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하는 가솔린 가격에 주유 러시
3월 25일 수요일
#로이스_몬테네그로_평화봉사단_이야기
#AI는_일하고_인간은_산다
지난주였다. 호스트맘이 말했다.
“오늘 기름 넣으러 가야 해. 곧 오른대.”
그리고 두 시간 뒤, 그냥 돌아왔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최근 한국에서는 5부제를 하는 등 전기를 아끼는 열풍이 시작됐다는 뉴스를 보았다. 전 세계가 엉망이 되고 있다.
사실 지난 두 달간 평화봉사단으로 몬테네그로에 와 있으면서 세계 정세와는 동떨어진 느낌이었다. 뉴스에서 듣기는 하지만, 시골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전쟁으로 가솔린 가격이 오르고, 금/은 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락하고, 반도체 가격이 오르고, 혹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케데헌이 2관왕을 하는 등, 뉴스를 읽어도 꼭 남의 일 같았다.
그런데 “이놈의” 미국-이란 전쟁은 멀리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지지난주였다. 호스트맘이 아침에 나가면서 이렇게 말했다. “오늘 기름 넣으러 가야 해. 곧 오른대.” 그리고 두 시간 뒤, 그냥 돌아왔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주유소에 줄이 길게 늘어섰고, 차들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고 했다. 기다리다가 포기하고 돌아왔다. 하여튼, 그날은 장도 못 봐서 그 일주일은 냉파(냉장고 파먹기)를 해야 했다.
그리고 기름(가솔린) 가격을 좀 더 살펴보았다. 얼마나 올랐나 궁금했다. 몬테네그로에서 리터당 €1.43이던 휘발유 가격은 지금 €1.50 정도로 올랐다. 얼핏 숫자만 보면 몬테네그로의 유가는 크게 오른 것 같지 않다. 상승률로 보면 3~4% 정도이다. 같은 기간 미국의 가솔린 가격이 약 15~20% 오르고, 한국도 10% 이상 오른 것에 비하면 몬테네그로의 기름값 상승은 상대적으로 작아 보인다. 그런데 호스트맘과 얘기하다 보면 기름값에 대한 체감은 전혀 다른 것 같다.
왜일까.
첫째, 몬테네그로의 1인당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비교적 조금 올라도 체감은 크다. 2024년 기준 몬테네그로의 1인당 명목 GDP는 약 $10,000 내외로, 미국(약 $70,000)과 한국(약 $30,000)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소득이 낮기 때문에 가격 상승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둘째, 몬테네그로에서 기름값은 단순한 ‘비용’이 아니다. 생활 그 자체에 더 가깝다. 후진국이라 자차가 적을 것 같지만, 지하철이나 도시 버스 등 대중교통이 아직 충분히 체계화되어 있지 않아 오히려 자가용 의존도가 높다. 그러니 가솔린 가격이 더 민감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사실 몬테네그로에 처음 왔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 중 하나는 자동차였다. 차들은 대부분 작고(경차 정도 크기), 꽤 오래되어 보였다.
우리 호스트맘의 차는 주행거리가 34만 킬로미터를 넘었다. 한국이라면 이미 몇 번은 바꿨을 차지만, 여기에서는 여전히 현역이다. 마티즈보다 더 작은 느낌의 차인데 몬테네그로의 좁은 골목길에 딱이다
통계만 보면 몬테네그로의 자동차 보유율은 서유럽보다 낮다.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오히려 자동차 의존도가 더 높다. 독일에서 차가 ‘편의’라면, 몬테네그로에서 차는 ‘생활의 기본 조건’이다.
대중교통은 제한적이고, 도시 간 이동도 버스에 의존한다. 배차 간격은 길고, 생활권을 자유롭게 오가기에는 부족하다. 장을 보러 가는 일, 병원을 가는 일, 가족을 만나는 일까지 대부분 자동차를 전제로 움직인다. 그래서 기름값은 단순한 지출 항목이 아니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비용이다.
여기에 소득 구조가 더해진다. 유럽 국가들에 비해 평균 소득이 낮기 때문에,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훨씬 크다. 같은 €10이 올라도 어떤 나라에서는 “좀 올랐네”로 끝나지만, 여기에서는 “생활이 바뀌는 신호”가 된다.
중요한 건, 지금 가격이 아직 완전히 반영된 상태가 아니라는 점이다. 몬테네그로는 유가가 자유롭게 움직이지 않는다. 정부가 2주마다 가격을 조정하는 구조라고 한다. 그래서 국제 유가가 급등해도 주유소 가격은 바로 따라 올라가지 않는다. 비축량으로 일정 기간은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다는 발표가 있었고, 가격 급등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옆나라 세르비아는 더 빠르게 움직였다. 연료 가격 통제를 강화하고,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까지 도입하고 있단다. 자국 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선택이다. 이런 정책은 자연스럽게 또 다른 현상을 만든다. 국경을 넘어 더 싼 곳에서 기름을 넣는, 이른바 ‘원정 주유’다. 그래서 일부 국가에서는 외국 차량에 대한 제한까지 검토하거나 시행하기 시작했다.
송파구 인구보다 적은 인구가 사는 작은 나라, 몬테네그로. 이렇게 작은 나라도 동떨어진 것 같은 전쟁의 경제 영향권에 들어 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전쟁에서 더 큰 영향을 받는 건 결국 더 어려운 사람들이다. 제발 이 명분 없는 전쟁이 빨리 끝나길 바라며…
사진)
디젤 가격 급등에 대한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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