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다라 이야기 #1
아소카 왕에게는 사랑스러운 왕자가 있었다. 왕자는 특히 아름다운 눈을 타고났기에, 히말라야 산에 사는 눈이 아름다운 새 '쿠날'에서 이름을 따서 지었다. 왕자는 출중한 능력뿐 아니라 훌륭한 품성을 갖췄다. 쿠날라는 성장하면서 점점 준된 왕자로 커갔다. 왕국의 사람들은 모두가 다음 왕위에 쿠날라 왕자가 오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아소카 왕이 통치 말년에 티샤라크샤(Tishyaraksha)를 마지막 아내로 맞이하면서 비극이 시작되었다. 티샤라크샤는 하녀 출신이지만 뛰어난 미모와 매력적인 춤실력으로 아소카왕을 매료시켜 왕비가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늙은 아소카에게 만족할 수 없었던지, 아소카의 아들 중 외모가 출중했던 쿠날라 왕자에게 마음을 품었다. 티샤라크샤는 쿠날라 왕자를 유혹했다. 하지만 올곧은 품성을 지녔던 쿠날라는 이를 거절하였다. 또한 쿠날라는 티샤라크샤를 가엽게 여겨 이를 없었던 일로 하였다.
티샤라크샤는 자신의 행동이 화가 될 것이라 생각하여 불안한 나날을 보내었다. 그러던 중 쿠날라 왕자는 탁실라 지역에서 일어난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왕궁을 떠나게 되었다. 티샤라크샤는 이 기회를 이용하여 거짓된 왕명을 담은 칙서를 보냈다. 그녀가 조작한 왕명은 바로 쿠날라 왕자 본인의 눈을 파내고 왕국 밖으로 쫓겨낸다는 것이었다. 쿠날라는 아버지의 인장이 찍힌 편지이기에 의심하지 않았고, 바로 불에 달군 쇠를 준비하여 스스로의 눈을 해했다. 맹인이 된 쿠날라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길을 떠났다.
눈을 잃은 쿠날라는 어려서부터 잘 다루었던 류트를 켜며 떠돌이 생활을 이어갔다. 슬픈 곡조의 류트 연주는 금방 왕국 내에서 유명해졌다. 결국 그는 아소카 왕의 앞에서 연주를 하게 되었다. 왕은 쿠날라의 연주를 듣고 바로 눈앞의 맹인이 자신의 아들임을 알아차렸다.
왕의 명령으로 티샤라크샤의 음모는 낯낯이 밝혀졌다. 처형이 명해지자 티샤라크샤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지만 한 번 상한 왕자의 눈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이에 아소카왕은 불교에 도움을 요청했다. 탁실라의 천 명의 고승들은 눈물을 모았다. 한 바가지가 모인 고승들의 눈물로 왕자의 눈을 씻자 왕자는 시력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