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믿었던 시엠립에서 오토바이 날치기를 당하다

나는 캄보디아에서 살고 있습니다.

by 박동희

"시엠립은 아마 서울보다 안전할 거예요. 왜냐하면 관광으로 먹고사는 도시라 나라에서 치안에 특별히 신경 쓰고 있니까요."


시엠립의 치안을 물어보면 늘 이렇게 호언장담을 해 왔었다. 런데 그런 믿음이 송두리째 무너져버렸다. 날치기를 당하고 만 것이다.


C. Anniiikaa(Pixabay)



사건 발생


2017년 11월 2일, 본옴뚝(물축제) 기간이라서 평소보다 거리에 사람들이 많았다. 모처럼의 연휴를 맞아 캄보디아 사람들도 앙코르와트가 있는 시엠립에 많이 모인 것이다. 나도 살짝 들뜬 기분에 축제 분위기를 즐기고파 외출을 했다.


시내 거리에서 이것저것 구경하며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왼쪽 어깨에 걸치고 있던 가방이 당겨지는 느낌과 함께 등 뒤에서 나타난 오토바이 한 대가 쏜살같이 달아났다. 멀어져 가는 오토바이의 뒷자리에 탄 남자의 손에 내 가방이 들려있었고, 내 손에는 가죽으로 된 가방 끈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오토바이 날치기를 당한 후 손에 남겨져 있던 가방 끈 ⓒ 박동희


오토바이 날치기를 당했음을 빨리 인지했기에, 바로 뒤를 쫓으려 했다. 하지만 마음먹고 도망가는 오토바이를 쫓는 것은 무의미했다. 넘버 플레이트까지 때고 철두철미하게 범행을 준비한 놈들이라 달아나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시엠립의 유명한 밤거리 펍스트릿 ⓒ 신보람


다행스럽게도 지갑과 핸드폰 모두 바지 주머니에 있었기여 도난당한 물건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작은 디카 하나랑 크메르어를 공부하기 위한 단어장, 그리고 현장 기록용 야장. 명함지갑이 전부였다. 그래도 돈으로 환산하면 적은 금액이 아니었고, 여행자보험에 가입되어 있었기에 경찰서로 향했다.



경찰에 신고하다


경찰서는 분주해 보였다. 축제기간이라 비상인 듯했다. 경찰들 중에 눈이 마주친 한 명을 붙잡고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더니 생각보다 친절하게 응해주었다. 그 경찰이 말하길 지금은 축제기간이라서 보험을 위한 서류 발급은 빠서 어렵고, 축제 끝나고 다시 오면 도와주겠다고 하였다. 대신 간이 조서를 발급해주겠다 했다. 어쩔 수 없이 간이 조서만 작성하고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사건 후 작성한 간이 조서 ⓒ 박동희


다양한 반응의 캄보디아 친구들... 그리고 깨달음


사건이 있은 후, 친한 캄보디아 친구들에게 날치기 사건을 이야기했더니 다들 안타까워했다. 그런데 반응들이 생각해 보면 하나하나 재밌으면서도 생각해볼 여지가 있었다. 여러 반응들 중 기억나는 것들은 대략 이랬다.


"같은 캄보디아 사람으로 정말 미안해."

"아마 그 사람은 캄보디아 사람이 아닐 거야. 요즘 베트남에서 나쁜 사람들이 많이 와서 그런 일이 많아."

"축제 기간에는 프놈펜에서 손버릇이 나쁜 사람들이 많이 와서 캄보디아 사람들도 특히 조심하고 있어."

"그래도 다행이다. 가방을 당겨서 넘어져서 크게 다치는 사람이 많대!!"


시간이 지나고 보니 생각보다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끼던 가방이었지만 아마 내 것이 아니었나 보다.'라는 생각도 들었고, '안 다친 게 어디야?!'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내가 조심성이 부족했지...'라는 생각에도 이르렀다.


일찍이 깨우친 자, 바이욘 사원 본존불 ⓒ 박동희


다시 찾은 경찰서


경찰서를 다시 찾은 것은 한 달 뒤였다. 그런데 여기서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발생했다. 결제권이 있다는 은 경찰이 이 사건은 발생 시점으로부터 너무 오래되어서 사인을 못 해주겠다는 것이었다.


현장일이 바빠서 좀 늦게 가긴 했지만, 자기들 편의 봐주느라 물렸다가 다시 온 것인데 이렇게 나오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언짢은 표정을 지었더니 직위가 좀 낮은 경찰이 좀 찔러주라는 뉘앙스를 보였다. 그냥 못 알아들은 척하고 경찰서를 나섰다. 씁쓸했다.


프놈 크롬의 일몰 ⓒ 박동희


이 사건이 있고나서 캄보디아에 대한 생각을 좀 바꾸게 되었다. 아니 착각에서 벗어난 것이 좀 더 나은 표현일 듯 하다.


깨우친 것은, 캄보디아라고 마냥 좋은 사람들만 사는 곳도 아니고 또 나쁜 사람이 사는 곳도 아니다. 그냥 이런저런 사람들이 다 모여 사는 일반적인 곳인 것이다.


그래서 이젠 누군가가 캄보디아의 치안을 물어본다면 이렇게 말한다.


"스스로 조심하면 큰 문제는 없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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