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캄보디아 사람들은 잘 살지 못하지만 행복해 보여요

나는 캄보디아에서 살고 있습니다.

by 박동희

"캄보디아 사람들은 잘 살지 못하지만 행복해 보여요."


한국에서 온 지인들이 종종 하는 이야기이다. 실제로 캄보디아 사람들은 곧잘 미소를 짓는다. 모르는 사람과 눈이 마주쳤을 때에도 살며시 미소를 짓는다. 이렇게 미소 띤 얼굴로 사람을 대하는 것이 캄보디아의 에티켓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래서 나도 캄보디아에 도착하면 미소 스위치를 켠다. 평소보다 확연하게 미소가 많아진 내 얼굴에 일행들은 "그렇게 캄보디아가 좋으세요?"라고들 말한다. 실제로 미소가 많아지는 것은 캄보디아가 좋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것이 캄보디아 대화법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크메르어를 하게 되면 자연스레 미소 띤 얼굴이 되는 것이다.

콤퐁톰의 숲 속 마을에서(2010) ⓒ 박동희


캄보디아는 어떻게 하다가 미소의 나라가 되었을까?


혹자는 크메르 루주라는 잔혹한 폭력 앞에서 짓던 억지웃음이 습관화된 슬픈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따뜻한 기후와 풍요로운 자연의 영향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캄보디아의 비옥한 땅(2015) ⓒ 박동희


캄보디아에는 맛없는 망고씨 함부로 버리지 말라는 말이 있다. 삼 년 뒤에 그 맛없는 망고가 잔뜩 열리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어떤 국난이 와도 굶어 죽는 이는 없었다고 말한다. 물만 충분하면 일 년에 세 번이나 벼를 수확할 수 있는데 굳이 그러진 않는다. 이렇게 먹고살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없어 초기 국가의 형성이 다른 곳보다 늦어졌다는 역사학자도 있다. 아마도 자연이 주는 혜택이 크다 보니 찡그리는 법을 까먹은 것이 아닐까?


캄보디아의 시장(2012) ⓒ 박동희


사실 캄보디아의 미소에 화가 날 때도 있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일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항상 웃으며 태평스레 '엇 미엔 빤냐하'라고 말한다. 아무 문제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문제가 있는지 알면서도 미소 지으며 아무 문제없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지만, 한편으로 불교국가의 철학적 인사말인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빨리빨리'의 나라에서 태어난 나는 이런 모습에 천불이 날 수밖에 없다. 이는 십 년 넘게 캄보디아에서 살았음에도 여전히 동화되지 못한 까닭일 수도 있다.


그래도 캄보디아를 알기 위해서 최대한 노력해왔고 이해하기 위해서 애써왔다고 자부한다. 말을 배우고 생활 양식을 익히고자 했다. 생소한 음식일지라도 우선 한번 먹어 보고 다음을 생각했다. 아마도 지금의 나는 한국인과 캄보디아인의 중간 즈음에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캄보디아 사람들의 행복이 조금 보이는 듯하기 때문이다.


부처님 앞에서 낮잠 자는 할아버지(2015) ⓒ 박동희


캄보디아에서 살게 된 것은 앙코르 유적이 너무 좋아서였지만, 돌이켜보면 캄보디아에서의 삶을 통해 얻은 즐거움, 배움 등이 많았던것 같다. 문화, 역사, 자연, 언어, 환경, 음식, 생활, 사람... 캄보디아에서 살면서 느껴온 소소한 이야기들을 풀어보고자 한다.


캄보디아에서 밀고 있는 관광 홍보 문구 Kingdom of Wonder ⓒ 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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