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요 Dec 18. 2021

대학이 진정한 선택의 대상이 될 때

사회학도의 발칙한 상상

 이상이란 생각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가장 완전한 상태다. 따라서 대학의 이상은 대학이 지닌 이념을 가장 잘 실현한 것이다. “대학은 진리를 위해 봉사하는 제도이며, 그 수단은 대학의 자유“가 대학의 이념이라고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과거부터 대학은 학자들이 모여 자유롭게 진리를 탐구할 수 있는 곳으로, 권력과 대중 모두에게서 멀리 있는 독립적인 장소로서 존재해왔다. 하지만 현대로 오며 대학이 기업이나 정부의 자본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짐에 따라 대학은 완전히 독립적인 장소로 판단되기 힘들어졌다. 우리나라 대학의 현실을 탐구하기 위해선 이런 흐름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급격한 산업화 과정을 겪으며 대학을 통해 수입한 선진국의 지식과 기술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이러한 지식을 갖춘 학생들을 기업에 공급하는 전략을 통해 선진국으로 발돋움했다. 이런 상황이 결부되어 우리나라에서 대학은 더는 진리탐구의 기관이 아니라 취업을 위해 거쳐야만 하는 관문으로 인식되고 있다. 교육부에서 조사한 ‘2012, 2015학년도 4년제 대학의 학과별 입학정원 현황’을 통해 살펴 본 바, 대학 내 취업률이 낮은 순수학문 관련 학과는 감소하고 반대로 실용학문 관련 학과는 증가하고 있는 현실이 이를 증명해준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대학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깊게 고민해 본 경험이 없다. 당연히 가야 할 곳이자 직업을 갖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곳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단순한 필자의 인식이 현대 우리 사회가 대학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학문 탐구의 기초를 마련하기 위해 12년간 교육 과정을 밟아온 것이 아니라 취업을 위한 학벌을 가지기 위해 달려왔다. 좋은 학벌을 가지기 위해 학생들은 성적에 따라 줄 세워지는 상품이 되고, 그들은 인격이 아닌 성적으로 대접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질문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반복 학습만을 권유받게 된다. 대학이 어떤 곳인지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채 대학을 목표로 하고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뿐만 아니라 대학에 입학한 후에도 학생들은 취업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취업에 도움이 되는 대외 활동을 하거나, 자격증을 따거나 혹은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 취업 시장에서 학벌은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더욱 높은 서열일수록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학벌은, 대학은 권력이 된다. 왜 대학에 가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는 학생들이 대학을 권력으로 이용하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다. 순수한 목적으로서 존재하던 대학이 하나의 권력으로 우리 사회에서 작용하게 된다. 결국 대학은 진리 탐구가 아닌 취업 성공을 위한 장소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상황의 원인으로 학생이나 대학을 상정하기보다는, 우리나라의 기형적인 사회 구조를 탓해야 한다. 부가 경쟁에서 승리한 자들에게 분배되는 승자독식 구조를 가진 사회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 대학을 이용하게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나는 대학이 본래의 이념을 실현하는 기관으로 돌아가고, 불안한 구조에서 빈부 격차를 재생산하는 장소로 남지 않았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현재도 대학을 선택할 수 있기는 하나, 그 선택에 외압이 작용하지 않았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편의점에서 상품을 고를 때 자신의 기호대로 마음껏 선택하듯이, 대학 또한 자신의 가치관에 부합한다고 여기는 사람이 자유롭게 진학할 수 있는 여건이 꾸려져야 한다. 대학을 간다고 해서 특혜를 받는 것이 아닌, 대학을 가지 않는다고 해서 지탄받지 않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를 실현하는 방법으로는 대학을 평준화하는 것이 있다. 진리를 자유롭게 탐구하는 데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 서열화는 연관성이 없다. 왜냐하면 대학의 서열화는 더 좋은 직업을 가기 위해 유리한 정도에 따라서 나누어져 있기 때문이다. 교육이란 지식과 기술 따위를 가르치며 인격을 길러주는 것이다. 대학의 평준화는 교육을 교육답게 해주는 방법이다. 현실적으로 따져보았을 때, 대학의 평준화는 아주 급진적으로 들릴 수 있으나 우리나라의 빈부 격차를 해소하는 것에 있어서나, 교육권을 보장하는 것에 있어서나 득이 되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대학 진학이 하나의 자유로운 선택이 되는 것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우리 사회가 대학 진학까지 포괄한 다양한 선택을 존중하는 사회로 변모했으면 한다.



 1) 정기오, 『대학이란 무엇인가 : 도시와 타운으로서의 대학론』, 한국학술정보, 2006, 6쪽.

 2) 「한국 대학의 진통 : 대학의 이상과 현실-대학의 이념과 오늘의 과제」, 『사회비평』제14권, 1995. 12. 1,122~125쪽 참조.

 3) 투명가방끈, 『우리는 대학을 거부한다』, 오월의 봄, 2015.

keyword
작가의 이전글 내게도 성공 신화를 써 내릴 기회를 달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