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꿈과 나쁜 꿈
작년 7월 말에 세례를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에서 만났던 방과 후 강사님을 성당에서 우연히 뵀다. 반가워서 인사를 나눴는데 그다음 주에 예쁘게 포장한 책을 선물로 주셨다. 가을쯤에 성당에 누군가 커피머신을 기증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봉사할 사람이 있으면 교육도 해준다길래 그걸 계기로 나도 카페봉사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머신을 기증한 사람이 바로 그분이었다. 문화센터를 운영하다 폐업하게 되어 머신을 성당에 기증했다고 했다.
그분은 직접 교육을 하진 않았고,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카페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아들을 데려와 교육을 하게 했다. 우리는 그 아들에게 커피추출을 배우고, 라떼스팀도 배웠다. 카타르 월드컵이 한창일 때 경기 시청도 참으며 라떼 연습을 했다. 4명이 배웠는데 함께 재밌게 배웠던 것 같다. 어느 날 그분이 자신이 한 달에 한 번 기도모임에 나가고 있는데 너무 좋아서 함께 가보면 좋겠다고 했다. 강의도 듣고 기도도 하는데 참 좋다고 했다. 평일 오후에 한다길래 나는 일 핑계로 '다음에 기회가 되면...'이라 하고 미뤘다.
방학이 되니 다시 얘기를 꺼냈다. 다음이 되었고, 방학이라 시간도 되니 가자고 했다. 마음이 썩 내키진 않았고, 어디에서 뭘 하는 건지도 몰라서 불안감도 들었다. 신부님이 함께 계시고, 교구에서 인정도 받는 곳이니 이상한 곳은 아니라고 했다. 난 그분과의 인연을 좋게 잘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에 약간은 미적지근한 맘이 있었지만 알겠다고 했다. 올해 1월 중순 나는 그곳에 갔다. 한 열 명 남짓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동아리 모임 같기도 했고, 아주 끈끈한 소그룹 모임 같기도 했다.
가자마자 말씀을 뽑고 그걸 주제로 마음 나누기도 했다. 나눠준 글을 같이 읽으며 기도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취지의 회장님 강의도 들었다. 강의 중에 선물을 나눠주기도 했다. 간장, 참기름, 성화, 묵주... 선물의 장르도 다양했다. 점심을 먹고는 미사도 드렸다. 그 미사에서 신부님께서 안수를 주셨는데, 지난주에 언급했듯 "늘 깨어 기도하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그리고 돌아와서는 그날 밤부터 며칠에 걸쳐 잊히지 않을 만한 특별한 꿈들을 꿨다. 꼭 기억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브런치에 써둔 것들도 있다.
그날 밤 꿈에 나는 노란 패딩점퍼를 입고 있었다. 나답지 않다는 느낌이 들 정도의 유난히도 반짝거리는 샛노란 색이었다. 허리까지 오는 짧은 길이의 딱 붙는 스타일이었다. 패딩은 보통 지퍼로 잠그는데 그 옷에는 커다란 단추가 세 개 달려있었다. 그 옷을 입고 옷가게 느낌이 드는 어떤 곳에서 옷걸이를 넘기며 뒤적이다 패딩조끼 두 개를 골랐다. 무난하고 깔끔한 스타일의 패딩 조끼였다. 하나는 살구색, 하나는 핑크색이었는데 살구색이 더 무난하겠다 싶었다. 사게 되면 이걸로 사야지~ 하며 다시 제자리에 걸었다.
그러고는 사람들과 함께 어디를 가려고 했다. 누군가의 무언가를 축하하러 가려는 분위기 같았다. 졸업식인가 싶었다. 그런데 누군가 나를 불렀다. 다가가자 빨간 망토를 내 노란 패딩점퍼 가운데 단추에 걸어주었다. 입혀주는 게 아니었네? 싶었다. 빨간 털실로 짠 듯한 그 망토의 한쪽 자락 끝에 늘어진 실 가닥을 내 옷에 걸어주며 '이걸 꼭 입혀주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가방에 담아주어도 되는데 왜 굳이 이렇게 걸어주지? 싶었지만 난 그냥 알겠다고 했다.
누구에게 입혀주어야 할 무슨 옷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따 가서 입혀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졸업식인지 뭔지 잘 모를 그곳에 가려고 사람들과 함께 승용차를 탔다. 나는 오른쪽 뒷자리에 앉았다. 왜 직진으로 가지 않고 이쪽으로 들어서지? 싶었는데 금방 다시 원래의 길로 합류했다. 내가 처음 생각했던 길은 직진길인데 알고 보니 거기 물 웅덩이도 있었고 신호도 있고 뭐가 번거로운 길이었다. 아~ 잘못 든 길 같았는데 이게 더 좋은 길이었네~ 생각하다 잠에서 깼다.
바로 다음날 꿈에 나는 커다란 배를 타고 가고 있었다. 분명 나도 그 배에 타고 있긴 했는데 시선은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것 같았다. 배에 탄 사람들이 다 보이진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 중 일부만 바다 밑 어딘가에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위치를 정확히 아는 한 사람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하라고 소리치며 배의 한쪽을 열어 바다밑으로 무거운 짐들을 마구 빠뜨렸다. 상자나 오크통 같은 것을 마구마구 빠뜨렸다. 보물이 있는 장소를 표시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대체 저렇게 빠뜨리고 아무도 모르게 보물을 어떻게 건져 올릴 수 있지? 생각하는데 갑자기 영화처럼 장면이 바뀌었다. 어느 큰 창고 같은 곳이었다. 창고의 한가운데 커다란 테이블이 있었고, 그 테이블 위에는 무언가 가지런히 쌓아 올려져 있었고 맨 위에 하얀 천이 덮여 있었다. 언제 어떻게 건져 올렸는지는 모르겠는데 그건 분명 바다에서 건져 올린 것들이었다. 흰 천 아래로 보이는 옆면으로 보이는 부분으로 유추하면서 금괴인가 싶기도 했다.
노랗긴 하지만 빛이 나지는 않아서 천을 걷어보고 싶었다. 꿈에서는 내가 궁금한 건 다 알 수 있는 것 같았다. 천을 걷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자마자 천 한쪽 귀퉁이 가 젖혀졌다. A4 사이즈의 노트크기에 사전 두께 정도의 무언가가 쌓여있었다. 저게 다 노트야? 그렇다면 물속에서 어떻게 안 젖었지? 싶었다. 가까이서 보고 싶다는 생각 했는데, 이 또한 그 생각을 하자마자 마치 카메라로 클로즈업을 하는 것처럼 가까이 훅 다가갔다. 그것들은... 죄다 금괴였다.
딱 1주일이 지난 후에 신부님 꿈을 꿨다. 우리 본당에서 복사를 서는 한 아이와 방 같기도 하고 사무실 같은 곳에 같이 있었다. 드르륵 문을 열면 대기실이었는데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신부님이 의사로 계시는 병원이었다. 내가 있는 곳은 사람들이 대기하는 곳과 진료실의 중간의 어느 방이었다. 거기서 나는 '아~ 우리 신부님께서 의사시기도 하구나~ 신부님 안 하셨으면 의사만 하셨겠네~ 신부님이 겸업도 할 수 있구나~' 생각했다. 거기엔 신부님은 계시지 않았는데 잠에서 깨기 직전에 신부님의 얼굴이 크게 클로즈업되어 눈앞에 보였다.
그리고 또 며칠 후에 또 꿈을 꿨다. 사람들이 한 방에 모여 앉아 모두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고 기도를 하고 있었다. 아무도 통성으로 기도를 하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조용히 각자의 기도를 하고 있었다. 나도 기도하려고 손을 모으고 눈을 감았는데 갑자기 깜짝 놀라며 이건 아닌데~ 생각했다. 사람들이 뭔가 다른 곳을 향해 기도하고 있다는 느낌을 아주 강력하게 받았고, 나는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아주 큰 목소리로 "천주성부 우리 주~"라고 또박또박 절규하듯 외치며 잠에서 깼다.
피정을 다녀오고 딱 보름이 지난 후에 나는 피정에서 만났던 회장님을 만났다. 나를 그곳에 안내했던 분이 주선을 했다. 처음엔 그냥 둘이 밥 먹자고 해서 밥을 먹었는데 회장님이랑 같이 차를 마시자고 해서 자연스럽게 갔는데 나중에 보니 이미 정해져 있는 스케줄인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분은 내 신앙 상태와 나라는 사람을 체크해보려 했던 것 같다. 한참 대화를 나누고 나서 그분은 나에게 신앙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르다며 참 잘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했다. 세례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엄청 빠르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그날 밤 또 꿈을 꿨다. 바다가 훤히 보이는 해변가 집에 있었다. 통유리로 바다가 훤히 보이는 곳이었다. 통유리창 바로 앞에 안락한 침대가 있었는데 거기서 아버지가호텔 가운 같은 걸 입고 주무시고 계셨다. 우리 집이 아니었지만 내 집처럼 편안했다. 바다를 내다보는 기분도 아주 좋았다. 넓고 끝없이 펼쳐진 바다에 배가 세 척 떠 있었다. 커다란 요트 하나와 그보단 작은 요트 둘, 세 척이 떠 있었다. 저 바다에 노을이 지면 정말 예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잠시 후에 누군가 밖에서 바다를 보라며 호들갑을 떨며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이 해가 질 땐가? 의아하며 밖을 내다보았다. 깜깜한 하늘은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다. 번개 같기도 하고, 크리스마스트리 조명 같기도 한 느낌으로 온 하늘이 번쩍이는 황금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번개도 아니고, 조명도 아니고, 불규칙적으로 쉬지 않고 번쩍이는 저건 뭐지? 너무나 신기해서 한참을 내다보다가 아버지께도 그 광경을 보여드리고 싶어 아버지를 깨웠다.
그러다 파도가 밀려온다는 것을 느꼈다. 예쁜 물결을 크게 만들며 해안가로 밀려와 모래와 만나 부서졌다. 밀려 들어오며 모래와 만나 부서지는 그 모습을 한참 보다가 파도가 점점 커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 물결이 이 집까지 밀려올까? 바다에 떠 있는 요트를 다시 봤다. 그 하늘에도, 그 파도에도 요트는 그저 온화하게 떠 있었다. 파도의 영향도 받지 않는 것 같았다. 저 요트가 저렇게 떠 있다면 거센 파도가 이 집까지 밀려와 우리를 위험하게 만들 일은 생기지 않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갑자기 가장 큰 요트가 집을 향해 전력질주로 달려왔다. 시속 3~400km는 족히 될 것 같단 느낌이 들었다. 이 집을 부서뜨리진 않겠지, 두렵진 않았지만 지켜보고는 있었다. 잠에서 깬 아버지가 그 요트를 발견하시고는 베란다 문을 확 열고 왜 이렇게 위험하게, 위협적으로 배를 모냐시며 배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나는 아버지의 등허리 부분을 잡아끌며 못 나가시게 말렸다. "자기네 배 타고 자기네 집으로 달려오는데 신경 쓰지 마세요, 알아서 하겠죠" 나는 평온했는데 아버지는 화가 많이 나셨다.
요트는 집 바로 앞까지 브레이크 없이 전속력으로 달려왔다. 왼쪽 통유리 바로 앞쪽까지 와서는 푸왁~하며 딱 멈춰 섰다. 나는 멈춰서는 그 장면까지 가만히 지켜보다가 아~ 저기가 요트 자리구나~ 했다. 거기서는 세 명의 남자가 내렸는데 화내시는 아버지를 향해 히죽히죽 웃으며 어디론가로 갔다. 그런데 집을 향한 뱃머리 부분이 뭉특했다. 분명 요트인데 마치 잠수함이나 우주선처럼 동그랗고 뭉특했다. 질감도 매끈한 느낌이었다. 그 장면을 보며 신기하다고 생각하다가 잠에서 깼다.
이런 꿈들을 꾸면서 나는 그 모임에 또 가고 싶었다. 꿈이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무도 의미심장하고 좋은 꿈들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다음 달 모임에도 같이 가자고 해주기를 바랐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나는 뭔가에 홀려 있었고, 취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지금은 저 중에 좋은 꿈도 있고, 나쁜 꿈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저때만 해도 난 그저 신기함에 취해 좋기만 했다. 저 꿈의 의미에 대해서도 알게 된 것도 있고, 아직 모르는 것들도 있다. 나는 그것을 어떤 과정을 겪으며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를 써두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또 기록을 하다 보면 깨닫지 못했던 뭔가를 알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