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글쓰기에 벌금 30만 원을 걸었다!

2024년 글쓰기를 돌아보며...

by 박동희

벌써 2024년의 마지막 주말이다. 항상 새해가 되면 결심을 다지는데, 올 1월에 가장 잘했던 결심은, '매주 글을 쓰지 않으면 30만 원을 아내에게 주겠다.'였던 것 같다. 가난한 유학생활을 오래 하다가 옹졸해진 나에게 금전적 디메리트 효과가 것임을 알고 있었다. 10만 원은 너무 적어, 가끔 약속을 어길 듯했고, 50만 원은 너무 커서 약속을 못 지키면 타격이 너무 클 듯했다. 그래서 정한 금액이 '30만 원'이었다.


결과적으로 한 번의 연재도 놓치지 않았고, 48회의 '간다라 이야기' 시리즈를 공개할 수 있었다. 바쁘더라도 글쓰기를 이어갔다. 정말 바쁠 예정이라면 미리미리 글을 써서 예약 연재를 걸어두었다. '30만 원을 받으면 같이 맛집을 가겠다.'라고 기대를 걸던 아내도 더 이상 이번 주엔 글 공개 했냐고 물어보질 않은지 오래다.


이런 결심을 하게 된 것은 글쓰기가 주는 이점을 확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글을 쓴다는 것의 장점은 여럿 있겠지만, 필자가 쓰고 있는 정보 발신형 글의 장점은 '알고 있다고 생각하던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해 준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내가 무엇을 모르는 지를 알려준다.'는 것이다. '앙코르 이야기'를 집필하면서도 앙코르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이 얼마나 많던지, 10년 넘게 앙코르를 공부했다며 자만했던 내 모습이 참으로 부끄러웠다.


매주 글 한 편을 쓰는 1년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힘들었던 만큼 얻은 것이 확실히 많았다. 간다라에 대해 살짝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었다. 아직 얕은 지식이지만 파키스탄 사업이 더욱 흥미로워졌다. 부가적으로 얻은 것은 탁실라나 간다라에 대해서 강연하거나 안내할 수 있는 기회들이 생겨났다.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며 생각을 전하는 것은 글쓰기로 얻기 어려운 직접적인 반응을 느낄 수 있어 즐거운 경험이었다.


돌이켜 보면 본격적으로 글을 쓰게 해 주신 스승은, '노름마치'의 저자인 진옥섭 작가님이다. 2018년 캄보디아에서 깊은 인연을 맺었고 글을 쓰는 인생에 대한 강한 인상을 주셨다. 덕분에 코로나로 운신의 폭이 좁아진 2021년부터 22년까지, 앙코르에서의 10년을 정리해서 책을 낼 수 있었다. 전문서도 대중서도 아닌 내가 쓸 수 있는 그리고 쓰고 싶은 글들을 썼다. 브런치를 통해서 매주 공개도 했다. 그러다 보니 '미진사'에서 연락이 왔고, 출간작가가 될 수 있었다. 운이 좋아서 우수출판도서에도 선정이 되었다. 여러 곳에서 강의 요청도 이어졌다. 글이 내 삶을 바꾼 것이다.



진옥섭 작가님은 수려한 글 솜씨로 추천사를 써주셨고, 덕분에 "추천사가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라는 칭찬 아닌 서평을 여러 차례 받았다. 작가님의 추천사는 '박동희, 돌 읽어주는 남자다'로 시작한다. '돌 읽어주는 남자'라... 요즘의 성 인지 감수성의 흐름을 따르자면 남녀 구분은 가급적 안 하는 게 좋겠다 싶다가도, 뭐 생물학적으로 남자니까 뭐 어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돌 읽어주는'이라는 포인트가 마음에 쏙 들었다.


이 포인트에서 김춘수 시인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떠올랐다. 문화유산도 의미를 모르면 한낯 돌에 불과하다. 지만 그 돌에 의미가 부여되면 유산이 되는 것이다. 즉, 진옥섭 작가님은 나에게 '돌에 생명을 불어넣는 사명'주신 것이다. 이 포인트가 부담스럽지만 생각할수록 좋았다.


이런 취지에 더욱 힘을 싣고 살아가기 위해서 새로 다가오는 2025년에는 더욱 정성을 들인 글들을 쓰고자 한다. 이제 더 많은 공부를 하고, 고민과 고찰을 거듭해 더욱 가다듬은 글을 세상에 내고 싶다.


잘 가라 치열했던 2024년

환영한다 또 다르게 불태울 202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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