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 살던 집은 저 아파트 단지 속 어딘가임이 분명한데, 알 길이 없었다. 그 자리를 찾는다한들 지구 좌표계 상의 좌표점만 같을 뿐 추억 속의 그곳이 아닐 것이 분명했다.
과거의 추억을 지워가는 부산의 야경 ⓒ 박동희
그래도 대략이라도 찾아보고 싶어 지도를 켰는데, 다행스럽게도 다니던 초등학교가 그대로 있었다. 분꽃이 만개한 교문 앞 길을 걸어 등하교했던 기억이 스쳤다. 그리고 넓은 운동장에서 비가 오면 우산으로 물길을 트며 놀았던 아련한 추억도 생각났다. 하지만 지금의 그 학교에는 분꽃 길도, 넓던 운동장도 없었다. 같은 것은 오직 이름뿐이었다.
개발이라는 명분 속에 추억이 깃든 장소들이 사라져 가는 것은 퍽 슬픈 일이다. 요즘 사람을 만날 때마다 종종 이 슬픈 감정을 터놓는데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이 슬픔은 캄보디아에서도 똑같이 느낀다.
개발이 한참 진행중인 프놈펜 ⓒ 신보람
10년 전 시엠립 강가에 있던 도장에서 가라데를 배웠었다. 도장이라 하였지만 가건물과 그 옆에 딸린 타일 깔린 공터가 전부였다. 야자수 나무에 전등을 달아 매고 운동을 했었는데, 달이 뜬 밤하늘에 박쥐가 날아다니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수련을 하는 게 운치가 썩 좋았다. 그런데 어느 날 하천 정비라는 명목으로 하천변의 사람들이 죄다 쫓겨났다. 그와 함께 도장도 철거되었다.
지금은 사라진 시엠립 강변의 가라데 도장 ⓒ 박동희
시엠립에서 쉽게 사라지는 것 중 하나가 식당이다. 베이징 교자라는 중식집에서 먹었던 군만두, 카페 드라페에서 먹었던 수제 아이스크림, 엉꺼식당의 오븐에 구운 놈빵바떼, 큐리오씨티의 미트러버 피자... 그리운 식당들이 많지만,이젠 그 맛을 희미한 기억으로 되새길 수밖에 없다.
캄보디아는 매 년이 아니라 매 6개월마다 새롭다. 우리나라가 발전이 빨랐다고 하지만, 거기서 자란 한국인이 보기에도 캄보디아의 발전은 너무 빠르다. 지난 100년간 미뤄뒀던 발전을 한꺼번에 몰아서 하는가 싶을 정도이다.
바쁜 발전 속에서 어떤 가치 있는 것들이 사라질 수 있는지를 미리 경험 한 나라에서 왔기에 캄보디아의 발전이 마냥 달갑지 않다. 그렇다고 어떻게 말릴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한국이든 캄보디아든 자본주의라는 저울 위에 놓인 추억의 가치가 가벼워져버린 지금의 현실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