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차와 세심心을 함께 할 수 있다면

by 로라see

오랜만에 세차장에 왔다.

자동 세차기에 주차하고 정액 카드를 세차 설정기에 주입하고 1단계를 주문한다.


자동 세차기는 보통 1단계에서 5단계까지 있고 숫자가 커질수록 고급 세차이고 고비용이다. 1단계는 가볍게 비누거품이 뿜어져 나오고 흩날리듯 물이 뿌려지면 곧이어 칼바람이 불며 차에 달라붙은 굵은 물방울을 쫓아내며 끝난다.


자동 세차가 이루어지는 3-5분가량 멀찍이 거리를 두고 기계의 움직임을 멀뚱이 지켜본다. 자동 세차장의 풍경은 사계절을 통틀어 여름의 끝자락 즈음인 이맘때가 가장 여유롭고 낭만적이다.


더위가 한풀 꺾여 시원한 바람이 연신 불고 청명한 하늘 아래로 따가운 햇살이 등짝을 후려치는 느낌이 나쁘지 않다. 주유소를 겸하는 자동 세차장을 느릿느릿 오가는 이들을 선글라스 너머로 구경하고 있자면 대사 한 마디 없는 흑백 영화를 감상하는 듯하다.


여름 바캉스와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 작업복 차림으로 큰 트럭의 운전석에서 내린 뒤 한참 동안 주유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멀리서부터 시끄러운 엔진 소리를 내며 한갓진 주유소의 소음 데시벨을 올리며 등장한 오픈카 차주는 주유기 앞에 멀쩡이 주차를 한 뒤 주유소에 딸린 편의점으로 냉큼 들어가 음료와 스낵을 들고 유유히 돌아온다.


크고 작은 차들이 필요한 만큼의 기름을 채우고 떠나는 동안 세차가 끝났다. 머리를 들어 자동 세차기 위를 쳐다보니 워쉬 wash라는 단어가 시야를 청량하게 채운다. 자동 세차기가 세차를 완료하기를 기다리던 그 짧은 순간 동안 내 마음도 씻겨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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