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공감하는 일
2023년 1월, 구글에서 나오고 나서 (layoff), 하고 싶었던 일들이 있었습니다. 30여 년간 회사생활을 하면서 못해봤던 것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1년 반 동안 트레이더 조 슈퍼마켓에서 일했고, 스타벅스 바리스타로 일했고, 공유택시 운전사 되어 되기도 했고, 펫시터도 했습니다. 이렇게 실리콘밸리 N잡러 생활을 18개월 하고 나니, 우리에게 “회사” “타이틀” 이라는 껍데기를 벗으면 정말 큰 세상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체험했습니다.
육체노동 현장, 또 고객과 직접 대면하는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직원이던, 고객이던 제가 30년간 회사생활하면서는 만날 수 없던 분들이 대부분이었고, 또 이분들과 공감하며 많은 인생의 성장을 했습니다.
그때 꼭 해보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바텐더 되기’ 였습니다.
작년 12월초에 링뜨인으로 연결된 한 링친께서 “로이스님, 아직도 바텐더 하고 싶으세요? 그러면 제가 아는 바 운영을 하는 믹솔로지스트 연결해드릴게요.”라고 메세지를 주셨고, 저는 “네!!” 하고 바로 그 주에 소개해주신 믹솔로지바를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저의 바텐더 되기, 가 시작되었습니다.
아래는 바텐더로 3주 일하면서 배운 점을 정리해봤습니다.
바텐더, 라는 직업에 대해.
1. 편견을 버려야 보이는 전문성 : 밤에 일하고, 술을 다루는 직업인으로 사회적 편견을 갖는 분도 있지만, 완전 전문직입니다. 다양한 칵테일을 자유자재로 만들어내는 스킬셋은 바리스타 그 이상입니다. 종류는 수만 가지에 달한다고 합니다.
2. 늘 프리젠테이션 하는 중 : 코 앞에서 고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음료를 만들어내는 것은 또다른 프리젠테이션 기술과 배짱을 요합니다. 바리스타로 카페에서 음료를 만들 때도 누군가 지켜보고 있으면 잘 안되는데, 여기서는 코 앞에서 지켜봅니다. ‘쉑킷쉑킷’ 동작 이외에도 지거(용량 측정 용기) 사용이나 긴 숟가락으로 섞는 것 등 작은 손동작 하나하나도 중요합니다.
3. 고객과의 공감 : 고객이 바에 들어온 순간부터 바텐더는 고객에 집중합니다. 고객에게 맞는 음료를 추천해주기도 하고 또 음료를 만들면서 바에 앉아 있는 고객과 공감의 대화를 합니다. 음료를 만들어서 고객에게 전달할 때는 만든 음료에 대해 소개를 합니다. 이때는 스토리텔러가 됩니다.
4. 여기서도 성공팁은 협업! : 바텐더들은 서로 말하지 않아도 눈빛만으로 압니다. 서로 다른 음료가 동시에 나가야할 때, 두 바텐더는 서로서로의 스피드를 눈여겨 봐가며 쉑킷쉑킷 해서, 최상의 맛이 고객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같은 순간에 두 음료를 만들어 냅니다.
5. 바텐더의 성장 : 직업인으로 바텐더는 본인의 역량개발과 비즈니스 개발을 동시에 생각합니다. 어느정도 바텐딩 기술을 갖추게 되면 자기만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바를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바텐딩을 하면서 다시한번 깨달은 것들
1. 하루, 한 주를 일해도 최선을 다하고, 궂은 일을 찾아서 하고, 인사 잘하면 동료들로부터 환영받는다.
2. 늘 겸손하게 배우는 자세로, 호기심 있게 바라보면 배우는 것이 많다.
3. 체력이 중요하다. 오래 서있거나 계속 이어지는 쉑킷쉑킷에도 다음 날 팔이 안 아플 수 있어 바텐딩을 할 수 있었던 것도 평소 다져놓은 체력 덕분. 체력이 있어야 모든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번에 새로 알게 된 것들
정말 다양한 분위기의 바들이 있다. 그 바에서만 마실 수 있는 음료과 음식이 있고, 오는 고객층도 다르고, 인테리어도 다르다. 바 투어를 하는 것도 재미있다.
바텐더들이 가는 바가 따로 있다. 바텐더들이 일이 끝나고 고된 하루를 푸는 바들이 따로 있습니다. 이들은 자정에 시작해서 아침 6시까지 합니다.
일이 끝나는 2시 이후에 회식으로 삼겹살을 먹습니다. 고된 일이 끝나고 2시 넘어서 삼겹살을 먹는 맛, 쵝오!! 입니다.
감사 인사
바에서 일하고 싶다는 말을 기억했다가 좋은 바를 소개해준 링친, 태우님께 감사.
바텐딩을 배울 수 있고, 또 게스트 바텐딩의 기회를 선뜻 주신 믹솔로지 두 대표님(김봉하 대표님, 김현 대표님)께 감사. 마지막날 근처 바 투어도 해주셨어요.
무경험자였던 제게 유리잔 닦는 것부터 세세하게 잘 가르쳐주시고, 칵테일을 만들다가 틀려서 멘붕이 왔을 때도 무안하지 않도록 배려해주셨던 동료 바텐더분들 - 호빈님, 지훈님, 은비님, 연규님, 상현님, 그리고 설겆이 동료로 시간을 많이 보냈던 막내이신 준연님. 짧은 기간이었지만 한 가족으로 대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바 bar 를 가자”라고 했을때 사회적 편견, 혹은 벽이 좀 있습니다. 일단 퇴폐적이고 불건전할 것 같다는 생각, 비쌀 것 같다는 생각, 혼자가면 눈치 보일 것 같다는 생각 등등… 이번에 바텐더로 일하면서 깨달은 것은 퇴근길에 들려서 한 잔 편하게 할 수 있는 곳, 하루의 머리를 식히거나 차분히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이란 것입니다. 특정한 부류의 사람들이 아니라 누구나 카페처럼 갈 수 있는 곳이요. 무알콜 음료도 다양하게 있구요. (자세한 건 이전 포스팅 참조)
2년반 기간의 자원봉사 출국을 앞두고 3주 빡세게 경험했던 직업인 바텐더, 이 역시 [스킬 + 공감]의 직업이었습니다. AI시대에 효율성을 앞다투어 얘기하고 있지만, 인간을 인간답게, 또 삶을 따뜻하게 만드는 공감을 만들어내는 현장이 늘 그리울 것 같습니다.
#청담믹솔로지 #로이스_바텐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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