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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희 Jul 06. 2024

간다라에서 솟아오른 '스투파'

간다라 이야기 #27

우리나라 에 있는 '탑'은 인도의 '스투파(Stupa)'에서 온 것다. '스투파'는 산스크리트어로, '쌓아 올리다'라는 단어 'stup'에서 유래한 것이. 팔리어로는 '투파'라고 는데, 이 단어가 중국으로 전해지면서 '탑파(塔婆)'가 되었다. 그 탑파가 줄어서 '탑(塔)'되었다.


(좌) 인도의 산치 스투파 no.3 ⓒ public domain, (우) 양주 회암사지 사리탑


럼에도 인도의 스투파와 한국의 탑은 너무나도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다. 스투파는 기본적으로 커다란 봉분을 가진 무덤 모양 반면, 은 돌을 차곡차곡 높게 쌓아 올린 형태이다. 우리나라나 동아시아에 전래된 탑은 전 세계에 퍼진 스투파의 유형들과 비교해 봐도 유난히 특이하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가까이는 중국탑의 영향이 크기는 하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간다라 스투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세계의 스투파들 순서대로 네팔의 차이티야(ⓒ파탄박물관), 스리랑카의 다가바(ⓒ위키피디아), 인도네시아의 찬디, 미얀마 파고다, 태국의 체디, 티벳의 초르텐(ⓒ위키피디아)

간다라 스투파


간다라의 스투파가 우리의 탑 모양에 영향을 크게 미쳤다고 보는 이유는 스투파에서 수직방향으로 길어지는 변화가 간다라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간다라 탑의 변형 (추정복원도) 좌로부터 다르마라지카, 사이두 샤리프 스투파, 로리얀 탕가이 스투파(ⓒ Le Huu Phuoc)


처음 간다라 지역에 스투파가 들어온 것은 마우리아 왕조 아소카 대왕의 시기로 기원전 3세기 경에 해당한다. 아소카 대왕은 자신의 통치권이 닿는 전국에 팔만사천탑을 쌓았다. 마우리아 제국의 북서지역이었던 간다라에도 스투파가 건립되었다. 이 당시에 건립된 스투파는 인도의 스투파와 유사한 형태, 간다라 스투파의 초기 형태로 본다. 여기에 해당하는 사례는 탁실라의 다르마라지카 스투파와 스왓의 붓카라 스투파가 해당된다. 다만 모두 후대에 증개축이 이루어져, 지금의 모습이 과거와는 다르다는 점을 유의해서 봐야 할 것이다.


(좌) 다르마라지카 스투파, (우) 붓카라 스투파 (ⓒ Wikipedia)


간다라에 들어온 스투파는 여러 가지 형태로의 변화를 시도한다. 우선 한 가지 변화된 형태'다섯 기둥형 스투파(Pillared and Quincunxial Stupa)'이다. 중앙의 둥근 돔형 안다가 높아짐과 함께, 네 모퉁이에 기둥이 생긴다. 기둥 위에는 사자상이 안치된다. 이는 그리스의 양식과 인도의 양식이 결합하여 탄생한 것이라 말해진다. 대표적인 사례는 스왓에 위치한 사이두 샤리프 스투파이다. 2~3세기에 만들어진 유적인데, 안타깝게도 상부 구조가 모두 파괴되었다. 기단의 흔적을 통해 네 모서리에 석주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스투파 모형 유물이나 부조 벽화를 통해서 이 형태의 모습을 추정할 수 있다.


다섯 기둥형 스투파의 원형을 추정 할 수 있는 유물들 (좌) ⓒ위키피디아 (우) ⓒMuseum für Asiatische Kunst


한편 '클래식 간다라 스투파(Classic Gandhara Stupa)'라고 불리는 형태도 등장한다. 이는 기존에 비해 확연히 높아진 기단이 특징적이다. 사각형의 하단과 원형의 상단으로 한 이중 기단을 가지기도 한다. 돔 아래의 드럼(몸통) 부분도 확연하게 길어다. 돔 상단의 산개 부분 커지고 높아진다. 간다라의 스투파는 명확하게 세로방향으로 길어졌으며, 세부 구성요소들 간의 균형감을 갖추게 된다.



Loriyan Tangai 출토 스투파 (좌) 복원, (우) 복원 추정도 (ⓒ위키피디아)


또한 스투파 표면을 장식하는 요소가 눈에 띄게 증가한다. 부처님의 일대기나 관련된 에피소드들로 장식된다. 이 형태의 대표적인 사례로 로리얀 탕가이(Loriyan Tangai) 출토 봉안형 스투파를 들 수 있다. 간다라에서 만들어진 봉안형 스투파들은 대체적으로 이 양식에 해당한다. 자울리안 유적의 피라미드형 기단 봉안 스투파도 이 유형의 변형으로 볼 수 있을 듯하다.


(좌) 모라모라두 봉헌 스투파, (우) 모라모라두 봉헌 스투파 모형(이슬라마바드 박물관)


간다라 건축의 최종 형태로 볼 수 있는 십자형 기단 스투파는 4-5세기에 등장한다. 거대한 정사각 기단과 사방으로 설치된 계단, 그리고 한가운데의 둥근 안다로 인해 평면의 모습이 만다라 모양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탁실라의 바말라 스투파이다. 바말라 스투파의 상부는 손상이 심하지만, 기단부의 형태는 명확히 남아있다. 또한 간다라에서 가장 유명한 스투파인 카니슈카 대탑의 경우도 십자형 평면 구조로 알려져 있다.


바말라 스투파, 십자형 평면 구조가 명확하게 남아 있다


한편 카니슈카 대탑의 경우 탑형 스투파(Tower stupa)로도 분류한다. 중국의 구법승 현장이 기록한 카니슈카 대탑은 높이가 400척에 이른다고 하는데, 이는 133m에 해당한다. 탑형 스투파의 미니어처가 자울리안에서 출토되었는데, 카니슈카 대탑의 원형을 유추하는데 예시로 자주 쓰인다.


자울리안 유적 출토 타워형 스투파(ⓒ 위키피디아)


간다라에 들어온 스투파는 6~700년간 변화를 거듭하며 점점 높아져갔다. 대승불교는 간다라에서 점점 종교적 특성이 강해지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갔다. 이런 종교성의 강화는 스투파에도 영향을 미쳤다. 원래 스투파가 부처님의 유해와 사리를 안장한 장의적 대상이었는데, 간다라에 들어와서는 숭배 대상으로 종교적 기능이 강화되었고, 상징성에 부합하도록 스투파의 형태가 더욱 고준화 되어간 것이 아닐까 싶다.



참고자료

Le Huu Phuoc, “Buddhist Architecture”, Grafikol, p.181-193, 2009

Luca Olivieri, 'Restauro conservativo e mobilizzazione sociale in siti archeologici della valle dello Swat (Pakistan)', "Restauro Archeologico",  22(1),  2016.1.

천득염, '인도 쿠샨시대의 스투파 형식', "건축역사연구", v.21 no 6, 2012, pp.77~90

Behrendt, Kurt A, "The Buddhist architecture of Gandhara", brill,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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