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is 1구
대략 서울 면적 6분의 1 크기인 파리는 20개 구區로 쪼개어져 있다. 18세기 말 12개였던 구區획은 반세기가 흐른 19세기 중엽 지금과 같은 20개 구區로 확대되었다. 확대 직후만 해도 1,2,3,4,5,9구에 인구 밀도가 집중되어 있었고 대략 150여 년의 세월을 거치며 20개 구 전체 골고루 거주민이 증가하고 분산됐다. 파리 수도권에 정착한 후 13년 이상 생활하며 파리의 다양한 민낯을 온몸으로 체험하고 있는 생활 이방인의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파리의 줌인 줌아웃을 공유한다.
4월의 독서클럽 모임은 파리 도심 속 숨어있는 오아시스(였던) 팔레 루아얄 정원에서 하기로 정했다.
팔레 루아얄( 프랑스식 발음 '빨레 후와얄' 은 왠지 빨리 후려쳐, 빨리 와야 해, 등이 떠올라 영어식 발음으로 쓴다)이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에밀리 파리에 가다 시즌1 촬영지로 소개되면서 예전보다 관광객들이 많을 거라 예상은 했었다. 그런데 오늘 독서클럽 모임을 위해 오랜만에 들린 팔레 루아얄 정원은 평소 한가한 수준을 넘어 순간 호흡 곤란을 일으킬 만큼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쨍하고 강열한 햇살은 정원의 구석구석까지 손길을 뻗쳐 오랜만에 해를 만나 반가워 마지않는 파리지앵들의 얼굴이 해바라기 마냥 헤벌쭉하다. 나는 해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은 죄악이라는 가르침을 받고 자란 한국인으로서 독서클럽 멤버들을 기다리며 최대한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는 장소를 물색했다.
직사각형 팔레 루아얄 정원을 둘러싸고 있는 회랑은 곧게 뻗은 자세만큼 시원한 그늘을 제공해 준다.
몰려든 인파가 카메라 앵글에 최대한 잡히지 않는 구석진 곳을 찾고 보니 하늘은 비현실적인 쪽빛이고 회랑 옆 그늘이 드리운 바닥에서 늦은 점심으로 샌드위치를 먹는 이들이 한가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그늘이 좀 드리운다 싶은 위치를 찾다 보니 에밀리 파리에 가다에서 주인공 에밀리와 친구가 대화하는 장면에 등장하는 벤치가 눈에 들어왔다. 역시 파리지앵들이 벤치에 앉아 열성적으로 대화를 하고 있다.
그 손바닥 만한 정원에도 분수대가 있고 나는 시원하게 솟구치는 분수를 보며 청량한 마음을 구해본다. 분수대에 세워져 있는 초록 인간이 낯설게 귀엽다. 지난겨울에 들렀을 때 분명히 없었던 것 같아 검색해보니 프랑스 설치 예술가 Fabrice Hyber의 Hommes de Bessines이라는 설치작품이다. 작가 자신 키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87cm 높이의 초록 인간 30점을 작가 인생 30주년을 기념하여 지난 4월 5일부터 오는 5월 31일까지 특별 전시 중이다. 초록 인간은 오늘을 살아가며 내일로 나아가야 하는 인간의 자연으로의 회귀와 부유함을 상징한다고 한다.
그늘을 찾아 헤매던 여정 끝에 드디어 독서클럽 멤버들과 조우하고 예정된 한가한(줄 알았던) 팔레 루아얄 정원 벤치가 아닌 회랑 옆 후미진 골목 조용한 야외 카페에서 독서모임을 진행했다.
늦은 오후 팔레 루아얄 정원의 소요와 낡고 허름한 카페의 다정한 부지런함은 1차선 일방통행 도로의 물리적 폭보다 더 크게 다가온다.
*Jardin du Palais Royal 팔레 루아얄 정원
8, rue de Montpensier 75001
Ⓜ①⑦ Palais Royal-Musée du Louvre역(Sorite출구 5번 Place Colette Théâtres )
오픈: 월~일요일 8:00~2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