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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Dec 18. 2021

플랫폼 노동이라는 거미줄

사회학도의 시선으로 세상읽기

<플랫폼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를 읽고

플랫폼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 제레미아스 아담스 프라슬 지음, 이영주 역, 숨쉬는 책공장

 코로나 19는 우리의 삶의 형태를 짧은 시간 내에 바꾸어 놓았다. 재택근무를 시작한 기업, 온라인 실시간 강의를 시작한 학교 등 일상생활은 대부분 비대면으로 전환되었다. 코로나 19 초기, 몇몇 전문가는 가정 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증가하며 사람들이 요리하는 즐거움을 알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통계청에 따르면 전년 동월 대비 배달음식 서비스의 거래액은 71.6%가 증가했다고 한다. 나아가 모바일 쇼핑 거래액은 올해 10월 9조 5,355억 원으로 작년 전보다 22.9% 증가하는 등 비대면 서비스의 수요는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편리한 서비스의 이면에는 플랫폼 노동자들이 존재한다. 플랫폼 노동은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애플리케이션, SNS가 디지털 플랫폼으로 등장하여 나타난 근로 형태다. 플랫폼 노동자는 이 플랫폼을 매개로 노동력을 거래하며, 노동력은 배달대행앱‧대리운전앱‧우버 택시 등에서 거래된다. 플랫폼 노동이 상품으로 거래되는 현실은 소비자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외면할 수 없는 면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책 <플랫폼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는 플랫폼 노동을 혁신이라고 명명하고 노동법을 피하기 위한 플랫폼 기업의 주장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한다. 부분적으로 긍정적인 면이 존재함을 인정하나, 누군가는 꼭 피해를 볼 수밖에 없으며 나아가 사회에도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역설한다.


 2019년 한국고용조사원에 따르면 한국의 플랫폼 노동 종사자는 44만 명에서 최대 54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전체 노동자의 1.7~2%를 차지한다. 50대 남성이 이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플랫폼 노동은 기업의 외주에 대한 의존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한다. 기업 애플은 수많은 고용을 창출했다고 주장하지만, 핵심 인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외주 때문에 계약직으로 고용된 형태이다. 세계적 기업인 애플이 외주라는 방식을 주요하게 채택하고 있다는 것은 다수의 기업도 이용하고 있는 방식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한국의 상황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비정규직의 형태는 외주와는 다른 모양이지만, 불안정하고 위태롭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공유한다. 플랫폼 노동을 이야기하다 비정규직과 외주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은 그 근본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기 위함이다. 플랫폼 노동자에 종사하는 대부분은 50대 남성이고, 비정규직 근로자는 여성이 남성보다 14.9% 더 많다. 청년 세대에게는 청년 실업과 고용난이 닥쳐오고 있다. 다양한 원인이 결합하여 발생한 결과이겠지만,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싶다. 기업 대부분은 연차가 증가함에 따라 임금도 상승시키고, 근속을 보장하는 편이다. 한국은 상층 정규직 엘리트 집단에 속하는 386 세대가 기업에 다수 포진해있고, 고임금과 정규직의 자리를 놓게 되는 시점은 최소 10년 이후로 보아야 한다.


 이 이유로 말미암아 기업은 외주와 비정규직에 더욱 의존하게 된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기업의 외주화를 본받아 플랫폼 기업은 인건비와 고용 부담을 감소할 수 있는 방식을 창출한 것이다. 모든 위험은 근로자가 부담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고, 저층 비정규직 세대를 다시 양산해내는 결과를 초래한다. 플랫폼 노동과 함께 논의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플랫폼 노동은 상품이 아니라는 책의 제목에서 이미 알 수 있듯, 저자의 주요 주장은 플랫폼 노동은 노동이며 플랫폼 노동자를 노동자로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그가 이렇게 주장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플랫폼 기업은 플랫폼 노동자를 개인 기업가로 분류하여 소비자와 매개하는 과정에서 플랫폼 기업의 존재를 숨겨 이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기업이 지급해야 했던 노동자의 유휴 수당 보장, 과업과 과업 사이의 시간에 대한 보상 등을 하지 않고도 이득을 취하는 방법이다.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 나가는 플랫폼 기업의 행태에 분개할 수밖에 없고, 분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화로 불렀던 택시를 애플리케이션으로 부르게 되었을 뿐, 플랫폼 기업이 주장하는 혁신은 없다. 혁신이라는 명분 아래에 빅토리아 시대의 노동 착취를 재현할 뿐이다. 더욱더 무서운 점은 노동자에게 점수를 매기고 그들 스스로가 오랜 시간,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암묵적으로 강제한다는 것이다. 우버 택시가 이것의 단적인 예를 보여준다. 우버는 기사들에게 운행 중 재생하면 좋은 노래, 핸드폰 충전기 제공 등을 추천하여 제공 서비스의 질을 높이도록 촉구할 뿐만 아니라, 기사가 단기간 주행을 열 번 거절하면 애플리케이션을 비활성화한다. 이는 사용자와 노동자의 관계로 보일 수밖에 없고, 사용자가 노동자들에게 끊임없는 압력을 가하는 방식이다. 그뿐만 아니라 플랫폼 기업은 소비자가 서비스를 원하면 언제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도록 노동자의 공급을 최대화하기 때문에 노동

자가 많아질수록 그들의 임금은 더욱 낮아진다. ‘Race to the bottom’이 과열되는 현상이다.


 플랫폼 노동의 그림자가 두드러지는 상황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노동법이다. 그는 현존하는 노동법을 확대하여 적용하고, 계층화된 임금 지급을 정책적 해결방안으로 제시한다. 플랫폼 기업이 유용하게 사용하는 광고 문구는 대체로 노동의 유연화를 강조하는 내용이다. 자신이 원하는 시간대에 원하는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 여윳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 그러하다. 이는 전일제로 플랫폼 노동을 수행하는 노동자의 존재를 지워버리는 카피이다. 자신의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그들은 끊임없이 착취당하는 삶을 산다. 이들의, 이 ‘사람’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서는 노동법의 개입이 필수적이다. 현존하는 노동법만으로는 부족하며, 보완해 나가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는 바이다. 노동법뿐만 아니라 ‘긱 노동 탄력요금제’를 적용하여 노동자가 겪는 낮은 수요의 위험성을 감소해야 한다. 사용자가 유연한 노동을 통해 얻는 혜택 일부를 반영하고 낮은 수요의 위험성에 상응하는 불안감을 노동자에게 보상하는 요금제가 필요하다.


 이 제안들은 모두 노동자들에게 좋은 방향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정책적 개입이 이뤄질 수 있을지, 플랫폼 기업들이 찬성할지, 소비자들이 환영할지에 대한 답은 전부 부정적일 것으로 생각한다. 우선 정책적 개입과 플랫폼 기업의 찬성 여부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플랫폼 기업은 혁신의 기반이 흔들릴 것을 걱정할 것이며, 정부에 끊임없는 로비를 할 것이다. 정부도 플랫폼 기업을 통해 노동 인구를 증가할 수 있다는 점에 흥미를 느껴 이에 찬성할지도 모른다. 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만약 정책이 수립된다면 플랫폼 기업은 저렴한 가격을 유지했던 요금을 증가하여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저렴한 가격에 편리한 서비스를 이용했던 소비자가 계속해서 플랫폼 기업을 이용할지는 의문이다. 전통적인 기업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이 형성된다면 플랫폼 기업의 경쟁력은 감소하고, 그들의 입지는 흔들리게 될 것이다. 저자가 원하는 것은 플랫폼 기업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인상적이고 필요한 제안이지만 이상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상적인 그의 주장에 나는 동의한다. 결국, 플랫폼 노동은 사람을 위해 사람이 하는 일이다. 사람의 존재를 지운 채로 이뤄지고 있는 플랫폼 기업의 존재는 미래에 사회악으로 작용할지도 모른다. 상품이 아니라 노동을, 노동이 아니라 사람을 앞에 두고 살아가는 사회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사람을 위한 혁신이 지금 시점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경제는 자본주의의 원리로 운영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서,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돌아가고 있다. 소비자 관점에서 저렴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소비자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을 선택하는 것은 어쩌면 본능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저렴한 가격에 훌륭한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플랫폼 기업을 이용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저자는 이 점에서 의심해봐야 할 것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과 ’훌륭한 품질‘ 두 가지를 충족하는 서비스를 항상 받을 수는 없다. 플랫폼 기업이 유용하게 이용하고 있는 알고리즘은 수요에 따라 가격을 책정하고 있는데, 수요가 폭증함에 따라서 가격도 함께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 2014년 호주 시드니에서 발생한 총기 사건이 그 예이다. 주변에 있던 이들은 우버를 통해서 그 상황을 빠져나가고자 했다. 그들이 우버 애플리케이션에서 본 가격은 100달러에 육박했다. 플랫폼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상승하면 소비자의 부담, 나아가 사회적 부담이 매우 증가할 수도 있다는 미래를 유추할 수 있는 사건이다. 플랫폼 노동의 품질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의견들이 많다. 플랫폼 기업이 엄격하게 제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의 품질이 낮다는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다수 존재한다. 그뿐만 아니라 성적 지향, 장애인 여부, 반려동물 동반 여부에 따라서 우버의 탑승이 거절된 예를 통해 노동의 품질이 편견에 의해서도 저하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플랫폼 기업이 노동자에 가하는 규제는 현재도 엄격한 편이지만 기업이 제재할 수 있는 범위는 한계가 있다. 바로 플랫폼 기업이 자신들은 그저 플랫폼일 뿐 사용자가 아니라는 그들의 주장 때문이다. 플랫폼 노동자를 기업의 노동자로 받아들이는 것은 비단 노동자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플랫폼 노동의 확대는 상위 계층의 확대 재생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상위 계층은 그들이 하는 일을 나누어 여러 과업으로 나누고, 이를 값싼 가격에 플랫폼 노동자에게 맡길 수 있다. 그러므로 상위 계층은 일의 생산성을 높여 자신의 능력 향상에 따른 혜택을 볼 것이다. 반면에 플랫폼 노동자는 저렴한 가격과 단순 노동으로 인해 능력을 증가시키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전일제로 노동하여도 그들의 임금은 매우 낮을 것이다. 항상 이득을 보는 자는 상위 계층이 될 것이고, 항상 불이익을 당하는 이들은 하위 계층이 된다. 상위 계층의 확대 재생산으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계층의 양극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계층 상승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바로 플랫폼 기업이 되리라 추측한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정책적 지지가 필수적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 말이다. 나아가서는 단체 행동을 시작해야 한다. 플랫폼 노동자는 전통적 기업의 노동자와 달리 파편화되어 있고 단체로 모이기 어렵다. 그러므로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지 못하여 자신이 도태되지 않기 위해 플랫폼 기업이 만들어 둔 거미줄로 기꺼이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노조를 설립하는 등의 단체 행동을 하여 플랫폼 기업의 거미줄에서 빠져나오고 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외쳐야 한다. 단체 행동을 시작하라는 저자의 제안은 고리타분하게 보일 수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점에서 동의하는 바이다.


 적어도 ‘현재’의 플랫폼 노동은 혁신이 아니라 덫이다. 사회를 퇴행시키고 사람의 가치를 절하하는 덫이다. 혁신과 감언이설에 휩쓸려 넘어갈 수 있는 문제점들을 제대로 짚고, 더불어 해결책까지 제시한다는 점에서 누구든지 이 책을 통해 얻어갈 수 있는 것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읽어보라 권장하고 싶은 이들은 플랫폼 노동을 잘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외식 대신에 배달을 많이 시켜 먹는 나로서는 배달의 민족을 자주 이용하고, 택시를 부를 때는 카카오택시를, 필요한 물품이 있으면 쿠팡을 이용한다. 사실 그들의 노동에 문제가 많이 존재한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으나, 편리하다는 이유로 스스로 눈을 가려왔다. 이 책은 나와 같은 이들의 눈을 가리고 있는 손을 치워줄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상황이 바뀌기 위해서는 다수의 입이 필요하다. 문제라고 주장하는 입들의 존재는 현실을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다. 플랫폼 노동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그 어두운 면을 인지하고 혁신을 혁신하라는 주장을 한다면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플랫폼 노동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는 바이다.



1) 박민주, “외식 대신 배달 시켰더니…모바일쇼핑 거래액 10조 육박”, 서울경제, 2020.12.04., https://www.sedaily.com/NewsView/1ZBJWEO2TT

2) pmg 지식연구소, 시사상식사전, “플랫폼 노동”, 박문각, 2020. 12. 05 검색

3) 고현실, “"54만명 플랫폼노동자 권익 보호 '맞춤형 정책' 필요"”, 연합뉴스, 2019.12.17., https://www.yna.co.kr/view/AKR20191217067300004

4) 장민권,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女 비정규직 비율 41.2%…남성보다 14.9%p ↑”, 파이낸셜뉴스, https://www.fnnews.com/news/201807021135308712

5)  이철승, 정준호, 전병유 (2020). 세대·계급·위계 Ⅱ: 기업 내 베이비 부머 / 386 세대의 높은

점유율은 비정규직 확대, 청년 고용 축소를 초래하는가?. 한국사회학, 54(2), 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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