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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이스 Jul 16. 2019

#명품공연

포르테 디 콰트로  <언플러그드 II> 롯데콘서트홀, 2019.7.14.

  난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를 하지 않는다. 따라서 해시태그를 쓸 일이 없다. 그런데 너무나 쓰고 싶어 졌다.

  #포르테디콰트로 #포디콰 #그동안테너김현수에게무슨일이 #포디콰언플러그드 #7월14일 #롯데콘서트홀 #라이온킹 #심바 #웅장함 #명품공연 #사랑방캔디 #돈이되는장사 등등.

  이 쏟아질 듯한 해시태그들을 사용할 수 없어 유감이다.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면 되겠지만, (한숨) 하~ 난 그다지 SNS를 즐겨하는 족속이 아니다.  


  지난 3월에 이어 포르테 디 콰트로의 「언플러그드」두 번째 콘서트에 다녀왔다. 첫 공연에서 받은 감동과 전율이 압도적이어서 이번에도 피 튀기는 예매에 뛰어들지 않을 수 없었다. (또 한숨) 하~ 이 남자들은 대체 뭘 먹고 이렇게 경이적으로 노래를 잘하는 걸까. 왜 늙지도 않고 깎아놓은 밤톨들처럼 점점 더 미끈하게 잘 생겨지지? (ㅋㅋㅋ)


롯데콘서트홀


  지난번 언플러그드 콘서트와 레퍼토리는 같았다. 같은 노래도 들을 때마다 새롭고 아름답기에, 나른할 틈 따윈 없었다. 오프닝 곡부터 관객과 밀당 하(는 척하)며 하는 앙코르 곡까지, 중간에 변주는 있었지만 노래 순서와 무대 퍼포먼스까지 첫 번째 공연과 흡사했다. 내 기분이 그래서 그런가, 그들은 4개월 전보다 조금 더 여유 있어 보였고, 화음은 더 힘차고 웅장했다. 지난 3월 콘서트를 보며, 단언컨대 지금까지 본 포디콰 콘서트 중 최고라 생각했는데, 그보다 더 아름답고 황홀한 무대였다.  


  내 자리가 지난번보다 조금 앞쪽으로 이동해서 그런지 그들의 목소리도 더 잘 들렸다. 여전히 훈정이 형과 태진 군이 말을 많이 하고, 조용한 벼리 군은 초지일관 물을 많이 마시며 과묵했다. 현수 군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말을 아끼고 물도 꼭 뒤돌아서 조심스럽게 마셨다. (그런데 태진 군과 함께 지구의 날 기념 '환경 콘서트'할 때 개인 텀블러 쓴다고 하지 않았나요? 상표 노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텀블러를 사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 짐작하지만, 일회용 물병은 좀... ㅠㅠ)    



★ 옆 자리 관객 & 핑거 라이트


  내 옆자리, 혼자 오신 듯한 연세가 지긋하신 남자 관객은 내 손에 들린 핑거 라이트를 보더니 이건 뭐냐고 물으셨다. 알려드리니 어디서 가져왔냐고 해서 얘기해드렸다. 갖고 싶어 하시는 것 같아, 난 두 개 있으니 하나 가지시라고 초록색을 드렸다. 어떻게 사용하는 거냐고 물으셔서, 이따 공연 시작되면 이걸 켜야 하는 노래가 나오니 그때 쓰시면 된다고 했다. 어떤 노래냐고 하시기에, 보면 안다고 다른 관객들이 켤 때 따라 하시면 된다고 했다.

 

  공연이 시작되고 두 번째 곡으로 Notte Stellata를 하기 전, 라이트를 키시라는 훈정이 형의 말에 관객들은 일사불란하게 핑거 라이트를 켰다. 옆의 그분을 보니 잘 못하셔서 내가 가지고 있던 하얀색을 켜서 드리고, 초록색을 가져왔다. 노래가 끝났는데 이번엔 못 끄겠다 하셔서 대신 꺼드렸다. 이 패턴은 2부 Panis Angelicus에서도 똑같이 반복됐다. 그분은 주섬주섬 핑거 라이트를 꺼내셨지만 또 못 키셔서 내가 초록색을 켜서 드리고 흰색을 가져왔고, 끝나고 다시 꺼드렸다. 혼자서 공연장에 오기 쉽지 않으셨을 텐데, 그분은 나 못지않게 포디콰의 연주에 열광하며 즐기시는 것 같았다. 왠지 모르겠지만, 공연 관계자의 지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 그동안 현수 군에겐 무슨 일이...?


  현수 군은 지난 공연과 이번 공연 사이에 뭘 했냐는 태진 군의 질문에 살짝 당황하며 말을 피했다. 그 사이 인륜지대사를 치렀다고 알고 있는데, 아무쪼록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한다.

 

  그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유독 긴장된 모습으로 말을 아꼈다. 각별히 목 관리를 하는 듯싶다. 다른 멤버의 음성도 그렇지만, 현수 군이 쏟아내는 폭포수 같은 소리는 한여름에도 소름이 돋을 정도로 전율이 느껴진다. 개인 마이크를 안 쓰니 그의 생생한 목소리가 더 명징하게 들렸다. 화음을 넣을 때조차, 아니 화음은 화음대로 그의 음성은 부드러우면서도 힘차게 흘러나와 귀에 꽂힌다. 고음으로 솟아오를 때 그가 살짝 접은 팔을 바르르 떨며 노래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다. 이번 공연은 아니지만, 무대에서 꽤 가까운 자리에 앉았을 때 보면, 그는 노래할 때 객석에 멀리 시선을 주면서 관객들과 눈 마주치는 걸 피하는 것 같다. 쑥스러워 그러는 것 같은데, 막상 그에게 물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가끔 방송 나올 때 보면, 멘트 하다가 귀까지 빨개지기도 한다. 그런 모습은 뭐랄까, 참 순수하고 귀여워 보인다.


  나의 친구는 현수 군이 입을 활짝 벌리고 노래하는 모습이 환하게 웃는 것처럼 보인다는데, 나는 왠지 그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삼키는 것 같다. 그렇게 찬란하고 아름다운 소리가 아무 대가 없이 쉽게 나올 리가 없지 않은가. 듣는 사람은 상상도 못 할 고통으로 빚어지는 게 아닐까. 물론 그렇지 않길 바라지만.   



★ 걸어 다니고, 숨 쉬고, 노래하는 명품들


  훈정이 형은 6월에 살짝 살이 오른 듯하더니, 다시 슬림한 자태로 돌아왔다. 그동안 너무 말랐어서 살이 좀 찐 모습이 보기 좋았다. 더는 살을 안 뺐으면 싶다. 여기서 더 빠지면, 또 숟가락으로 밥을 떠먹여 주고 싶은 마음이 울컥 들 것 같다. 그리고 다시 한번 '킹 아더'로 돌아왔으면 한다. 이번엔 두 번 밖에 못 봤는데, 다시 아더왕이 오시면 회전문 돌면서 중세의 왕을 수차례 영접할 것이다.


  태진 군은 늘 그렇듯 젠틀하고 세심하다. 그리고 은근히 웃긴다. 태진 군을 볼 때마다, 왠지 그는 아무 걱정 없이 밝게 긍정적으로만 살았을 것 같은데 그에게도 남모르는 고민이 있겠지. 이번에 새로 들려준 노래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은 태진 군을 위한 곡이 아닌가 싶다. 네 남자가 함께 화음을 모았지만 유독 태진 군 솔로가 돋보였다.


  그나저나 벼리 군은 왜 솔로 앨범을 안내는 것일까. 나는 늘 그것이 궁금하다. 어느 매체와 한 현수 군 인터뷰를 보니, 주위에서 벼리 군에게 앨범 내라고 많이 권하지만 그는 본인이 준비될 때까지 고사하며 공부 중이라고 한다. 이 분 역시 완벽주의자인가. 지금도 충분히 멋진데 여기서 어떻게 더 완벽하겠다고. 포디콰 3집도 그렇고, 멤버들의 솔로 앨범도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지만, 특히 벼리 군 솔로 앨범 기다리다 진짜 목 빠질 것 같다.


  훈정이 형의 은근한 압박(?)이 아니더라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포르테 디 콰트로가 마이크 없이 채운 무대는 반박할 수 없는 명품 공연이었다. 무대에서 노래하고, 얘기하고, 걸어 다니고, 숨 쉬고, 간간이 물도 마시는 네 남자 자체가 100년 이상 지키고 싶은 명품들이다. 명품의 가치는 시간이 흐를수록 올라가는데, 네 남자가 앞으로 어디까지 올라갈지 몹시 궁금하다. 지금도 너무 아득하게 높이 있는 것 같긴 한데..


포르테 디 콰트로


★ 신기루


저기 아득히 눈이 부시게

유난히 빛나던 그댈 보았죠

숨 죽인 채로 멈춰버린 나

오 태어나 처음 보았던 풍경

설레었죠

내게 남겨진 모든 낮과 밤 사라져도

그 길 끝에서 기다릴게요

내 품에 안길 날

오 내 삶에 그대라는 꿈

잡히지 않는 신기루처럼

언젠가는 흩어져 버려도

되돌릴 수 없는

운명이죠

저 바람결에 그대 목소리

나의 귓가에 살며시 들리죠

노란 달빛에 귀 기울였던

오 두 눈을 감고 들었던 노래

감사하죠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여기 딱 내 심정을 '복사/붙이기' 한 노래가 있는데.

  세 번째 언플러그드 콘서트는 또 언제 볼 수 있으려나.



FORTE DI QUATTRO - UNPLUGGED 2


1부> 블랙 슈트

♪Odissea ♪Notte Stellata (feat. 핑거 라이트) ♪단 한 사람  ♪빛의 사랑 ♪Love of My Life ♪신기루 ♪Senza Parole ♪Il Libro Dell'Amore



2부> 화이트 재킷

♪좋은 날 ♪Panis Angelicus (feat. 핑거 라이트) ♪베틀 노래 ♪Can You Feel the Love Tonigt (with 심바!) ♪La Vita e Bella ♪Love Ballad ♪Fantasma D'Amore ♪La Preghiera ♪Luna



앙코르>

♪Ave Maria  ♪Destino (feat. 손태진 군 빵 터짐) ♪Adag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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