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라의도서관 #46
혼자였다면 분명 <Small Things Like These>를 원서로 읽어내기를 포기하고 분명 번역본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사러 갔을 것이다. 그치만 결국 해냈다. 30년 가까이 인생을 살아오면서 원서를 제대로 완독해본 경험이 없는데, 올해 벌써 두 번째 원서 완독이다.
아일랜드 작가 특유의 문체, 낯선 표현들, 촘촘한 묘사들 때문에 이번 2월 책은 1월 원서읽기 리추얼챌린지로 읽었던 <Flipped>와는 비교도 안 되게 어려웠다.
롤라움 원서읽기 리추얼챌린지 리더 로라가 만들어 준 필수 단어 가이드와 배경지식 설명이 없었더라면, '내가 제대로 읽고 있는 건가?' 하는 불안을 없애주는 매일 주어지는 핵심 질문들이 없었더라면, 이 짜릿한 기분을 절대 경험하지 못했겠지.
올해 가장 잘한 일이 있다면, 로라 리더와 함께 원서읽기 리추얼 챌린지를 시작한 것이다. 로라 리더와 함께 하고 있는 원서읽기 리추얼 멤버들에게 다시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후기를 시작해본다.
로라 리더가 생각해볼 지점들을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주어, 이 주제를 기반으로 내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1. 실화를 배경으로 한 소설
이 책의 배경은 실제 역사다. 미혼모·성폭력 피해자·빈곤층 등 사회적 낙인이 찍힌 이들이 무임금 노동에 동원되며 신체적·정신적 학대를 받았던 아일랜드의 막달레나 세탁소(Magdalene Laundry)는 20세기 초반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국가의 지원을 받으며 운영되었다고 한다.
세상이 이 사실을 알게 된 건 1993년, 세탁소 부지에서 155구의 시신이 발견되면서였다. 아일랜드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과한 건 그로부터 또 20년이 지난 2013년의 일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세탁소가 1996년, 내가 태어난 해쯤이 되어서야 문을 닫았다는 사실이다.
작년에 덴마크 폴케호이스콜레에서 공부하며 여러 나라에서 온 친구들의 역사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느꼈지만, 세계 곳곳에 이런 역사가 정말 많이 숨어있다. 우리나라 위안부 사건 등만 알지 다른 나라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고 그런 과거를 가진 이들에게 어떤 아픔이 있는지는 잘 알기가 어려운데, 이번 책을 읽으면서 이제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 평화와 도덕 사이
내가 개입하면 악을 바로잡을 수 있지만 대신 내 일상의 평온이 부서지리라는 것이 분명할 때, 주변 사람들이 모두 내게 침묵을 종용하며 그것을 '평화'라 부를 때, 내가 나 자신 말고도 지켜야 할 것이 많은 사람일 때, 나는 행동할 것인가?
로라 리더가 던진 이 질문 앞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지금보다 조금 더 어릴 때의 나는 '그럼에도 당연히 악을 바로잡는 일'을 택하는 사람이었으나, 내가 지켜야 하는 가족이 있는 상황이라면, 감당해야 하는 것이 그토록 무거운 상황이라면 과연 Furlong 처럼 침묵을 깨고 행동할 수 있을까.
쉽사리 답이 나오지는 않지만, 만일 같은 가치관을 가진 배우자를 만난다면, 서로가 서로를 지지하고 믿어준다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짝꿍은 나보다도 더 앞장서서 Furlong과 같은 선택을 할 사람이라는 것을 알기에,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3. 선의는 사라지지 않는다
Furlong의 어머니도 미혼모였기에 막달레나 세탁소로 끌려갔어야 할 처지였지만, Wilson이라는 사람이 손을 내밀었고, 그 선의는 Furlong의 삶을 바꿨다.
대학 시절, 어려운 상황에서 각종 장학프로그램들로 과분한 교육을 받고 감사히 학교를 졸업하면서, 꼭 내가 받은 것을 후배들에게, 미래의 청년들에게 보답하며 살겠다고 다짐했다. 지금도 여전히 그 마음을 잊지 않고 작게나마 실천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나는 악이 판치는 세상에서도 여전히 선의는 사라지지 않고 다음 세대로, 또 다음 세대로 전해진다고 믿는다.
출처: 뉴욕타임스 북클럽 팟캐스트
Q1. Furlong은 왜 자신이 '유일한 남자'라는 사실에서 안도감을 느꼈을까?
첫 번째로 Sarah를 발견하던 날 수녀들 사이에서 그가 느끼는 안도감은, '남자이기 때문에 나는 이 시스템의 밖에 있다'는 무의식적 믿음이 드러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Q2. 아버지의 정체를 왜 힌트로만 남겼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잘 모르겠어서 Claude와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Furlong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작가가 말하지 않는 이유는 권력을 가진 자의 책임을 흐리게 만드는 당시 역사적 현실과 맞닿아 있다는 답변이 가장 와닿았다.
Q3. Furlong만 왜 몰랐을까?
과연 Furlong이 '정말 몰랐던 것' 인지, '알고 싶지 않아서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던 것'인지가 궁금해진다. 사실 우리 모두가 알지만 더 깊이 알려고 하지 않는 것들 속에 둘러싸여 있다고 생각한다.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그 선택적 무지가 깨지는 순간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작가가 던지고 싶었던 것 같다.
"Isn't she lovely," she said.
"We've not far to go now," Furlong assured. "We're almost home."
...he found himself asking was there any point in being alive without helping one another? Was it possible to carry on along through all the years, the decades, through an entire life, without once being brave enough to go against what was there and yet call yourself a Christian, and face yourself in the mirror?
「정말 예쁘다.」 그녀가 말했다.
「이제 얼마 안 남았어. 거의 다 왔어.」 Furlong이 다독였다.
그리고 그는 걸으면서 조용히 자신에게 묻는다.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살아가는 데 무슨 의미가 있을까? 기독교인이라 자처하면서, 평생 단 한 번도 용기 있게 맞서지 못한 채 거울 앞에 설 수 있을까?
- <Small Things Like These>, Claire Keegan
이 책의 메시지를 관통하는 장면인 것 같다. "거의 다 왔다"는 Furlong의 말이 이 아이에게 어떻게 들렸을지를 상상하면 마음이 먹먹해진다.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면, 그보다 의미 있는 삶이 있을까.
이 어려운 책을 원서로 끝냈다는 성취감이 크다. 다음 책들은 조금 더 쉽게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생겼다. 실제로 <Small Things Like These>의 마지막 장을 덮고 로라 리더가 친절히 정리해 준 BBC 뉴스 기사와 자료들을 읽을 때, 영어 기사가 술술 읽히는 신세계를 경험했다. 쉬운 기사이긴 했지만, 확실히 두 권의 원서를 읽고 나니 분명 이전과는 영어 글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진 것을 느꼈다.
이 책은 한국어로도 꼭 다시 읽어보고 싶다. 이 문장들을 한국어로 다시 만나면 또 다른 층위의 감동이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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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의 인생에 머무를 수 있는 도서관을 만들고 싶어요. 문장으로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꿈꾸며, 매일 꾸준히 읽고 씁니다. @lola_jjoo @lola__libr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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