ONCE AGAIN (ANDREA BOCELLI & JOSH GROBAN)  

♪♬ AVE MARIA


  겨울에 어울리는 포근하고 따뜻한 곡으로 콘서트를 마무리하려는 의지가 느껴지는 노래들이 이어졌다. 너무 아쉽지만 그들의 콘서트가 끝나간다. 핑거 라이트를 가져갔지만, 그거 꺼내 들고 있을 여력이 없었다. 넋 놓고 무대보며 노래를 듣다 보니 그냥 지나갔다.    


♪♬ LUNA

♪♬ FALL ON ME (Andrea Bocelli & Matteo Bocelli)

♪♬ ADAGIO


  앙코르곡 전주가 나오자 무대 뒤로 둥근달이 떠오른다. 그리고 이어지는 노래. 객석의 아쉬워하는 함성에 에누리로 ♩ADAGIO까지 들려준 후, 네 남자는 커튼 뒤로 사라졌다. 이어서 저녁 공연까지 또 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난 아쉬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아직 두 번의 만남이 더 남아있다는 위로를 스스로에게 하며.

 

  소문난 잔치엔 먹을 게 많았다. 아무리 먹어도 배가 고픈 진수성찬이지만, 그들이 차려낸 테이블은 기대 이상으로 아름답고 황홀했다. 이번 공연엔 유독 새로운 노래가 많았다. 기존 가수의 곡이지만 포르테 디 콰트로의 음성으로 듣는 노래들은 오리지널 가수의 아우라마저 잊게 한다. 탁월한 해석과 가창력, 감성과 재치까지.  포르테 디 콰트로 IS 뭔들!!

  오래전부터 품었던 생각인데, (불가능하다는 걸 알지만) 세상의 모든 노래를 그들의 음성으로, 포디콰의 성대로 필터링해서 들려달라고 애원하고 싶은 심정이다. 네 명이 힘들면 두 명씩 유닛으로, 아니면 솔로도 좋으니 그냥 당신들의 성대로 통과만 시켜달라고 하고 싶다.

 

  아름답게 시작한 「COLORS」 전국 투어 콘서트, 끝까지 아름답게 마무리하길.. 지금 내가 포르테 디 콰트로 네 남자에게 바라는 것은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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