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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이스 Jul 23. 2018

나의 영원한 본진 '포르테 디 콰트로'

Forte Di Quattro 토크 콘서트 (2018. 7. 22.)

'더운 날'이 '좋은 날'로 바뀐 건 한 순간이었다. 그들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 것이다. 더 심한 폭염이 들끓는 날도 그들은 좋은 날로 만들 수 있다. 네 사람의 힘[포르테 디 콰트로]은 강하니까. 그들은 포르테 디 콰트로니까.


시작된 아름다움 FDQ 1집


거부할 수 없는 네 남자의 '아무 말 대잔치가'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그동안 콘서트에서 아무 말을 정말 아무렇지 않게 지치지 않고 해대더니, 급기야 토크 콘서트까지 하신다. 이 분들의 자신감과 유쾌한 낙관주의에 일단 박수를 보낸다. (덕분에 네 남자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안 봤으면 어쩔 뻔..)


게스트나 MC 같은 군더더기 1도 없이, 네 사람이 온전히 꽉 채우고 들었다 놨다 한 무대는 또 한 번의 레전드였다. 이런 자유분방한 아무 말과 몸짓(?)은 대체 어느 학원에서 배우신 건지, 작위적인 꾸밈없이 각자의 캐릭터를 고스란히 보여준 시간이었다. (혹시 나름 토크 콘서트를 위해 뭔가 준비하고 설정한 멤버가 있었는지 모르겠는데, 다들 평소 하던 대로 토크를 투척해서 누군지 끝내 눈치챌 수 없었다.)


정형화된 토크의 커리큘럼에 일부러 반항하는 듯, 방목으로 자란 듯한 토크의 신(?)들은 나를 시종일관 낄낄거리게 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별 얘기도 아닌데 나의 광대는 왜 세 시간 내내 승천해 있었던 걸까.


진화하는 아름다움 FDQ 2집 클라시카


슬림하지만 커다란 ‘쁘리미엄’ 맏형 고훈정


예민하게 생긴 형아가 안개처럼 솨악~ 다가오더니 벼리 군에게 말했다고 한다.

"넌 스핀토 테너야. 죽창 같은 소리를 가졌어. 내리꽂아!"

그렇게 벼리 군은 형아의 한 마디에 죽창 같은 소리를 가진 스핀토 테너가 됐다. 이 전략적인 형아는 최종 경연을 앞두고 벼리 군의 자세를 고쳐주고, 노래할 때 마이크를 이마 위로 못 들어 올리게 스탠딩 마이크로 바꾸는 초강수를 둔다. 그리고 동생의 이미지 변신까지 관여한다. 

'너 머리 까면 우리 우승한다!' 

이 형아.. 그때부터 마돈크의 백작을 예감해 교주 같은 카리스마를 시전하고 계셨나 보다. 무대에서 세라 춤을 출 때는 영락없는 백작님이다. (또 보고 싶다, 훈 백작님!) 밥을 떠먹여 주고 싶을 정도로 마른 몸은 안쓰러우면서도 멋지다. 여자인 나도 평생 가져보지 못한 슬림한 몸매를 저리 오래 장착하고 있다니. 오늘은 네일도 안 하고 오셨다. (뭐지, 이 허전함은..)


이 형아는 포르테 디 콰트로의 나아갈 길과 역할에 대해 생각이 많으시다. 장황할 정도로 고민의 흔적을 들려주신다. 크로스오버 음악에 대해, 포디콰의 정체성과 미래에 대해, 자신의 꿈에 대해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얘기하신다. 뾰족하고 예민할 거란 첫인상과 달리 여리고 생각이 깊은 포디콰의 리더이자 맏형이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새삼 확인하니 더 듬직하고 안심이 된다. 그가 있는 한 포디콰는 절대 무너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의외로 눈물이 많은 이 형아가, 눈물이 흘러 못 부르는 노래가 더 이상 없길 기도한다. 그래도 울컥할 땐 맘껏 울어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당신의 눈물은 목소리 못지않게 아름다우니까.  



죽창 같은 소리를 지닌 영혼의 테너 이벼리


벼리 군은 영혼으로 노래하지만 토크도 영혼으로 한다. 토크의 양보다 퀄리티에 신경 쓰는 이 남잔 농어촌 전형으로 합격한 복학생 같다고 형들이 놀려도 마음 좋게 웃는다. 영혼까지 맑은 청년임에 분명하다.

'NESSUN DORMA'를 그리 우렁차게 불러도 실핏줄 하나 터지지 않고 멀쩡하다. 보는 나는 모세혈관까지 짜릿하던데.


묵묵하고 한결같은 그가 말을 아끼는 건 나름 이유가 있다. 말 많은 형들과 친구 틈에서 차지한 그의 역할은 '침묵 속에 피어나는 기습적인 한방'이다. 그가 마이크를 드는 순간은 좀 더 집중하고 좀 더 숨죽이게 된다. 개인적으로, 벼리 군이 포디콰 활동을 마음껏 즐기고 많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가 행복하게 보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영혼이 맑은 사람이 행복해야 보는 사람도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사랑해요 손태진 님'의 리치 베이스 손태진


이 분도 나날이 훈훈해지신다. 거의 회춘 수준이다. 가끔 방송에 나온 부장님이 그리워 동영상 찾아본다고 하면 싫어하려나. 멤버들의 카오스적인 방목형 토크를 정리하고 진행하는 순발력을 발휘한다. 이 분, 나중에 MC해도 될 것 같다. 태진 군의 미덕은 너무나 많아서 말로 다 하기 힘들지만 굳이 정리해 본다면, 절대 화내지 않을 것 같은 온화함과 젠틀한 이미지다. (목소리 너무 감미롭고 노래 너무 잘해요~ 이런 불변의 진리 같은 말은 생략하겠다) 벼리 군이 왜 '형 같은 친구'라고 하는지 알겠다. 현수 군과 꿍짝이 맞을 땐 발랄하지만, 혼자 떼어놓고 바라보면 참 점잖은 청년이라는 생각이 든다. 말하는 것도, 얼굴도, 기럭지도 몹시 바람직하다. 버릴 게 없다, 이 남자.

'오디세아' 파트 바꿔 부르고 나서, 침 삼켰는데 피 맛난다고 하는 재치와 센스.. 아주 칭찬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노래할 때 입을 크게 벌리는 태진 군 모습을 흐뭇한 엄마 미소로 볼 때가 많다. 성악가들이 유독 입을 크게 벌리고 노래하는 경향이 있는데, 태진 군은 눈을 내리깔고 부르면서도 마치 먹이를 물고 오는 어미새를 본 아기새처럼 정말 입을 쫙~벌린다. 나에게 각인된 태진 군의 시그니처 이미지는 '아기새처럼 입을 크고 동그랗게 벌리고 노래하는' 형상이다.



얼굴의 신, 어메이징 테너 김현수


대놓고 말하면 이 분은 나의 '본진 of 본진'이다. 유일하게 인간에서 (얼굴의) 신으로 격상된 분이다. '어디서 끊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토크를 꾸준히 지치지 않고 하신다.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어쩌라고 털맨'으로 또 한 번 토크의 레전드를 선사하셨다. 평소에도 '아무 말 대잔치'에 가장 최적화된 토크를 시전 하신다.


인간이 감히 신을 평가할 순 없다. 무슨 말을 해도 신성모독일 테니. 기도하는 마음으로 나의 바람을 조심스럽게 얘기하자면, 현수 군은 토크의 내공을 절대 쌓지 않았으면 좋겠다. 말이 많으면 많은 대로, 썰렁하면 썰렁한 대로, 어설프고 서투르더라도 아무 말을 아무 때나 눈치 보지 말고 막 투척했으면 좋겠다. 능숙하고 매끄러운 연예인(or 방송인으로)으로 변하지 말고 지금처럼 귀엽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철들지 않길 바란다. 물론 개인적인 바람이다. 그는 이미 세련된 무대 매너를 갖춘 아티스트다. 흐뭇하고 바람직하지만, 그가 차돌처럼 매끄럽게 깎이는 것 같아 살짝 아쉽기도 하다. 대중 앞에 서야 하는 운명인 그에게 영원히 변하지 말라고 하는 건, 불가능하고 이기적인 바람이라는 걸 안다. 그래도 방송에서 살짝 당황할 때 귀까지 빨개지는 그가 좋다.


네 남자의 토크는 유쾌하고 즐겁지만, 역시 그들은 노래할 때 가장 아름답고 멋있다. 넷의 화음이 절정으로 달아오르며 어우러질 때, 뇌를 갈아엎는 듯한 전율은 콘서트에서만 맛볼 수 있는 황홀한 선물이다. 말 안 해도 그들은 너무나 잘 알 것이다. 그들이 영혼을 끌어모아 노래할 때, 객석에선 영혼을 끌어모아 가슴에 새긴다는 걸.


나의 영원한 본진 포르테 디 콰트로에게 하고 싶은 말은 딱 하나다.

 앞으로 하고 싶은 거 다 해요, 넷이 흩어지지만 말고!


네 남자가 무더운 여름 한가운데 만들어준 날은 그냥 '좋은 날'이 아니라 '완벽하고 유쾌하게 좋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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